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미래를 2006년 3월 제117호
쟁점/ 정규직과 비정규직 4: 현대자동차 울산 사례(2)
반복되는 악순환! 노동자의 단결로 극복한다.
2006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투쟁방향과 계획
최병승 /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 사무장
노동조합을 건설한지 3년의 시간이 지났고, 몇 차례의 파업을 경험했다. 계획적인 투쟁도 있었고, 우발적인 투쟁도 있었지만 우리는 여러 투쟁을 통해 성장했고, 투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후 대안과 구체적인 투쟁 전술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거대한 현대자본을 이길 수 없다는 것도 함께 확인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정직 이상의 징계자만 170명 이상이 발생했고, 핵심활동가 대부분이 해고되는 악조건에서도 우리는 노조를 지켜왔고, 성장시켜 왔다. 900명이 넘는 노동조합! 울산에서 금속연맹 사업장 중에 3번째로 큰 노동조합의 크기에 맞는 투쟁을 하기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참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출입도, 노조사무실도, 교섭도 스스로 해보지 못한 노동조합이 이 모든 것을 보장받기 위한 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06년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에 던져진 화두라고 판단한다.
임단투 준비, 대의원 선거, 정기대의원대회 준비, 재판 및 재정사업 등 여러 사업이 겹쳐서 진행되면서 노동조합 내부적인 논의를 거치지 못한 글을 발제 이 글은 현장에서미래를 기고와 함께 2월23일 인터넷신문 <울산노동뉴스> 2월 월례토론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에서 발표하게 됩니다.
하게 되었다. 동의하는 동지들도 있을 것이고,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 동지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울산노동뉴스의 의도가 어떠한 결론을 정리하자는 것이 아니라 ‘06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투쟁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을 논의하자는 의도이기에 개인의 문제의식을 던지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부족한 글을 제출하게 되었다. 부족한 부분은 동지들과의 토론을 통해 채워나갔으면 한다.
1. 내년은 가능한가?
포괄적으로 비정규직노동조합은 존재하긴 했지만, 99년 한라중공업사내하청노동조합이 건설되면서 이 땅의 사내하청 비정규직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은 시작되었다. 부도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생존권인 고용을 보장받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려 하였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해고와 구속 그리고 복직투쟁을 지속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현실을 알려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여기저기 사업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건설되고 전투적인 투쟁을 벌여냈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은 성과보다는 현실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는 교훈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사내하청노조에 있어 내년이란 그저 시간의 흐름 이상이 아니었으며, 자본의 공세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러나 2003년 5월 1일 현대자동차비정규직투쟁위원회(이하 비투위)가 건설되고, 5공장 고용안정 투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새로운 조건이 형성되었다. 초기 비투위 건설을 논의했던 동지들의 핵심 고민은 집단해고 및 집단 업체 폐업이었다. 그래서 요구조건이 분명한 노동조합으로 건설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비투위로 건설하되 실질적인 물리력이 형성될 수 있는 시간 동안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 그리고 당장에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 서로 나눠지기도 했다. 세 가지 입장 중에서 ‘시급히 건설’하겠다는 동지들이 건설 유인물을 현장에 배포하면서 비투위의 활동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초기 현대자본의 대응은 비투위 교육을 감시 사찰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으며, 초기 우려했던 집단 해고는 발생되지 않았다. 그러나 비투위 투쟁을 최초로 제안했던 5공장에서 갤로퍼 단종으로 인해 530명의 비정규직을 계약해지 하겠다는 입장이 발표되었고, 5공장 동지들의 적극적인 투쟁으로 총고용을 보장 받으면서 계약해지를 막아냈다.
그리고 이어 벌어진 2~3차 현대세신과 (주)해성, 성일기업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요구투쟁은 현대세신과 (주)해성 노동자들은 2~3차 동일적용 투쟁을 전개했으며, 성일기업 노동자들은 임률표에 근거하여 업체 착취분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지금도 2~3차 노동자는 동일적용 투쟁을 지속하고 있으며, 1차 업체 노동자들도 임률표를 기준으로 임금 및 인원 요구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부수적으로 당시 1공장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고 원·하청 공투위 차원에서 1공장 10개 업체 사장단과의 집단적인 협의를 진행하였으며, 본 협의와 실무협의(업체사장 2인, 원·하청 각 1인씩)를 진행하였다.
생산을 실제로 중단시키면서 특히 자동차산업 사내하청 노조의 새로운 투쟁 가능성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비록 요구안 전부를 쟁취하지 못하고, 2~3차 투쟁을 주도한 김형기 동지의 해고와 성일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가압류, 그리고 투쟁을 주도한 동지들의 고소·고발, 마무리되긴 했지만 집단적인 논의와 집단적인 실천을 통한 실천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투쟁은 감히 내년이라는 상상력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으며, 실제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설립 이후 건설된 금호타이어 비정규직노조, 기아자동차화성지회, 전주공장 사내하청지회, 대우GM 창원공장지회, 하이스코지회, 하이닉스매그너칩지회, 동희오토지회 등도 상황과 조건의 어려움은 각기 다르지만 거의 모든 노조에서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기아자동차화성지회를 제외하곤 원·청노동조합의 연대 및 지지 수준에 따라 각기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이스코, 매그너칩, 동희오토는 원청노조의 무관심과 적대적 관계로 인해 모든 업체가 계약해지 되어 장외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기아·대우의 경우는 그나마 계약해지 부분에 대해서는 원청 노조가 나름의 방어막 역할을 하면서 투쟁동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도 지속적인 탄압과 원청 노조의 태도 및 조건의 변화, 그리고 원·하청 노조간의 갈등 및 원청노조의 내부 갈등으로 최소한의 방어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자동차화성지회 동지들은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 계약해지를 막아내는 영웅적인 투쟁을 전개했다.
2. 무엇이 모자랐나?
사내하청 노조가 대공장에 기틀을 잡으면서 ‘내년’이라는 화두는 핵심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의 상황을 보면 ‘내년’ 아니 ‘내일’이라는 화두에 얽매여 있다. 원청사의 물량의 변화 및 구조조정의 과정에 의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구용구조는 변화된 조건에서도 우리의 고민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노동조합이 주도한 투쟁이란 “원청의 사용자성을 명확하게 주장 또는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문제해결이 가능한 명확한 요구가 존재했고, 노동조합 차원의 집중적 논의, 대중적 투쟁의 준비 과정, 이를 바탕으로 한 물리적 투쟁의 집행”을 통해 원·하청 자본의 이해관계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판단할 때 우리노조는 세 차례의 투쟁을 제외하면 모든 투쟁이 즉자적·방어적 투쟁을 전개했다. 개인적인 사견으로 노동조합이 주도한 투쟁은 ① 성일기업 투쟁. ② 04년 현대세신·(주)해성·태형산업 노동자의 2~3차 투쟁 ③ 불법파견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1월 달 총력투쟁이라 생각한다.
수세적(방어적) 투쟁이 많다는 것은 즉자적인 투쟁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자본의 일상적인 노무관리의 폭력성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자본의 일상적인 착취구조에 의해 자발적인 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투쟁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런 수세적인 투쟁은 대중적 동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으며, 이해 당사자 전체도 조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일부 활동가 및 결의자의 선도적인 투쟁이 전개되면서 주체의 결정에 의한 마무리보다는 정규직노조의 일정한 중재로 인해 마무리되는 한계를 가졌으며, 몇 가지의 문제를 양산시켰다.
첫째, 투쟁 초기와 투쟁 마무리기 두 번에 걸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발생하였다.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조,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갈등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님.
● 정규직 조합원과의 갈등은 현장 여론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둘째, 투쟁을 진행했으나 투쟁을 통한 노동조합 간부를 형성하지 못했다.
● 투쟁에 결합한 동지들이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고민.
● 고립된 투쟁은 투쟁 주체에게 희생을 요구했고, 이는 내부의 분열로 나타나기도 했다.
● 투쟁과정에서의 집중적인 학습 또는 의식의 전환 및 집단적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셋째, 명망가(골목대장)는 형성되었으나 대중과 지속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 집단적 논의 구조가 아닌 중심 활동가에 의한 결정.
● 중심 활동가의 희생을 통해 형성된 통합력은 투쟁 시기 내부 결속력은 높였지만, 조합원에게 투쟁은 비장하고, 결의에 찬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느끼게 하였다.
반면 공세적 투쟁은 그나마 노동조합 차원의 논의를 통해 진행되었다. 투쟁 준비과정에서 각 업체별로 집단적인 논의와 집단적인 결의를 위한 간담회(토론회) 및 단합대회, 투쟁을 통해 요구안 쟁취 및 면책합의 등의 성과는 05년 6~7월 집단 조직화 이후 각 공장별로 다수의 대의원이 조직되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작년 집단 조직화 이후 기간 투쟁을 중심적으로 조직했던 조합원을 중심으로 각 사업부별 대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1공장(8명), 2공장(9명), 3공장(16명), 4공장(4명), 5공장(3명), 통합(1명) 총 41명의 대의원이 선출되었으며, 이는 5공장의 상황(장기파업)을 제외하면 기간 각 사업부의 투쟁의 경험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세적 투쟁도 ‘투쟁 돌입 이전까지의 일정’만 논의 되었을 뿐 이 투쟁의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실제 주체들도 투쟁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했었고, 이후 투쟁을 계획할 여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투쟁 이후 승리하지 못하면 이후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투쟁 이후의 고민을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하게 하였다. 이러한 현실적 조건으로 공세적 투쟁도 결론적으로 수세적 투쟁과 동일한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
첫째, 조직력으로 형성된 힘이 아니라 분위기로 형성된 힘을 바탕으로 투쟁에 돌입했다.
둘째,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조합원에 대한 구체적 조직화 프로그램의 부재했다.
● 기간 업체 투쟁(경일 투쟁을 제외하면)이 매우 단기간(한 쪽조 투쟁) 정리되었기 때문에 투쟁 장기화에 대한 기획이 부재했고, 이는 투쟁기간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부족으로, 이후 재조직화의 계획을 기획하지 못하는 한계로 나타났다.
셋째, 투쟁이후 탄압에 대한 대응능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 1월 투쟁 경고장 발송에 대한 무 대응은 이후 8월 투쟁 이후 부당징계에 대한 대응 부재로 반복되어 나타났다.
● 현장집회 후 집중집회, 라인순회 후 집중집회 등 투쟁 전술의 다양성이 부족했다. 특히 대체인력 투입 저지와 관련해서 노동조합 차원의 대안 및 계획이 부족했다. 대체인력은 지속적으로 투입되었고, 투쟁(파업)의 파괴력이 약화되면서 이에 대한 책임, 분노가 자본이 아닌 정규직노조에게로 귀결되는 모순이 반복되었다.
기간의 한계는 노동조합의 헌신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극복될 수 없는 비정규직 투쟁의 현실적 조건이 절대적이며, 누구의 잘못이 아닌 비정규직 투쟁의 과제라 판단한다. 즉 현재까지는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노동조합의 의미를 확인시키는 투쟁이 중심적 과제였다면, 이제는 주체적 힘으로 최소한의 성과를 통해 조직력을 형성하고 전면적 투쟁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3. 당장 준비해야 할 것!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 규약 제3조(목적)는 “조합은 조합원이 주체가 되어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단결을 통해 임금 및 노동조건의 개선과 노동자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 향상 및 비정규직 철폐를 그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철폐라는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명확한 목표가 있다고 하더라고 구체적 전술이 없다면, 아니 전술을 운영할 실질적인 조직력이 없다면 그 목표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현재 노동조합은 ‘어떠한 투쟁이든 투쟁은 무조건 정당하며 올바르다는 경향과 현실적 조건에서 어떠한 투쟁도 어렵다.’는 두 가지 편향이 공존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면적인 입장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구체적 전술에 관한 논의, 구체적 실천에 대한 서로간의 논의가 상실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해가 부족하니 당연히 결정에 대한 집행능력과 노동조합의 집중은 미약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이미 주체적 준비 부족과 비정규직노동조합 활동의 현실적 한계로 인해 다양한 전술적 오류를 겪었다. 오류가 반복되면 구조화되고, 현실적 어려움을 얘기한다고 해도 이는 변명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냉철한 자기 성찰을 통한 현실 판단과 이에 따른 구체적 계획이 요구된다.
첫째, 집단적 논의와 집단적 실천을 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현재까지 노동조합의 운영은 대중적이지 못했고, 몇몇 활동가들의 영향력이 방향 설정의 절대적 기준이 되었고, 조합원은 수동적으로 투쟁에 결합했던 관행을 바꿔야 한다.
● 상무집행위원회와 각 사업부 대·소위원들의 집단적 논의(토론회, 수련회, 간담회, 사업부집행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각각의 역할을 결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정보 및 방향에 대한 일상적인 소통을 통해 결정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 설문조사, 임원 간담회, 각 사업부 간담회, 조합원 교육 등을 통해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조합원을 투쟁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
둘째, 투쟁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 중심적 투쟁,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우리가 정리하고 마무리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결코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가능성과 계획을 다양하게 준비할 것이 요구된다. 기간 노동조합의 투쟁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간에 정규직노조를 압박하고 이를 통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했다. 어쩔 땐 우리가 해결할 수없는 문제에 대해서 조합원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투쟁에 대한 의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 투쟁 이후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다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투쟁할 수 있다. 따라서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것을 다 할 것을 요구받지만 현실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
● 단체교섭, 노사협의회, 업체 요구투쟁이든 명확한 요구를 걸고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투쟁이 요구된다. 요구가 불분명하면 대중의 역동성을 자극하지 못하며, 현 상황에 더욱 안주하게 만들고 눈치 보게 한다. 노동조합은 처절하지만 조합원에게 안쓰럽고 불쌍하고 답답하게 보인다면 이는 실패한 투쟁이다.
셋째, 조직화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 조직화는 선언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구체적인 목표와 책임 주체가 명확해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작년 수준으로 대의원을 선출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조건이 있으므로 사업부에서 현직 대의원을 중심으로 작년 대·소위원을 포함한 사업부 집행체계를 구성하여 노동조합의 활동을 공유해야 한다.
● 대의원과 소위원, 각 업체 노사협의회 위원의 집중적 교육을(교선담당자, 교섭위원, 조직담당자) 통해 노동조합의 활동을 공유하고, 조합원 및 비정규직노동자에게 보고하게 함으로써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게 할 때 비조합원의 조직화도 가능하다.
4. 06년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의 과제
노동조합에서 2005년 11월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75.9%가 불법파견 문제가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일부 정규직화이든, 전원 정규직화이든 어떤 기준에 따라 일정정도의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는 기대일 뿐이고, 이 기대가 현실적인 물리력으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현재 노동조합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 있다. 노동조합 내부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입장의 차이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전무한 대응 이로 인한 활동가들의 패배감과 조합원의 위축.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독자적 임단투’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그 도박을 과감하게 선언했고, 조직하고 있다.
‘독자적 임단투’ 원청과 하청을 상대로 교섭하지만,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현실에서는 하청 교섭이 현실화 될 수밖에 없는 임단협 투쟁은 ‘불법파견’ 투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두 가지의 입장을 공존하게 만들었고, 노동조합 차원의 통일된 실천이 어려울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 ‘불법파견 투쟁을 명확한 목표로 하고, 임단투는 수단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편에서는 원칙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현실의 역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첫째, 대중파업을 조직할 수 있는 요구를 통해 조합원을 재조직화 해야 한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라는 원론적 요구로 조합원을 조직하고, 투쟁 동력이 형성된 시기는 2005년 1월 투쟁밖에 없었다. 05년 1월 투쟁이후 5공장 파업대오를 포함하여 현장조직화를 위한 계획을 제출하지 못했다. 핵심 간부들의 해고, 경고장으로 인한 현장의 패배감, 이로 인한 활동가의 상실감은 사측의 탄압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을 조직하지 못했다. 최남선 조합원의 분신, 안기호위원장의 폭력연행 앞에 우리 투쟁은 거의 무기력한 수준이었고, 최소한의 유지(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오류를 극복하게 만든 것은 ‘불법파견 정규직화’의 요구가 아니라 각 공장별로 진행되었던 고용관련 협의 과정, 원·하청 연대회의의 교섭요구로 인한 기대심리의 확대와 정규직대의원회의 입장(조합원에 대한 고용안정 및 책임)을 통한 집단조직화의 성공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결과였다. 어쩌면 8월 투쟁의 초기 조직화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정규직노조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합원에 대한 고용보장이라는 정규직 대의원들의 주장은 최소한 노조로의 결집을 이뤄냈고, 집단적으로 조직된 힘을 통해 노동조합 체계를 만들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투쟁을 조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법파견 정규직화’의 마지막 불꽃이 8월 투쟁으로 소진된 이후 마련된 특별교섭은 표현되지 않는 기대감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즉, 불법파견 정규직화의 요구를 전면에 걸고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특별한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특별교섭에서 일정의 요구안이 제출되는 우연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투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그 기대심리를 어떻게 유지시키고, 집중적 시기를 선택하는 문제는 우리의 과제로 남아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8월 투쟁이 조직된 것처럼 현재의 상황에서 대중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전환의 기대심리, 고용관련 협의(2공장, 3공장, 4공장) 등, 정규직노조의 최소한의 연대에 ‘무엇인가가 덧붙여’져야 한다. 노동조합은 이 무엇인가를 ‘06년 독자적 임단투’로 결정한 것이다. 노동조합의 교섭권 확보. 이를 통한 조직력 확대·강화를 통한 파업권의 쟁취만이 정규직 전환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일상 사업에서 확인되듯이 비정규직노조 대의원들이 업체 사장과의 교섭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는 조합원이 많고, 투쟁력이 높다. 반대로 그렇지 않는 업체들의 조직력은 매우 약하고, 사측의 회유에 금방 반응한다. 노사협의회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업체의 현안문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는지에 따라 조직력은 현격히 차이가 난다. 즉, 업체 사장과 우리 대의원, 임원이 무엇인가를 협의하고 결정한다는 것은 사장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삭감시킨다는 점에서 교섭 그 자체가 가지는 효과이며, 이것이 이해관계에 충실하고, 현실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대중의 투쟁력은 우리의 상상이상을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 임금협약과 단체협약을 진행하는 것이 실제적인 불법파견 투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물리력을 형성할 것이다.
둘째, 불법파견 정규직화는 노동조합의 단결력과 투쟁력에 따라 좌우된다.
특별교섭 보고대회에서 임원들은 우리 투쟁의 결과물로 특별교섭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우리의 자랑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결과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섭석상에서는 당사자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교섭의 정당성과 근거는 ‘3자 실무협의를 통해 1달 안에 특별교섭을 진행한다.’ 원청 노사간의 합의밖에 없고, 불명확한 합의로 인해 해석의 차이가 주요한 교섭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명확한 합의 문구가 없는 노측의 주장이 원칙적이고, 공격적일 수 없다. 정규직노조가 접근하는 방식은 원청 노사합의에 대한 준수, 체결권자로서의 위원장, 노조의 공식 체계를 모두 충족하였고, 교섭위원의 위촉은 노동조합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는 자주권에 대한 침해 등을 주장하며, 현자노조 대의원회의 결정과 현자노조와의 합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당장의 교섭유지를 위한 방편이라는 점은 인정되지만, 실질적인 공동교섭임을 자임하기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지 간에 교섭의 시작과 마무리 그리고 속행의 선택도 정규직노조에게 있고, 우리가 최소한 주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측의 집중적 탄압 이후에도 현대자본에게 직접적인 손실을 가할 수 있는 조직력이 존재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단결력과 투쟁력이 없다면 불법파견 정규직화 전환은 그저 그림의 떡 일수밖에 없다.
셋째,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처우개선 요구는 재고되어야 한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은 01년부터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성과금 및 임금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당시 비정규직 주체가 형성되지 못했고, 비정규직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규직노동조합의 의미 있는 실천이었다.
03년 당시 ‘신규인원 충원 시 40% 사내하청 노동자 채용규정’ 합의는 당시에는 사내하청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채용 기회를 확보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존재했지만, 원·하청 자본에 의해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급기야 05년 원·하청 연대회의 결정으로 ‘불법파견 투쟁이 마무리되는 시기까지는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기도 했다.
현재의 조건에서 ‘정규직노조의 처우개선’도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5년 동안의 처우개선 요구와 결과는 비정규직노동자의 투쟁의 결과물이 아니었고, 투쟁하지 않아도 자신의 처우조건이 매년 상승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활동인 조합원의 처우에 대해 해당 노동조합인 비정규직노동조합이 어떠한 교섭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후 노동조합으로의 집중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넷째, 현대자동차(주)에 대한 다양한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유오성의 좌우명은 ‘한명만 조진다.’였다. 기간 노동조합의 투쟁은 모든 투쟁에 올인 정신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3년 동안의 투쟁에서 확인되듯 현대자동차비정규직의 투쟁은 많은 투쟁마다 많은 변수를 나타났으며, 원·하청 자본은 다양한 방향으로 우리의 투쟁을 봉쇄했다. 상대가 다층화된 전술을 구사하는데 우리는 언제나 하나밖에 모른다면 투쟁은 자칫 외통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다층화된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제기할 수 있는 독자적 임단투, 현재 원하청 노조가 공동으로 제기하고 있는 특별교섭, 비정규직 개악법안을 둘러싼 전국적인 전선의 활용, 그리고 지역차원에서의 현재자동차(주)를 압박할 수 있는 다양한 전술 등을 제기하고, 총체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비록 각 각의 전선의 요구가 다양할 지라도 노동조합이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투쟁을 조직한다면 원칙과 방향이 분산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은 2006년 2월 16일 제4차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①노동3권 쟁취를 위한 사업 ②불법파견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사업 ③노동조합 현장 조직력 강화를 위한 사업 ④지역연대 및 원·하청 연대투쟁 강화를 위한 사업을 확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