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1일, 교육부 자문위원회인 논술심의위원회는 '서울지역 10개 대학이 2006학년도 수시2학기전형에서 논술고사 기준을 어기고 본고사형 출제를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대학이 충돌하는 논술가이드라인은 어차피 지켜지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논술 난이도가 높아져 수험생들이 당황하고 있는 터에 논술심의위원회의 엄격한 규정 적용에 따라 교육부가 대학 측에 논술고사 개선을 요구한 것은 시의 적절하다. 대학입시에서 다시는 이러한 편법적인 본고사가 재연되지 않도록 교육부는 3불 법제화를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2005년 내신 비중 강화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와 대학별 고사 허용을 통한 대학 자율성의 확대라는, 서로 모순적인 방향의 입시 제도를 제시하고, 입시 현안에 일관성 없이 대응했다. 지난해 봄, 내신 성적 반영 비율확대에 부담을 느낀 고1학생들의 집단행동의 결과 교육부는 내신반영비율을 축소하였고, 6월말 본고사 부활논란이 나오자 8월말, 이번에는 논술고사 가이드라인 발표했다. 이에 본 모임은 논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는 가이드라인 발표는 교육부에게는 족쇄가 될 것이며, 논술고사를 아예 폐지하지 않는 한 대학들의 논술고사는 수험생들에게 부담을 줄뿐만 아니라 기형적으로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논술이 정식 교과목이 아님에도 대학이 논술고사를 강행하여 수험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조기논술교육 열풍을 낳고 있다. 입시 기술학으로서의 왜곡을 낳는 사교육 논술은 수험생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측정하는 논술고사가 아닌 특정과목 지식을 묻고 답하는 한국형 논술고사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고, 이것은 2008입시에서 그대로 재연될 조짐을 보인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이 지난 2월 16일 개최한 <2006학년도대학입시평가와 2008 대학입시중간점검토론회>에 따르면 '2005년 1학기와 2학기의 학생들의 학원수강경향은 내신 사교육이 줄어든 대신 수능 준비와 논술면접과목 수강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교육부가 대학별고사인 논술고사를 인정해줌으로써 대입전형은 각 대학별로 마련한 본고사와 다름없는 논술이나 구술, 면접 등이 중심을 이룰 전망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2008 대입시안은 국가가 가졌던 대입 전형의 주도권을 개별 대학에 넘겨준 결과를 낳고 있다.
내신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여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교육부의 의지는 내신을 불신하고 논술을 통해 우수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들의 강력한 반발에 맞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대학들은 논술채점기준이나 점수분포, 실질반영률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렇듯 논술고사채점에 대한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도 담보되어 있지 못한 현실에서 대학 이기주의 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대학 측의 논술 본고사 시도는 반드시 저지되어야하며 더 나아가 대입논술고사는 폐지되어야 한다.
한편 대학별고사의 영향력과 변형이 난무하는 지금 논술기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번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 현재 대학별로 보는 시험이 사실상 본고사인데, 논술이 본고사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논란은 불필요하다. 교육부는 논술고사 기준이 아니라 논술 고사의 역할과 위상부터 미리 밝혀야 할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생략하고 논술고사기준 운운하는 것은 정책의 선후가 바뀐 것이다. 내신성적 중심이라는 2008입시안이 무력화되고 있는 기로에서 교육부는 향후 이를 되살리기 위한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답해야한다. 작금의 혼란은 교육부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점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으며 논술본고사를 실시한 대학에 실질적 제재가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각 대학들이 논술의 변별력을 높여 학생들을 선발하려는 입시방향에 제동을 걸고, 내신 중심의 선발을 통해 공교육 정상화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힘써야할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논술본고사를 실시한 대학들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해 다시는 편법적인 본고사가 나타나지 않도록 모든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한다. 본 모임은 교육부가 이번 심의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 그 후속조치에 주목하고 있다.
2006.2.23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