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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SAT도입을위한 한미FTA협상을 중단하라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논평]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논평]

 

SAT 도입을 위한 한미FTA 협상을 중단하라

 

그 동안 정부는 수차례  ‘미국측에서는 한국교육시장 개방에 대해 관심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범국민교육연대등 여러 교육 시민운동단체들이 한미 FTA를 왜곡하고, 확대해석하며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며 악의적으로 비난하고 자신들의 억울함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지난 7월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2차 협상 첫날, 미국측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의무교육 시장에는 관심이 없지만 인터넷 등을 통한 교육 서비스와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등 ‘테스트서비스’에는 관심이 있다.” 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6월초 1차 협상 뒤 한국측 수석대표가 ‘미국은 한국의 교육과 의료시장개방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 말을 뒤집는 것이다. 

 


이미 미국측은 한미 FTA ‘네거티브 협상방식’에 따라  한국의 공교육을 ‘제외한 모든 부문’-고등교육, 성인교육, 기타교육을 협상대상으로 다룰 것을 누누이 말해왔다. 기타교육에는 초중등교육 단계라고 하더라도 공교육(학교교육)영역을 제외한 모든 부분, 즉 SAT, 영어교육캠프, 영어학원 등 모든 부문이 해당된다. 이 중 SAT는 미국대학위원회와 사설기관인 교육평가서비스(ETS)가 공동주관으로 실시하는 미국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미국측이 SAT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최근에 모 대학이 토익이나 토플점수는 변별력이 없으니 SAT시험성적을 요구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방증하듯, 기본적으로 한국이 SAT와 관련한 풍부한 시장성을 갖고 있고, 또한 그것이 사회 전체의 미국식 재편을 위한 잠재적 지렛대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SAT와 같은 테스팅서비스를 통한 미국 교육체계로의 형식적(단계적) 편입은 사회 체제의 실질적 종속을 낳으며, 그 종속 과정은 경제적으로 불리한 서민들의 고통을 동반한다. 영어만능주의 사회에서 누구든 자신의 영어실력 평가를 위해 비싼 응시료를 지불하고 미국의 인증 절차를 선택할 것이며, 대학은 수능성적대신 SAT성적을 요구함으로써 대학입시에 좌우되는 초중등 교육은 영어교육, 그것도 미국의 테스팅서비스를 통과하기 위한 영어교육(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사교육의 몫으로 떨어져 가혹한 사교육비 부담은 서민의 가계를 황폐화시키고, 초등 5학년 토플대비반, 미국초등교과서를 가르치는 학원, 특목고입시대비 초등어학연수 과정 등의 난립과 같이 공공성을 상실한 사회 전체 경제의 기형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러한 파행 속에서 공교육의 정상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정부의 무지(無知)와 무심(無心), 그리고 억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정부는 1차협상 후 한미FTA 교육부문 민관협의회에서 ‘미국이 테스팅서비스에 관심을 나타냈지만, 테스팅서비스는 이미 개방되어 있는데 솔직히 이해할 수 없다. 왜 조항에 들어갔는지 2차 협상을 지켜보아야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무지하고 안이하게 대처해왔다. 이는 네거티브 협상방식 자체의 기본 성격을 이해못하였거나, 절대적 강자로서의 협상대상인 미국의 정복 야욕을 간과하였거나, SAT를 수단으로 협상에 임하는 고도의 전략과 술수를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자국의 이익에 대한 철저한 계산, 예측 불허의 능수능란한 협상 기술, 모든 사정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정보력과 판단력, 패권국가의 자신감과 거만으로 뭉친 미국을 상대로 그릇된 신념과 무지, 오만을 갖고 협상에 나선 관료들의 손에 국가와 국민의 장래가 내맡겨져있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넘어서 통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한편, 이번 2차 협상에서 제시된 ‘원격교육’도 유보되어야 한다. 협상에서 만만한 것부터 뚫어보자는 심산으로 접근하는 미국측의 의도 대로, 정체불명의 사이비외국교육기관이 우후죽순 설립되면 안그래도 공공성이 실종된 대학교육은 붕괴될 수 있다. 공교육으로 가야할 대학교육이 그러하기는 커녕, 영어라는 막강한 무기를 가진 미국원격대학들의 무차별적 공격 속에 자구책으로서의 미국식 사교육 강화로 나아가고, 질낮은 교육과 학위 장사에 대한 과도한 비용 낭비, 무분별한 자격증과 학위 남발로 인한 혼란과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정부는 안일하고 순진한 판단 속에서 ‘한국 입시학원의 노하우가 풍부해 미국이나 동남아시아의 조기유학생을 상대로 하는 입시학원의 외국진출에 대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라던가 편향된 연구를 토대로 ‘대미 유학적자가 7조원인 현실에서 교육시장이 개방되면 외국유학 대체효과가 생겨 5조원정도 유학적자를 만회하게 될 것’과 같은 주장을 했다. 흔들림없는 신자유주의 철학과 신념 속에서 지난 WTO협상때부터 한미FTA협상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한국교육의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지속적인 자발적 자유화정책(외국교육기관특별법, 외국인학교설립규제완화조치, 제주특별자치도법)를 취해왔다. 또한 이미 실패한 초등영어교육에 대해 반성하고 재검토하기는 커녕 초등학교 1학년까지 영어수업을 도입하려고 하고, 고등교육의 영리법인화등에 대해 여론을 떠 보고 있다. 이러한 시장자유주의 기획을 총체적으로 완성지으려는 FTA협상은 초·중학교 조차도 명문대를 가거나 외국유학을 가기 위한 준비기관으로 전락시키고 그 과정에서 교육양극화, 교육서열화, 공교육붕괴 등을 부추길 것이다. 한미 FTA교육개방을 반대하는 교육시민단체와 정부측 중 과연 누구의 판단이 진실인지,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이미 판명이 났다. 그러므로 이번 미국측 요구는 전면적으로 유보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한국은 한미FTA교육협상을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2006.7.12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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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방 , 한미FTA , SAT , 원격대학 , 테스팅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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