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은 자사고 도입에 관한 월권을 중단하라
지난 1월말, 이명박 서울시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강남·북 간 교육 환경 격차를 해소하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강북-은평, 길음, 아현 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 세 곳을 2008년까지 개교”하고, “3월중 자사고를 운영할 재단을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사고의 신입생은 강북학생배정을 50%로하며, 이때 강남북의 기준은 한강이 아니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한 항간의 해석이 분분하다.
교육부가 구성한 <자립형사립고제도협의회>에서는 지난 해 9월부터 11월까지 심층논의를 벌인 결과 ‘현 시기에 자사고 확대 및 제도화는 문제가 있으며, 시범 운영 기간을 연장하여, 자립형 사립고 체제가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 방식을 유도하는데 유효한 정책인지에 대한 판단은 그 이후에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 대체적인 의견 일치를 보았다. 교육부 관계자들도 "자사고 시범실시 확대 여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자사고 운영방침은 교육부가 2월말에나 공식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도 자사고 설립에 관한한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함으로써 이명박시장의 견해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사고와 영재고 설립은 대통령령 규정에 따라 교육부총리가 갖는 정부 고유의 권한(초중등교육법 제61조, 영재교육진흥법 제6조)이다. 서울시장 등 자치단체장은 학교설립에 관한 특별한 법적 권리를 지니고 있지 않다. 자사고 확대에 대해 교육부가 결정하지도 않았고 학교설립이 서울시장 고유권한이 아님에도 자사고 설립법인을 당장 올 3월말까지 선정하겠다는 이 시장의 발언은 월권행위이며 현행 교육자치제를 무시한 것으로써 무지의 소치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시장은 지난번에도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을 하여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이번에 관련 법규정과 권한 소재를 무시한 자사고 발언도 대권을 염두에 둔 자신의 치적을 위한 정략적 의도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장으로서 이렇게 빈번하게 서울을 사적 소유 개념으로 이해하고 개인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듯한 발언을 일삼는 것은 지도자로서 자격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교육정책을 한낱 사적 욕구 총족을 위한 도구로 삼아 성급한 선정적 공약을 발표할 것이 아니라, 차기 대권을 노리는 후보로서 교육에 대한 이해를 먼저 높일 것을 주문한다. 교육에 대한 시장적 관점에서 벗어나 교육공공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고교평준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 진정한 교육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지역에 은평, 길음, 아현 지역에 자사고가 설립되면 향후 어떤 결과가 예상되는지에 대한 교육적 안목을 키우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아울러, 이명박 서울시장은 논의되지 않은 자사고 설립, 재단공모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월권행위를 중단하여야 한다.
사회적 양극화에 따라 교육의 양극화 현상도 가속되고 있으며 학벌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다. 2004년 서울시내 일부 대학들이 수험생의 학력과 상관없이 고등학교가 위치한 강남 북, 수도권, 지방 등 지역에 따라 고교등급제를 실시하거나 대학들이 논술 본고사, 기여입학제를 주장하며 그것을 시행하는 한 대학입시 문제는 여전히 교육 양극화의 핵심고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서울 시장이 진정으로 우리 교육의 양극화문제, 강남북 교육격차문제를 생각한다면, 자사고나 과학고라는 이름의 새로운 입시 명문고를 설립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특목고들이나마 제대로 설립 취지를 살리고, 교육조례제정에 앞장서 일반 학교에서도 특성화하거나 상향 평준화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순리이다.
2006년 2월 6일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