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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서]교육과정수립에대한 합리적절차 요구한다

7월 28일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 제출 의견서

7월 28일, 교육부에서는 ‘주5일수업제를 대비한 국가 교육과정 총론 고시(안)에 대한 심의 및 협의를 위한 2006년도 교육과정심의회(운영위원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당 회의에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이 참석하면서 아래와 같은 의견

7월 28일, 교육부에서는 ‘주5일수업제를 대비한 국가 교육과정 총론 고시(안)에 대한 심의 및 협의를 위한 2006년도 교육과정심의회(운영위원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당 회의에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이 참석하면서 아래와 같은 의견을 밝혔습니다.


문제가 많은 현 7차교육과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반성 과정없이 ‘수준별 수업’이라고 하는 명목을 내세워 부분개정을 하면서, 교육주체들의 비판을 외면한 채 비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강행하려는 교육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교육과정은 교육의 기틀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현재의 비정상적인 입시 교육 구조에서 파행으로 굴절될 수밖에 없는 ‘수준별 수업’을 독단적인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습니다.


교육부 교육과정심의위원회 제출 의견서

 

8월로 예정된 수준별 수업에 대한 확정고시를 연기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한다


김정명신(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위원,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2006. 7. 28


최근 교육부는 2009년 3월부터 연차적으로 실시하고자 하는 차기 교육과정 개편을 위해 영어·수학 교육과정 개정공청회를 열었다. 교육부는 2006년 8월말, 영어·수학 수준별 교육과정 개정안을 확정, 고시하고, 총론 교육과정 개정안 확정안 고시는 2007년 2월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가 개정을 추진하는 이번 교육과정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현행 7차 교육과정의 기본철학을 유지하되 수준별·단계별 교육과정을 삭제하고 ‘수준별 수업’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원단체의 문제제기와 이후 가져올 파장이 예상되어 오늘 개최되는 교육과정심의회에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2005년 말부터 7차교육과정 부분 개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은 다음 몇가지 이다. 첫째, 교육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급별, 과목별 교육과정운영위원회 구성과 운영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점이다.  둘째, 교육부는 현장에 착근하지 못한 단계별·수준별 교육과정을 도입한 7차 교육과정의 실패에 대한 평가를 생략한 채 부분 수정하려 한다는 점이다. 셋째, 이에 대해 교육시민단체와 교원단체에서는 여러 차례 문제를  지적하였으나 이에 대한 진지한 의견수렴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교육운동단체들의 숱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실제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교육부가 주도하는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공청회와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는 성의 있는 의견 수렴을 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교육부가 의도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나 이미 짠 각본을 강행하기 위한 요식적인 절차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교육부는 단계별·수준별 교육과정을 삭제하고 영어·수학 교육과정에 수준별 수업을 도입한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번 교육과정 개편에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모든 입시과목을 수준별 수업에 포함시키고 초등학교까지 권장사항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수준별수업의 의미를 급별, 과목별, 교육과정개편에 주요 핵심어로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주장에 따르면 수준별 수업은 고교평준화제도 내에서 학력차 문제를 해결하고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보완 장치로 불가피하다는 논리이나 수준별 수업은 교육과정에 해당한다기보다는 하나의 수업 방식인데 이를 교육과정 개편의 공식적 틀로 내세우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더불어 교육부는 우열반편성을 가져올 수준별 수업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수업방식 중 하나로 예시해 단위학교 실정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해야할 것이다.


교육부는 수준별수업을 단위학교 자율로 결정할 권장 사항이라고 주장하나 수준별 수업 실시는 이후 학교평가와 연관되어 있어 자칫 강제사항이 될 우려가 있다. 한편 수준별수업은 전국의 모든 학교, 초등학교를 포함해 소위 비평준화 명문고등학교에서도 실시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과거 **고 진학반, **대 진학반으로 왜곡되는등 학부모들의 입시교육의 효율성 욕구에 의해서 수준별 수업이 심각한 교육파행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교육부의 현실을 무시한 이러한 논의는 더 이상 진전시킬 것이 아니라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수준별 수업과 관련해서 내용과 시행절차 두 측면을 고려할 수 있다. 먼저 내용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수준별 수업은 어떠한 것이며 왜 필요한 것인가 라고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얘기하는 수준별 수업이 아닌, 동일한 표현의 이상적이며 원론적인 수준별 수업이란 학생의 지적 능력의 차이와 개성의 차이를 배려한 보다 세심한 교육 방법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한 수업은 일부 권장되어야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경쟁적이고 평화적인 사회적 체제, 교육 구조와 함께 구현될 때 비로소 가능하며 유의미한 것이다. 한국의 교육문제의 원인이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 또는 그것의 변형인 수준별 수업이 없어서 문제인가? 교육이 비정상적인 입시경쟁체제를 의미하는 것에 다름아닌 현실에서는 다른 맥락으로 쓰여진다는 것이 정녕 문제이지 않은가?


정상적이며 타당한 시스템과 결합되지 않는 하위 범주의 기술적인 방법론은 반드시 부당한 결과, 기형적인 왜곡을 낳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의 교육 현실이, 당국의 구상대로 그렇게 안일하고 순진하게 입시현실과의 연관을 무시한 채 교육과정 내에서 수준별 수업을 고려할 만큼 여유롭다고 생각하는가? 진정으로 수준별 수업이 학생들간의 위화감, 열등감, 좌절감, 영혼의 황폐화를 불러오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가? 학교가 자율적으로 입시를 포기하고 순수한 수월성 제고를 위해 학생별 맞춤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인가?


설령 수준별 수업의 현실적합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므로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은 교육행정당국과 전문가의식에 사로잡힌 학문관료집단의 임의적 판단과 독단, 일방적 시행이 아니라 현실과의 충분한 소통, 민주적 절차를 밟는 것이어야 한다. 수준별 수업의 의의는 누가 일방적으로 정하면 타인(타집단)이 동의해주는 방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교육과정과 방법이 타당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결정하는 것은 교육당국, 전문가집단, 교사, 학부모, 시민사회 모두의 협의와 합의 과정 속에서 도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7월 14일 교육과정평가원에서 개최된 영어, 수학과 교육과정 개정안 공청회가 무산되고 이에 대한 교육부의 의견수렴시도노력은 부재한 채 오늘 이시간 까지  강행되고 있다.


급별, 과목별 심의보다 앞선 운영위원회절차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한 상식적인 원리조차 거부한 채 구태의연한 교육당국의 속내는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과정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핵심적 가치를 전수시키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세간에서는 교육과정에 대해 ‘이익집단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부분개정도 예외가 아니어서 교육부의 졸속적인 수준별 수업 교육과정 추진의 이면에는 일부 교수집단의 밥그릇 다툼을 핵심으로 하는 내부질서가 중요한 계제로 작동하고 있으며 교육과정의 개정 결과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교과서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미리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예상된다.


새로운 교과서 개발과 출판 등, 상당한 이권이 개입되어 마치 군산복합체의 교육 버전 식으로, 사익집단의 욕구가 공공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졸속적으로 강행하려는 그간의 교육부의 태도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과거와 같이 교육부가 업자들의 요구에 편승하여 교육과정과 관련한 유관단체의 생산적인 문제제기를 도외시하고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이를 맞추기 위해 형식적인 운영위원회를 통해 밀어 붙이려고 하는 것은 절차상의 큰 과오로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다.


교육부의 실패는 이미 7차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 결과만으로도 충분하다. 민주적인 의견 수렴 과정이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교육과정의 실패의 몫은 교육부와 교육부의 논리에 동원된 유관기관과 관변학자들이 반드시 져야할 것이지만 다시는 그러한 졸속적이며 비민주적인 교육과정개정 추진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오는 8월로 예정된 수준별 수업에 대한 확정고시를 연기하고 수준별 수업이 성공할 여건이나 내용을 점검하여 합리적인 절차와 민주적인 의견수렴을 거쳐야한다. (2006.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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