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서울대학교 입학관리본부는 2005학년도 대학신입생 3,319명(정원외 포함)을 대상으로 1학년 동안의 전형별, 고교유형별, 지역별 학업성취도를 조사하여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이번 자료는, 고등학교까지의 교과과정과 질적으로 다른 대학교과의 학습 및 평가 방식에 기술적으로 적응하는 데에 있어서 개별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대학 1학년은 아직 안정된 학업 분위기를 갖추지 못한 혼란스런 시기라는 점 등의 요소가 고려되지 않은 채, 단순히 대학1학년생들의 1년치 학업성적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므로 그 조사 결과에 100%의 신뢰를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에서는 일단 조사 결과가 ‘진실’이라는 전제하에, 그 해석에 있어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보도 자료를 보면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통과한 학생들이 정시모집 일반전형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높아 지방학생들의 잠재력을 주목하였다. 또한 특목고등을 제외한 일반고 학업성취도가 강남북, 시군구할 것없이 전반적으로 고른 것으로 나타나있다. 대부분 대학들은 수능점수차 때문에 고교평준화된 지역의 학교간 고교등급을 내밀하게 주장해왔는데 서울대 1학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지역간 차이가 없다면 이는 매우 유의미하다. 얼마전 정동영 열린우리당당의장이 서울대 정운찬 총장을 만나 2008학년도 입시에서 30%안팎의 선발계획이 있는 지역균형선발제를 늘려줄 것을 요구하였는데 이는 대폭 확대되어야한다.
2. 이 자료에서는 특목고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으며 학업성취도는 학생의 출신지역보다는 교육과정을 통해 스스로 배양한 자기주도적 학습이 더욱 중요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한편 지역별 학업성취도 차이는 강남북, 지역간 학업성취도 차이가 없다고 나타났는데 이는 고교가 위치한 지역보다는 입학생의 실질적 거주지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경제성을 반영하는 지역성이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08입시안에서 서울대는 동일계특별전형을 도입하지 않았는데 특목고의 입시학원화를 방지하고 학교도입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동일계특별전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한다.
3. 서울대학교는 생활기록부위주로 선발하는 특기자 제도를 현재 577명에서 2008년까지 1000명내외로 선발하고 대안학교, 특목고나, 과학고등 다양하고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입학기회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바람직한 발상이나 특기자 전형이 지나치게 경시대회수상자나 특목고 학생위주로 선발되지 않도록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하여 선발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서울대 입시는 공교육 정상화, 지역통합등 우리나라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적지않은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번 자료에 세심하게 살펴보면 우수학생선발(독식)이라는 발상이 밑바탕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2008서울대입시안이 2008입시제도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교육열풍해소, 공교육정상화를 견인해내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게 된다. 서울대는 이러한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학생들을 재단할 것이 아니라 국공립대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한 인재를 선발할 것을 제안한다. 서울대학교는 거대한 동문회의 위세를 과시하며 학벌 귀족 재생산에 몰두할 사립 학원이 아니라, 한 국가의 교육 기관임을 상기하라.
2006. 2.23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