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_ 2005년 비정규 투쟁을 평가한다![34호|특집3]

어렵지만 진취적인 한 해를 준비하자!

필자| 전국일반노동조합협의회(준) 조직위원장 정의현




몸과 마음이 함께 힘든 한해였다. 정권과 자본, 보수언론들의 총체적 공세에 맞서 완강한 투쟁을 펼쳤으나 우리 민중투쟁은 열세와 패배를 면치 못하였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쟁취를 내걸고 완강하게 투쟁했으나 자본과 정권의 법개악 기도를 분쇄하지 못했으며 농민들은 죽음을 불사하는 투쟁을 벌였지만 쌀 개방 국회비준 강행을 막아내지 못하였다. 특히 노동운동은 민주노총 활동가들의 내부 대립과 간부 비리로 더욱 힘들었다. 우리는 한계와 아픔을 안고 새해를 맞이했다. 우리 운동이 바닥을 치고 다시 일어나 전진하는 2006년을 위해 힘을 모으자.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 2005년 비정규직 투쟁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사회적, 조직적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내었다. 우선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투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대다수 국민들이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 시작했다. 또 노동자 내부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선 대공장 정규직 책임론 유포와 보수언론들의 가혹한 여론몰이 속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해야 한다는 현실 논리적 당위성과 사회적 계급적 각성을 일구어왔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열찬 투쟁을 통해 스스로 단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불법파견 철폐와 정규직 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생존권 보장과 노동자성 쟁취를 위해 투쟁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2005년 전비연의 출범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조직적 진출에 기반한 것이다.

2. 노동자들이 지역적으로 단결하여 투쟁하는 기풍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청주 하이닉스 매그나칩 투쟁으로 연대한 충북본부 총파업과 현대하이스코 투쟁과 연대한 순천지역 총파업이 그러한 모범을 보였다. 오래전부터 지역을 강조하며 지역에서 함께 하고 있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과 투쟁을 도모해온 일반노조운동의 전국적 정착과 더불어 지역투쟁의 확산은 산별연맹 축으로만 기울어 소수 상층간부 중심의 연대에 치중해 있는 노동조합운동을 아래로부터 대중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역적 연대투쟁의 확대 강화는 민주노총지역본부가 지역 노동자들의 단결 투쟁의 구심으로 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3. 노동자 농민들이 마침내 정치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미국과 내외 독점자본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노무현 정권에 대해 민생파탄의 책임을 물어 '노무현 정권 심판!'을 외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농산물개방과 쌀 개방 협상에서 보인 굴종적이고 추종적인 자세와 비정규노동법 개악에서 보인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태도, 당사자인 농민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짓밟는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무현 정권 심판'은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심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IMF 경제위기 이후 경제 살리기 명분 앞에 속절없이 양보를 강요받고 생존권을 박탈당해 왔던 노동자 농민들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정치적 각성과 지배세력에 대한 계급적 판단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뚜렷한 정치적 대립각 형성은 그동안 노동자 농민과 함께 투쟁해온 민주노동당의 역할 강화와 더불어 민중 정치투쟁의 확대를 내다보게 한다.

어렵지만 진취적인 2006년 한해를 준비하자. 민생파탄의 책임을 묻는 '노무현 정권 심판!'의 기치 아래 노동자와 농민들이 힘을 모아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투쟁과 쌀 개방 국회비준 철회 투쟁을 힘차게 전개하자. 그 투쟁의 연장선에서 5월 세상을 바꾸는 투쟁과 지방선거 투쟁으로 나서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새 지도부 선출과정이 내부의 갈등을 치유하고 전체 노동자 민중진영의 힘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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