10월 6일 목요일 아침, 특수고용 투쟁본부 차원에서 여의도에 노숙농성장을 설치하고 의장인 박대규 동지가 단식에 들어간 지 사흘째 되는 날이다. 철폐연대에서는 특수고용 대표자 동지들과 더불어 이번 농성투쟁의 의미와 이후 투쟁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아침부터 농성장 앞에서 진폐 환자들의 집회가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한 켠을 빌려서 시작한 논의는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앞으로의 과제만 잔뜩 남겨지기는 했다. 투쟁은 시작되고, 여전히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날짜] 2005년 10월 6일 오전 10시
[사회]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
[참석자]
고성진 보험모집인 노조 위원장
김금철 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 의장
김충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직위원장
박대규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 위원장
박종기 재능교육교사노조 위원장
서훈배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
윤정구 화물연대 인천지부장
오늘 자리에 함께하신 분들은 이미 오랜 공동투쟁을 통해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니 별도의 소개를 하지 않고 바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오랜 공동투쟁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올해 들어 다시 단식농성을 포함하여 공동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현실화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투쟁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같이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스로를 노동자로 규정하고 투쟁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
화물연대의 고민은 생존권인데 여기에 어떻게 노동기본권 문제를 함께 제기하고 조직할지 고민입니다. 지금까지 교섭을 해도 정부의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데, 열사 국면에서 힘 있는 투쟁을 만들지 못하고 교섭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이 가장 안타깝고 가장 큰 고민입니다.
올해 화물연대는 투쟁을 조직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솔직하게 어렵습니다. 언론에서도 "사장이 무슨 노동권이 필요하냐"고 이야기하는데 이런 인식이 고착화될까 걱정입니다. 나름대로 집회도 하고 교육도 하지만 일이 워낙 힘들고 함께 모이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 여건도 잘 마련되지 않습니다. 지부에서 교육을 했는데 첫 강의에서 마지막까지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30%밖에 안 됩니다. 장시간 노동을 안 하면 생계가 어려우니까 못 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라디오 등 보수언론이 떠들어대는 내용만 접하다보니 자본의 논리에 젖게 되는 것입니다.
노동자성 문제를 조합원들에게 인식시키는 데에 많은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건설운송노조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노동자성 문제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알려왔는지 이야기를 들었으면 합니다.
노동자성 문제는 노동조합을 처음 조직할 때 어떻게 접근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화물연대는 처음 노동자들을 조직할 때 노동자성 문제보다는 운송단가 등 현실적인 문제로 접근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노동자성 문제의 필요성을 늦게 안 것이지요. 그런데 레미콘도 투쟁을 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그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덤프연대를 조직하면서는 노동자성 문제를 처음부터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성이라는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성이 있으면 무엇이 이득인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성이 현장에서 가장 와 닿는 것은 산재보험이지요. 또 노동자성이 인정되어야 해고가 되면 싸움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심어주어야 합니다. 덤프연대도 현재 운반단가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워낙 현장이 수만 개라서 정리가 잘 안 됩니다. 그러므로 힘들기는 하겠지만 전문건설업체에 단협을 하자고 해서 어디든 똑같은 단가를 갖게 하면 됩니다. 레미콘은 중앙교섭에 실패했지만 현재 덤프는 힘이 있으므로 이럴 때 중앙교섭을 해야겠지요.
그런데 화물연대의 경우 사용자단체가 업종과 분야에 따라 너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노동자성 문제를 거론하려면 정부와 교섭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화물연대에서도 표준요율을 만들려고 했는데, 정부에서는 우리가 노동자가 아니므로 공정거래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습니다. 결국 중앙정부가 노동자성 문제에 대해 나서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성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단체교섭과 협약 체결의 대상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사용자 단체를 중심으로 갈 것인지, 정부를 먼저 대상으로 할 것인지는 각자 처한 조건에 따라 고민을 많이 해야 할 문제이지만 노동자성 문제가 대단히 정치적인 문제인 것은 틀림 없습니다.
재능교사노조에서는 지나간 과거를 많이 회상합니다. 99년 노조가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했길래 거대한 힘이 모일 수 있었을까? 수천의 대오가 만들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침체되고, 이제 노조의 존립도 힘들어진 상황에 대해 고민이 됩니다. 그 당시에 함께했던 선배교사들은 5년이 흐른 지금 20%도 채 근무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임금실적에 따른 수수료 삭감 등과 계장 처우에 대한 불만으로 힘이 모아진 바 있었습니다. 투쟁을 하면서 우리는 당연히 노동자라고 생각을 했는데, 실제 내부에서는 우리가 교사인가 노동자인가에 대한 혼란이 있었습니다. 이러저러한 근거로 우리가 노동자라고 설명을 하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무너지고 회사의 통제에 여지없이 꺾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직도 노동자임을 선언하는 것 자체가 학습지 노동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주위에 보면 교수나 고액연봉의 조종사 등이 스스로 노동자임을 선언하는데도 거기에 비하면 소득도 낮고 힘든 우리가 허울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 허울을 벗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노동조합의 대응력도 뒤쳐진 부분이 있겠지요. 갑자기 분출된 힘을 모아내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부정영업이 팽배하고 정말로 힘든데도 당사자들이 인정을 하고 맙니다. 패배의식이 많아서지요. 그것을 돌파하려면 경제적인 조건들, 예를 들어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으로 다가서는 문제도 있겠으나 스스로 노동자라는 자각 속에서 과감하게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조직과 요구를 다시 점검하면서 지도부가 현장의 정서와 패배의식을 뛰어넘을 때 희망이 있습니다.
많은 특수고용 노동조합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계속 새로운 노조들이 만들어지면서 힘을 주고 있습니다. 10월 13일부터 덤프연대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시작하는데 투쟁 요구 안에 '노동자성 쟁취'가 중요한 요구로 들어있기는 하지만 내부의 정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노동자성 쟁취'라는 요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조직할 생각이십니까?
덤프연대 동지들은 특별하게 내가 사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노동자라는 것을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덤프연대에는 차량을 두 대에서 열대 가진 분들도 있어서 그 사람들은 우리가 노동자라고 하면 거부감을 갖지요. 조직이 확대되는 데 그 분들의 힘이 컸지만 아마도 투쟁이 시작되고 확대되면 그런 분들은 떠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 조직에서는 일을 시키는 사람들이 조직을 많이 했는데 들어와 보니 자신들과 잘 안 맞아서 조직만 해주고 뒤로 빠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사장이 아니라 노동자입니다. 그래서 '김사장, 박사장이 아니라 서로 동지라고 부르자'고 했을 때에도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물론 차 여러 대 갖고 기사를 데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10% 정도이고, 나머지는 생활의 도구로 차를 갖고 노동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초반에 교육을 잘 하면 우리가 노동자냐고 고민하는 문제는 사라질 것입니다.
재능교육교사노조는 처음 조합원이 3,800명이었다가 지금은 조합원 수가 많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노조라고 인정을 받아서 교섭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노동자성 문제는 집단적 노사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법적 관계를 이끌어내는가 아닌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학습지의 경우 노조설립신고필증도 나왔고 조합원들에게 4대 보험과 노동3권을 이야기하면서 투쟁했으므로 계속 노동자성 문제를 갖고 투쟁을 한 셈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선생님이냐 노동자냐 하는 정서 때문에 힘들어져 있습니다. 노동자성 문제는 조합원들에게 처음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쇠도 뜨거울 때 두들겨주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노동자다 아니다'로 접근하면 너무 추상적이므로 잘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운송단가를 높인다고 해도 법적으로 노동자성이 없으면 우리가 소화할 수 없다는 점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산재 적용이나 4대보험도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없으면 안 된다는 점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마치 노동자라고 하면 격이 낮고, 운송사업자나 사장이나 교사는 격이 높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바꾸어야 합니다. 노동자라는 법적 지위가 확보되었을 때 우리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교육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에 대한 전략 조직계획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야기한 조직들은 노동조합법상으로는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실질적인 노동자성을 쟁취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데, 현재 노조법상으로도 인정을 받지 못한 보험모집인 노조의 경우는 더 어려움이 클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어제가 조합설립 5주년이었는데 널리 알리고 조합원들을 모아서 거창한 행사를 해야겠지만 세 명만 모여서 '오늘을 기억하자'고 이야기하고 저녁 먹고 헤어졌습니다. 처음 1년은 신고필증 받느라고 싸우고, 2년 이후는 신고필증 없어도 열심히 하자고 많은 조합원들이 모여서 노동조합을 꾸려나갔습니다. 그러나 4년이 넘으면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까 떨어져나가고 있습니다. 모인 사람들이 노동자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뭉친 것이 아니라서 단체협약이 안 되니까 떠난 것이지요. 회사는 5년이라는 세월 동안 조직과 체계를 개편했습니다. 그래서 5년 전에는 명백한 노동자이던 것이 이제는 아닌 것처럼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실천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 새로운 활동 계획을 세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요즘은 남자들도 대학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다가 보험설계사로 들어옵니다. 이 중에는 노동조합 간부 출신도 있어서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지만 그들은 해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조합비만 내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보험모집인은 영업을 해야 하므로 업적을 많이 내고 수당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실세지요. 그런데 연봉 1억 넘게 받는 사람들은 자신이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회사에서는 이제 우리에게 '협의회'를 하면 인정해주겠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이것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했었지요. 그 점도 고민이 됩니다.
이번에 사무서비스노동조합과 사무실을 같이 쓰게 됩니다. 내일 이사를 합니다. 대림동 사무실 월세를 낼 형편이 못 되어서 이사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사 가는 곳에는 농협노조도 있고 생보노조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위원장님들과 친분을 쌓고 노동자들의 명단도 받아서 이후 새롭게 조직할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어차피 나 혼자라는 기분으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특수고용 노동자 중에서 아직도 조직되지 않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A/S 노동자들이나 판매영업직 노동자들은 100% 성과급이고 노동 강도도 높고 경쟁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집단성도 떨어지고 노동자로서의 인식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지요. 그래서 조직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더 많이 조직하면서 투쟁의 힘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을 해야 할지 이후 고민을 함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수고용 문제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태도
특수고용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대응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습니다.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안도 나오고 있는데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현재까지 세 가지 정도 안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노조법상 노동자와 근기법상 노동자를 분리시켜서 노조법으로만 인정하는 문제,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으로 처리하는 것, '유사근로자 단결활동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 등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회통합위원회 등에서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특별한 기구를 만들어 또 논의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보면서 우리는 '집어치워라'고 요구했는데 또다시 이런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정부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지요.
2000년에만 해도 노조법상 노동자냐 아니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근기법상 무엇을 적용할 것인가로 논의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권과 자본이 논의를 야금야금 먹어들어가서, 사법부에서는 노조법상 노동자도 아니라고 합니다. 노사정위원회에서는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서 정부 노동정책의 근거를 대주고 있습니다. 노사정위원장을 맡은 사람이 예전 중노위에서 레미콘 노동조합 조정을 맡았던 공익위원인데 지금에 와서는 노동자인지 아닌지 논의해보자고 합니다. 예전에 자신이 조정을 한 이유는 분명히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했기 때문일 텐데 지금에 와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박대규 위원장님이 항의하니까 그래도 소신은 바뀐 것이 없다고 합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신인지는 알 수 없어요.
노사정위원회에서는 지금 논의가 마지막 점에 와 있고 논의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이것은 특수고용 단위의 요구가 아닙니다. 실제 논의는 노정간 힘의 관계에 의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4~5년간 고생했지만 본게임을 치르기 위한 전초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고비를 타고 넘어야지요. 화물연대나 덤프연대나 학습지나 모든 노동조합이 다 같이 뭉쳐서 본격적으로 노동자성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연장하자고 하면서도 법원에서는 각종 가처분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한솔에서는 부산일반노조에 대해 '단체행동금지가처분'을 내서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고, 서해 태안 레미콘의 경우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금까지는 노동조합은 인정해왔으나 이제 노동조합으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인 셈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해보지요.
우리 사회는 자본공화국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각종 징표와 지휘감독의 사례를 들어 대응을 해왔는데, 판사들은 그런 것 보지 않고 정부의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고통의 징표는 우리들의 주장일 뿐이고 사법적 판단의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우리가 사회적 힘을 가져야 합니다. 결국 노정간의 힘의 역관계 아닙니까? 법적 대응이라고 할 때 우리가 해왔던 대로 몇 가지 징표에 매달리지 말고 이제는 본질적인 투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습지도 이제는 ERP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선생님들이 집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지휘감독성이 흐릿한 사람일지라도 노동자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우리가 개념을 확장시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라는 것은 사법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노동자들의 투쟁의 힘에 의한 강제라는 점을 생각하면서 정부의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투쟁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과정을 지켜보면 법률적인 철저하게 노사 간의 힘에 비례해서 판결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레미콘은 2001년 투쟁과정에서 많은 법적 소송을 했습니다. 사측은 근로자지위부존재소송을 냈지만 결과가 나온 것은 한 건 밖에 없습니다. 2003년도에 CK인프라시스에서 판결이 났는데 노조법상 노동자인가 하는 문제는 판결을 내리지 않았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은 부인한 판례였습니다. 흔히 대법관들이 옷을 벗고 나갈 때 자본에게 보상을 받고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놓고 가는데 바로 그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서산지법에서 CK인프라시스 건을 들이대면서 마치 노조법상 노동자성도 인정되지 않는 것처럼 해석을 해버렸고, 그래서 단체행동 금지가처분이 떨어진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항소를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2003년에는 법원 앞에서 투쟁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노사정 토론회에 가서 이호근 전문위원도 만나고 간담회도 지켜보면서 그들도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학습지로 보면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니까 그들은 '교육산업협회'라는 공동대응기구를 만들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우리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을 공론화하고 연구단체나 정부 노사관련 단체와 함께 우리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연구를 계속 했습니다. 그리고는 학습지도 예전의 지휘감독 징표를 없애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조회할 때에도 회의지를 만들지 않고 스크린에 비추는 방식으로 회의를 합니다. 법적 대응과 더불어 현장에서 노동자성의 징표를 없애는데 레미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각종 가처분으로 탄압을 당하고 있는 것이지요. 자본은 연대전선을 만들어서 대응을 하는데 우리는 개별적인 요구나 현실에 매몰된 것 같습니다. 그것을 노사정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제대로 투쟁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정부와 자본의 대응을 보면서 우리가 고민을 해야 할 것이 세 가지 정도 있다고 봅니다. 첫째로 정부와 자본은 산재보험 적용 문제 등 노동자성 문제와는 별개로 법안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노동자성을 피해가거나 혹은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노동자성 문제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면 우리가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대응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지금까지 우리가 노동자성 문제를 이러저러한 종속성이 있으니까 노동자라고 주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노동자라는 범위를 좁혀놓고 우리가 그에 해당한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런 상황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노동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노동자의 범위를 확장하는 투쟁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특수고용 문제가 현재 특수고용인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닌데도 그렇게 인식된다는 점에 대한 것입니다. 경총에서는 '유사근로자 단결활동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 성과급을 줄 수 있는 노동자들은 맘만 먹으면 계약서 종이 쪼가리 바꿔서 유사근로자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특정한 노동자군만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노동자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운동진영 전체에 이 문제를 받아서 함께 싸워야 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전방위적이고 다차원적인 대응을 해야 합니다.
사회자가 이야기한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적극 동의합니다. 화물연대의 경우 산재보험이 되지만 무늬만 산재보험이고 자기 부담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도 산재보험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한 적이 있는데 자칫 이 문제를 먼저 이야기했다가 노동자성 문제에 대해 왜곡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노동자 범위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앞으로 특수고용화되는 노동자들에게도 고민을 맞춰서 투쟁해야 합니다. 경총에서는 유사근로자로 인정하면 진짜 사업자인 사람들이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괜히 죽는 소리 하는 것이고, 실제로는 지금 정규직인 사람들을 유사근로자로 만들고, 그들의 투쟁을 불법파업으로 만들어서 투쟁력을 죽이겠다는 것이 본질이지요.
이 세 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지요. 우리가 과제로 남겨야 할 주제들이니까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공동투쟁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갑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그동안 노동자성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을 열심히 해왔습니다. 그만큼 진전된 점도 있고 후퇴한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공동투쟁이 상층차원의 투쟁과 선전전 정도였다면 이것을 어떻게 대중적인 공동투쟁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지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가끔 뿅망치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능투쟁, 레미콘, 화물, 덤프 투쟁 등 하나씩 계속 솟아나면 정권과 자본의 망치를 맞습니다. 지금 자본과 정권은 강철같이 연대하여 대응을 하기 때문에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투쟁을 하면 장기투쟁이 됩니다. 그리고 예전에 인정되던 노동자성을 부인하던 판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이 위기이지만 동시에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러므로 이전까지는 하나씩 솟았다가 망치를 맞았다면 이제는 뭉쳐서 솟아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과 정권과 법원이 하나가 되어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는데 아직도 노동자들은 공동대응하지 못하고 내 것만 정리하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합니다. 그러니까 모이지 않는 것이지요. 이번에 덤프와 레미콘과 화물연대를 어떻게든 모아보자고 했습니다. 정말로 세 조직이 힘을 모으면 정부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런 공동투쟁을 만들기보다는 내 조직만 잘 정리하면 된다는 태도를 가진 조직이 있어서 회의도 많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화물연대도 나름대로 투쟁일정을 맞추고 교섭 중심으로 가려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명확하게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확대간부들의 분위기는 이대로 주저앉지 말고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며칠 남은 기간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투쟁을 함께 조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수고용 단위들의 농성 투쟁은, '어렵지만 특수고용 단위들의 힘을 모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아직은 투쟁의 전초적이고 본격적인 투쟁을 해야 하는데, 조직력이 약하고 힘든 조직은 너무나 힘들어서 자기를 추스르기도 힘겹고, 큰 조직은 자신의 요구를 중심으로 투쟁하다 보니 공동투쟁다운 공동투쟁을 못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농성 투쟁이나 이후 덤프연대 투쟁에 대한 연대로 공동의 경험을 쌓으면서 내년에 전면전을 할 준비를 해야겠지요. 그러려면 보험모집인 노조나 골프장 경기도우미 동지들도 할 수 있는 만큼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에는 사람 수 중심의 사고를 떨치고 서로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는 공동투쟁의 전형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특수고용 단위에서도 사람이 많고 조직이 큰 단위에서는 자기 문제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특수고용 노동자성 문제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고, 연대투쟁, 공동투쟁은 단지 숫자로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공동투쟁이라는 면에서 보면 우리 특수고용 노조들이 발전한 모습도 있고 후퇴한 모습도 있습니다. 후퇴한 모습이란 큰 사업장을 중심으로 그곳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투쟁을 하려는 것입니다. 덤프나 화물이 투쟁을 안 하면 다른 곳도 투쟁을 못한다고 하니까 덤프나 화물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학습지나 레미콘 등에서도 할 수 있는 활동을 계속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독립적인 활동을 못하고 있지요. 물론 발전이라면 규모가 있고 투쟁력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생겼다는 것인데, 그런 노조들도 과거 특수고용 노동조합의 시행착오와 과오를 거치지 말고 특수고용 문제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아직 조직력이 되지 않는 곳도 덤프나 화물처럼 조직력 있는 곳에 부담만 주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조직하고 투쟁을 만들어야겠지요.
지금까지 투쟁한다면서도 연대투쟁의 의미에서 벗어난 투쟁을 하지 못했습니다. 집회 때 몸 대주는 것 외에 정말로 정치적으로 같이 하거나 현실적으로 같은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공동투쟁을 하려면 내 단사 문제가 아니라 공동의 사안을 앞세워 투쟁해야 합니다. 입으로는 공동투쟁을 이야기하면서 현실적으로 내 현안과 공동의 문제가 대립하면 현안을 우선하여 현장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 우리의 모습 아닙니까? 현장의 작은 문제들은 큰 공동투쟁을 위해서 버릴 줄 아는 의지를 지도부부터 세워야 합니다.
스스로 투쟁의 의미를 세우고 투쟁의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공동투쟁도 중요하지만 민주노조운동에 특수고용 문제를 과제로 제기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도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먼저 자신을 주체로 세우고 투쟁의 방향을 만들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민주노조운동이 특수고용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수고용 단위들이 스스로 어떻게 나서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의 상황을 제대로 모릅니다. 예를 들어 정규직이 5천만 원 받는다고 하면 그 사람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한 3천만원 받으면서 생활하려니까 자신들보다 무척 힘들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천만 원 받는 노동자들이지요. 정규직들이 감히 상상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정서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천만 원 받는 우리가 대안을 내야 합니다. 그럴 때 제대로 된 대안이 나옵니다. 정규직의 잣대와 투쟁경험을 갖고 우리 투쟁을 설명하거나 지도하려고 하면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비정규직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현실을 잘 모르는데, 민주노조운동의 비정규직 대책이 대부분 그런 정규직의 입장에서 제출된다는 의미이군요.
정규직은 연월차를 써도 월급에 하자가 없지요. 그러나 우리는 하루 빠지면 재정이 마이너스됩니다. 그러니 집회 한 번 나오려고 해도 어렵습니다. 민주노총 구조도 똑같지요. 800명 대의원 중에 비정규직 대의원 얼마 없습니다. 여성할당제 하는 식으로 비정규직 할당제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민주노총은 잘 싸우는 곳 우선이 아니라 숫자 많은 곳, 의무금 많이 내는 곳이 우선입니다. 그러니 조합원 수가 많아도 의무금을 적게 낼 수밖에 없는 우리 조직은 대의원 배정도 못 받습니다. 투쟁하면서 1년에 벌금만 1억8천에서 2억 정도를 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의무금을 많이 낼 수 있겠습니까?
학습지 노조는 추석과 설 때 매번 재정사업을 합니다. 다른 이들은 왜 이렇게 재정사업을 많이 하냐고 하지만 우리 조직에 있어서 돈이 조직과 투쟁의 중요사업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단위사업장 위원장님들에게 전화를 해서 일일이 '곶감 사 달라'고 이야기하면서 "누구는 명절 되면 팔려고 애쓰고 누구는 이번 선물을 뭐할까 고민한다"고 푸념 섞인 이야기를 했더니, 연맹의 한 동지가 "그 동지들은 다 투쟁으로 따낸 겁니다." 하더라구요. 저는 그 동지의 진정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투쟁으로 쟁취하라고 한 그 뜻을요. 하지만 뒷맛은 씁쓸했습니다. 정규직들이 물론 투쟁해서 따낸 것도 있지만 자본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할해서 관리를 잘 하려고 그들에게 조금 더 주는 점도 있지요. 우리는 그것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규직 문제에 집중하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특수고용이라고 말하지만 특수한 것은 아니고, 단지 고용형태가 왜곡되었다는 것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특수고용이 특정 직군과 업종에 한정된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생산 현장까지도 왜곡된 고용형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경우 연봉제가 많아지면서 집단적 고용계약을 파괴합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에서는 이 노동자들을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제외하고 단체협약과 임금협상에서도 제외합니다. 이것은 왜곡이지요. 집단화했던 노동자들의 개별화되고 권리를 상실하는데 우리는 이 노동자들을 특수고용이라는 이름으로 배제하고 권리가 상실되는 것을 방관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조운동에 특수고용 문제는 우리 현장 전체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는 방식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다시 집단성을 되찾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함을 설득해야 합니다.
민주노조운동 전체에 이 문제를 갖고 싸워야 한다는 점을 설득해야겠지요. 이 문제는 현재의 특수고용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철폐연대에서도 이번에 농성을 계기로 해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하자고 설득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특수고용 공동투쟁 못지않게 민주노조운동이 이 투쟁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농성투쟁의 이후 방향
박대규 위원장님이 단식에 들어가셨고 이후 다른 위원장님들이 이어받아 단식에 들어갈 예정인데, 평생 단식을 할 것이 아니니 이후 투쟁의 전기를 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투쟁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어떻게 힘을 모을지 이야기해봅시다.
싸움은 현실적이지요. 그런데 현재의 흐름을 보면 그런 현실적인 힘을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판에 투쟁을 얹으려고 합니다. 당장 10월 10일에 특수고용 집회를 하겠다고 했다가 화물연대가 안 된다고 하니까 집회를 취소해버립니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생각하지 않고 이미 있는 동력에 기대려고 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지요. 가만히 앉아 있다가 11월에 파업하자고 하면 몇 십만 명이 모입니까? 지금부터 모일 수 있도록 조직을 해야 합니다. 단식도 그렇습니다. 어떤 명분으로 풀 것인가 고민을 하는데, 그러면 단식은 왜 합니까? 하다가 안 되면 쓰러지면 되지요. 그래도 안 되면 밥 먹고 제대로 싸우면 됩니다. 굶어봤는데 안되니까 다시 기운내서 싸우겠다고 하면 됩니다. 명분을 만드는데 힘을 쏟지 말고 최대한 조합원들이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올해의 농성은 최대한 이후의 전면전을 준비하는 힘이 되어야 합니다. 올해 투쟁을 제대로 해보려고 했으나 잘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초반부터 공동투쟁의 날짜도 박고 결의도 하고 내부 교육과 공동선전도 하는 등 초반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올해는 그것을 위해서 공동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그런데 예정된 일정을 보면 13일에 덤프연대가 파업에 들어가고 16일에 전국비정규노조결의대회를 한 이후에는 일정이 비어있습니다. 이것에 어떻게 채울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를 상대로 무기한 단식농성 들어갔습니까? 물론 정부와 자본에 대항하는 의미도 있지만 중요하게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연대성에 대한 자각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특수고용 노조들이 지난 4년간 연대의 경험이 있지만 지난 1~2년은 공동투쟁의 경험을 많이 잃었습니다. 대표자회의의 맥은 유지했지만 조합원과 간부들은 집중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이것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용형태의 동질감은 있으나 업종별 이질감도 있습니다. 공동의 실천을 하지 않으면 이런 이질감은 잘 극복되지 않습니다. 화려하고 폼 나지 않으면 뭔가 하는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장점과 단점을 드러내야 한다고 봅니다. 농성투쟁을 통해서 그런 경험을 쌓고 이후 특수고용 투쟁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공동투쟁은 내부를 향한 주장과 요구가 한 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만들어진 상징화된 농성투쟁이 매우 중요합니다. 개별화되는 우리 내부를 조직하고 단결하기 위한 방법이지요. 구체적으로 이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10월 16일을 기점으로 해서 각 특수고용 노동조합 사이의 소통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덤프, 학습지, 화물, 보험모집인 등 각각의 영역 노동자들이 농성장에 다녀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서로 소통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서로의 소식지에 각 특수고용의 이야기를 실어야 합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실태를 모르듯이 우리도 서로 잘 모르고 있지요. 와서 자기 내용을 다른 조직에 알리고 피부로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이 투쟁을 지역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지역 거점을 만들고 지역의 공동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때에야 11월 투쟁이 가능할 것입니다. 여기 있는 동지들부터 당장 실천합시다.
각 단사들이 지금 어렵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자기 사업장 동지들을 얼마나 조직할 수 있는지 한번 해봅시다. 제가 단식하는 이유는 특수고용 문제를 부각하자는 의미도 있으나 레미콘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서입니다. 위원장이 굶어죽겠다고 앉아있으면 그래도 현장에서 한 두 명씩 오게 되고, 그 과정에서 깨닫고 조직되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교육하러 갔더니 자기 사업장 현안 쭉 이야기하고 사장을 한번 만나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동안 정말 내가 잘 못했구나' 생각했습니다. 조합원들이 노조를 해결사로 생각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정말로 당신들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앉아서 죽더라도 농성하고 단식하고 하면 조합원도 움직입니다. 이렇게 조직하려고 하지 않고 남이 노동자들을 모은 것을 이용하여 어떻게 해볼까 잔머리를 굴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농성이 고립되지 않도록 최대한 주변 단위들을 모으고, 농성에 결합하도록 하고, 투쟁의 의미를 공유하도록 철폐연대도 노력하겠습니다. 여기 있는 동지들도 조합원 한 명이라도 더 조직해서 함께하도록 노력해봅시다. 그렇게 해서 이 농성투쟁의 의미를 남겨야 할 것입니다.
이후 투쟁의 과제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 이후 투쟁의 과제를 함께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덤프연대 창립총회가 끝나고 10월에 민주노총 대표자수련회에 갔습니다. 비정규개악안 저지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수련회였지요. 총연맹에서는 단위별 분반토론을 하면서 투쟁을 할 수 있냐고 단위사업장 대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대부분 우리 단사는 임투가 끝나서 조직동원 하기도 힘들고 조직의 피로도도 높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총연맹은 단사의 상황을 볼 때 전체 투쟁을 하기는 어렵고 간부중심으로 투쟁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더군요. 투쟁을 하자고 모아놓고는 상황에 그냥 묻혀가는 것입니다. 특수고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화물과 덤프와 레미콘이 순서대로 투쟁을 하자고 고민을 했습니다. 덤프연대는 애초부터 생존권 문제로 투쟁에 나섰는데 결과적으로 덤프연대만 투쟁하고 공동투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단위사업장 상황과 연결이 되어야 공동투쟁이 되지 노동기본권이라는 추상적 주제만 갖고는 공동투쟁이 어렵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일단은 생존권 문제를 갖고 투쟁을 하더라도 시기를 모아서 공동투쟁 방향을 세워야 합니다. 류기혁 열사 투쟁할 때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얼마나 투쟁을 갈망했겠습니까? 그런데 총연맹이나 다른 비정규직들이 투쟁에 결합하지 않는 것을 보니 우리 특수고용도 나을 것이 없다고 봅니다. 대표자들이 고심해야 할 문제입니다. 투쟁에서는 막내인 덤프연대도 공동투쟁이 절실하다는 감이 있는데, 이것을 해야 한다는 당위로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쟁취를 위해서는 우리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조건에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피해간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요. 현재 민주노주운동이 특수고용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기보다는 주체적으로 투쟁에 나서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 어려운 조건만을 이야기하니까 힘이 빠지는데, 우리에게는 폭발력이 있습니다. 전국으로 산개해있지만 이것이 하나로 모아지면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한국사회 변혁의 한 흐름으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특수고용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이므로 간부들은 장기적인 고민을 해야 합니다. 특수고용 자체가 수명이 짧고 고용의 불안정성이 심하니까 바로 투쟁을 조직하고 결과를 봐야 한다는 조급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한 단계 넘어서서 장기적인 투쟁을 결의하는 간부층을 조직해야 합니다. 그것을 얼마만큼 만드느냐에 따라 특수고용 투쟁의 희망이 생긴다고 봅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단사중심주의라고 이야기해도 좋으니, 한번 단위사업장 문제를 갖고 회사와 한번 붙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덤프연대 의장님 말씀을 하시는 것에 공감도 하고 죄송한 생각도 듭니다. 우리도 한번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제가 단식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도 침체된 우리 조직의 간부들을 모아서 최대한 이번에 해볼 만큼 해보자고 이야기하려는 맘 때문입니다.
어쨌든 정부와 자본은 특수고용 문제에 대한 입장을 낼 텐데, 그것이 유사2권이 되든 노동자성 완전 인정이 되든 우리가 준비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이 안 되면 노조설립신고필증이 있어도 소용이 없지 않았습니까? 노동자성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결정될 때 그러한 변화에 우리가 대응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학습지는 특히 지금 하는 대로 간부중심으로 가면 특수고용의 상징적 업종으로 남을지는 몰라도 한 판 제대로 붙는 싸움은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3년 이상의 장기계획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싸움도 중요하지만 특수고용 동지들은 나름대로 이후를 고민하면서 긴 호흡을 갖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논의한 내용을 몇 가지 과제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올해의 투쟁만이 아니라 내년 이후 특수고용 노동자성 쟁취를 위한 전면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공동요구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가능하면 각각이 처해있는 현실이 잘 드러나면서도 공동의 투쟁이 조직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을 만드는 과제가 있는 것이지요. 둘째로는 노동자성 쟁취의 과제를 간부들 선에서만이 아니라 조합원들까지도 공유하도록 만드는 과제입니다. 화물연대나 덤프연대 등에서 초기부터 이런 교육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오래된 조직도 나름대로 조합원들이 노동자성 문제를 자신의 과제로 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노동자성 문제에 대한 조합원 전체의 합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셋째로는 특수고용 노동조합들의 조직 확대가 중요한 과제인데, 재능위원장님은 지금까지 조직의 전술과 방식, 투쟁요구를 재검토해보자고 하신 바 있습니다. 특수고용다운, 비정규직다운 조직방식과 투쟁이 무엇인지도 논의를 해보았으면 합니다. 넷째로는 민주노조운동 안에 특수고용 노동자성 쟁취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관철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로 노사정위원회나 정부에서 제출하는 특수고용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우리의 입장을 조금 더 세밀하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과제가 정말 많이 남았습니다. 특수고용 관련해서 고민해야 할 과제들을 앞에서 말씀 드린 바 있는데, 그 중 많은 부분은 철폐연대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과제들도 많습니다. 이것은 먼 과제가 아니라 우리가 당장 고민하고 조직해야 할 내용들입니다. 농성장에서 얼굴을 맞댈 시간도 많으니 이 과제들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봅시다.
긴 시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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