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교육논평] 교육과정개편, 민주적 절차와 내용으로!
교육부는 7차 교육과정의 수정과 보완을 위해 지난 2006년 말부터 각 학교 급별, 교과별, 총론 시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2007년 2월 말 확정고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교육과정개편을 앞두고 지난 한 달간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주로 교육과정 총론 내용과 운영위원회 심의절차에 따른 것들인데 운영위원회를 포함한 급별, 학과별 소속 위원들의 심각한 문제제기에 대해 교육부는 2월 22일 3차 회의 시 차기 교육과정개편 시 심의회 운영과정과 절차, 방향과 철학에 걸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내용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으로 입장을 밝혔으므로 대폭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교과목확대나 축소문제, 교육과정 정착 여부에 대한 시도교육청단위 평가실시, 음․미․체 내신제외문제등 자칫하면 개악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고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재 교과목확대와 축소문제, 음․미․체문제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부분적인 문제들이며 교육과정논의의 핵심은 아니다. 교육부가 2004년부터 개정 논의를 시작할 때 그 당시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문화연대, 범국민교육연대, 전교조등에서는 기존 교육과정이 교육부의 독단과 학과이기주의 때문에 파행에 이른 것을 지적하고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구성할 것, 그리고 나아갈 방향과 철학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를 무시하고 기존 관행대로 심의회를 운영하였다. 이에 몇몇 교육과정심의회위원들은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2007년도 예외 없이 몇 개 분과에서 위원사퇴소동이 일어나고 위원들 불만이 급증하는 등 교육과정개편이 있을 때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교육부가 교육과정에 관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본 모임은 지난 몇 년 동안 교육과정개편과정을 지켜보며 다음과 같이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촉구하는 바이다.
1. 교육과정을 둘러싼 다양한 요구에 대한 원칙과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철학과 기준이 필요하다.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입시에 종속되거나 여론에 휘둘리고 있다. 최근 필수 과목 수나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학생 부담 축소라는 대의에 어긋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학생 부담은 과목 수나 시간이 아니라, 입시 교과 때문이며 입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소위 입시 과목만 강화하지 않는다면 필수 선택 과목 수를 늘린다고 학생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 주된 이유는 현재 교육부의 교육과정개편방향의 원칙과 철학이 부재하여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 조절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공론화되지도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 결과, 시안에서건 최종안에서건 그 내용이 내내 흔들리는 결과를 보였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목소리 큰 집단, 이해관계를 강하게 표출하는 집단의 의지가 반영되어 영어, 과학, 논술 등 입시교과의 강화로 이어짐과 동시에 더 나아가 보통교육을 통해 교양과 상식을 습득하고 민주시민을 양성하기보다 입시에 찌들린 편협한 인간을 육성하게 될 우려가 크다. 지금처럼 중등교육과정을 대학입시에 종속시킨 채 폐쇄적인 학과이기주의에 휘둘려 입시교과 중심의 부분적인 개정, 땜질식개정에 그친다면 한국교육의 미래는 어둘 수밖에 없고, 무한 경쟁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한국교육의 경쟁력은 저하되고 말 것이다.
2. 교육부로부터 독립된 교육과정심의회를 구성하고 교육과정의 논의구조와 과정, 절차를 민주적으로 진행하여야한다.
최근 하버드대학교는 지난 30년 동안 유지해오던 교과를 대수술하고 필수교양 8개 분야의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이는 서구와 미국중심의 편협한 사고를 극복하고 균형적인 시각을 위해 다양한 사회와 가치관을 다루는 과목을 교양 필수에 편입한 것이다. 하버드대는 오는 3월 교과과정 개편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는데 이는 한국교육과정 개편에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현재 교육부주도로 구성된 교육과정심의회 구성을 대체적으로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교육 관련단체나 유관단체, 전문가군이 일부 참여했다고는 하나 주로 학자, 교육부에 협력적인 단체와 개인들로 구성되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교육부가 교육과정시안에 대한 밑그림을 다 그리고 공청회, 심의회 등은 요식적인 절차로 진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향후 이러한 일은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변화와 함께 교육부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변화해야하며 학과이기주의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부로부터 독립된 사회적 교육과정심의회를 구성, 교육과정의 철학과 방향 전환을 전제로 사회적 논의과정을 통해 교육과정을 개정해야한다.
그동안 몇 차례에 걸친 교육과정 심의회 운영위원회개최와 언론들의 문제제기, 학부모단체의 요구에 따라 필수선택군을 종전대로 하는 것을 포함해 최종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나 절차와 내용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의 개선을 촉구하는 몇몇 단체에서는 운영위원화 급별, 교과별 집단사퇴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 모임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이러한 문제들은 반드시 시정되어야하고 앞으로 공식적인 논의의 틀에서 다루어지고 개선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후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공론화를 통해서 현재의 심의l회가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기구가 되도록 할 것이며 더 나아가 새로운 사회적 기구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교육부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2007년2월22일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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