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누구를 위한 것인가?
스승의 날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스승의 날 증후군에 시달리고, 그 증상은 비단 그 날 하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교사-학부모의 불균등한 권력 관계, 입시성공에 의한 출세 경쟁 구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학부모의 욕망, 부도덕이 가능한 교사관료사회 등이 원인이 되어 일상화, 만연화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그 조건에서도 혹자는 스승의 날을 자신의 삶에 빛과 힘이 되어준 스승을 기릴 수 있는 날로서 삼을 수 있다고도 하고, 스승을 사회적으로 존중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도 하면서 일면 긍정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에서는 부분적인 긍정성, 또는 개별적인 긍정성을 위해 전체적인 부당함을 옹존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실 조건에서는, 또는 역사적으로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스승의 날은 좋은 의미로 탈바꿈할 수 없습니다. 그것의 부분적인 긍정성은 다른 계기와 기회를 만들어 누리면 될 것입니다.
5월 15일로부터 한달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몰염치와 부도덕의 상징적인 집약체로서의 스승의 날의 폐해는, 우리가 거부 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고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반복될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주장하는 바입니다.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전국적으로 70%가 넘는 일선 초·중·고교가 휴교하였다. 이와 관련해서 서울시교육청이 스승의 날을 옮기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히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스승의 날은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다음 세대의 주인공들을 교육하는 숭고한 사명을 담당한 선생님들의 노고를 바로 인식하고 존경하는 기풍을 길러 혼탁한 사회를 정화하는 윤리 운동에 도움이 되고자 이 스승의 날을 정한다’는 순수한 취지에서 출발했다.(1964년 5월 16일 청소년적십자중앙학생협의회 결의문) 이후 1970년대에 한 차례의 폐지와 부활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스승의 날은 왜곡된 교육 현실 하에서 이제는 그 순수성에 대한 불신으로 대단히 염려스럽고 부적절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날이 되었다. 교사들도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 스승의 날은 처신하기가 불편하기 그지없는 날이 되었다. 수업을 하기로 해도 말썽이요, 쉬는 날로 해도 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일각의 주장대로 날짜를 옮기자는 의견에도 동의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그렇게 옮기는 것 자체가 좋은 취지가 아니고 이미 상처가 깊어진 그 흉터를 보여주는 꼴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날을 맞이하는 교사들은 불명예스런 과거의 아픈 상처를 회상하게 되고, 뿐만 아니라 현재와 마찬가지로 일부 극성스런 학부모, 교사들로 인한 잡음의 여지는 여전히 온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상호 존중과 애정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스승의 날과 같은 특정 날을 작위적으로 정하여 외형적인 행사로 기념하는 것으로 유지될 성질이 아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교육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형식적이다 못해 갖은 폐해를 동반할 수 있는 스승의 날은 이번 기회에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2006. 6. 9 함께교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