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분야, 폭력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획기적 대책을 수립하라
최근 경기도 ㄱ대학 체육학과의 신입생 길들이기가 언론을 통해 크게 문제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ㄱ대학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군대 방식으로 운영하여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고 있으며, 심지어 캠퍼스 내에서조차 일상적으로 군대식 교육을 일삼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 체육대학에서는 아직도 이 같이 시대착오적인 폭력적 전체주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가? 더욱 놀라운 점은 ㄱ대학 체육학과 교수들이 이와 관련하여 소극적인 묵인과 방조의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이런 풍토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학과 교수들이 신입생들에 대한 명백한 폭력사태를 보고도 “체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의 틀이 맘에 안 들면 본인(학생)이 나가야 한다“는 식의 언급을 하는 것은 고등학문연구기관에 걸맞는 최소한의 지성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한다. 체력이 약하다면 체육대학의 학과 실기를 체계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체력을 증진시키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을 유린해가면서까지 폭력적인 오리엔테이션이 자행된다는 것은 애초부터 체력 증진이라는 목적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서, 차라리 폭력에 길들여진 노예적 지배관계의 구축과 그것을 통한 대외적인 집단 우월성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한 전근대적인 의식은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패거리주의로 이어지고, 궁극에는 광기어리고 흉폭한 파시즘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 보장하지 못한다.
한국사회는 민주사회이다.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의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적용되지 않을 수 없는 이념이요, 최소한의 원칙이다. 만일 어떤 개인이나 구성원들을 비민주적으로 구속하고 억압하는 조직이 있다면 그들의 행위는 인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침탈이다. 그리고 그것이 폭력에 의한 것이라면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폭력은 이미 인간의 합리적 이성 그 밖의 영역, 즉 동물적 수준에서나 벌어지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한 가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만든다. ㄱ대학 체육학과의 사례는 단순히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인권 침해의 정도를 넘어서서 인간의 영혼을 압살하는 반인간적인 만행이다. 공포에 질린 눈망울을 하고 파르르 떨면서 눈치를 보게 만드는 그 과정을 ‘교육’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상급자는 하급자에 대한 절대적인 권위를 누리고, 하급자는 상급자에 대한 맹목적 복종심을 가지게 되는 과정은 올바른 인간성을 함양하는 교육의 의미로부터 한참 벗어난 것이다.
지난해 서울대 체육연구소의 연구결과에서 보이는 것처럼 학교운동부 학생선수들의 대다수가 운동부활동에서 폭력 및 구타를 거의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이는 곧 학교운동부 운영방식이 지도자와 학생 간, 선후배간을 지배-복종의 관계 내지 절대적 위계로 이끌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계에 익숙해있는 운동선수 출신 학생들에게 선배에 대한 문제제기는 감히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며, 설사 문제제기를 한다 하더라도 합리적 진위여부를 가리기에 앞서 선후배 서열관계를 무시하였다는 낙인이 훨씬 빨리 개인을 제압하고 말 뿐이다. 본질적으로 온당하지도 않은 지배-복종 관계로서의 서열 관계의 재생산이 폭력이라는 기제를 수시로 관통하면서 더욱 광폭해지고 거대해진다. 그 와중에 개인의 영혼은 심각한 파괴를 경험하게 되고, 사회 전체는 위험한 불안정성으로 몰리게 된다. 사회 전반의 폭력적 인간관계화가 문명화된 선진 사회에 어울리는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힘들지 않은가? 80년 광주의 피비린내와 삼청교육대에서의 피고름은 그저 우연히 발생한 해프닝이 아니다.
사회가 민주화됨에 따라 우리사회 각 부문은 기존의 서열적, 강압적 관행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체육 분야만이 기존의 폭력적 관행을 유지하고 폭력에 관대한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번 ㄱ대학 체육학과의 경우처럼 폭력적 인간관계의 잘못된 관행들이 어느 정도 이슈가 된다 하더라도, 정작 체육 분야 내에서 이번 문제에 대한 본질적 문제제기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 될 수 있을지, 현장에서 실질적 해결이 가능한지 물었을 때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해당 체육학과장의 해명과 개선에 대한 의사표현이 사건이 비화될 것을 염려하여 추스르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감스럽더라도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될 때에는 지체없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등 재발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할 것이다. 한편 해당 사태를 처리해야하는 대학본부나 교육부는 해당학과 문제, 또는 학교내 문제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수수방관 할 것이 아니라 신입생들에게 가해진 명백한 폭력사태에 대해 이를 제재하고 이러한 폭력사태의 근절을 위한 입장과 대책을 밝혀야한다. 본 모임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스포츠 발전에 걸맞지 않게 온갖 병리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초중고 학교운동부를 비롯한 엘리트체육 전반의 구조 개선과 체육 분야 전체가 자정을 위한 새로운 전기 마련을 촉구한다.
2006.3.20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