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교육부는 특목고를 우대하는 주요 대학의 2008대입전형계획에 대해 엄중 조처하라!
최근 고려대를 필두로 서울시 주요 대학들의 2008 대입전형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대입전형계획의 주요 특징은 수능시험의 비중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여러 대학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모집정원의 상당비율을 수능성적만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해당 대학들은 이를 놓고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열린 트라이앵글’이라고 주장하지만 수능시험의 성격에 비춰볼 때 결국 특목고 학생들을 내신의 굴레로부터 자유롭게 하여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계략에 다름 아니다. 이는 수능이라는 전국시험을 바탕으로 변별력에 집착하는 것이며, 손쉽게 줄세워진 학생들 중에서 최상위층 학생들을 독식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일반계고교생들의 자퇴 열풍을 불러올 것이고,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입시준비를 위한 고통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004년 발표한 2008년 이후 대학입시제도안의 기본 목표는 학교교육정상화, 사교육 경감을 위한 내신 중심 선발, 수능의 점진적인 자격고사화이다. 또한 입시 기관화된 특목고 교육정상화를 위하여 외고의 경우 동일계 진학의 원칙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중등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부의 방침은 이번 각 대학입시 전형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는 해당 대학들이 심각한 문제를 가진 2008입학전형계획 철회하기를 촉구하며, 교육부가 수수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엄중 조처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2008대입전형안들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바이다.
첫째, 전국 학생들을 줄 세우는 수능의 변별력에 집착하는 과거 입시안으로 회귀한 것이다. 수능시험은 기본적으로 반복학습이 유리하며,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수도권 거주 학생, 부모의 학력이 높은 학생일수록 유리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수능중심 입시를 내신 패자부활전이라고 말하나 수능시험만으로 진학한다는 것은 패자부활을 넘어 아예 내신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수능 중시의 입시안이 발표되자 내신 성적의 불리함을 극복하기위해 고2 자퇴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해당 대학들의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듣지 않는 것인가?
둘째, 본질적으로 이번 대입전형안들은 특목고를 우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역력하다. 수능의 비중을 강화한 것은 사실상 특목고 등의 우수학생들을 고스란히 인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동일계 전형이라는 원칙마저 무너뜨리면서 상대와 법대진학 문호를 열어두었다. 이는 기형화된 특목고를 일류대 진학을 위한 전초기지로 유지하면서 특목고로부터 준비된 일류대생을 통째로 넘겨받아 해당 대학들의 사회적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목고-일류대로 이어지는 학벌의 심화는 이미 목격되고 있고, 기득권층, 상위계층의 재생산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일류대 진학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로서 특목고를 가기 위해 광기에 가까운 열풍과 맹목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한국의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단 말인가? 스무살까지 오직 입시인생만을 살아야 하는 학생들의 고통은 누가 보상하는가?
셋째, 고려대 전형안에서 보듯이, 해당 대학들이 오직 사회적 영향력 확대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해외파 출신들에 대한 우대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전형을 확대하여 교육 과정에 없는 전형 요소인 토플성적만으로 진학할 수 있게 하거나 SAT성적이 적용되는 대상 학생 수를 대폭 증가시켰다. 이미 이 사회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파가 경제적으로 상위계층이고 세계화 시대에 잠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이상 대학들이 그들을 포기할 리 없다. 어떻게든 유능한 재원을 독점하겠다는 욕심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한국 대학들의 본분이 그것이란 말인가?
넷째, 고려대의 내신차등적용제도 결과적으로 특목고를 염두에 둔 계산이다. 그것은 사실상 유사고교등급제라고 할 수 있다. 내신의 객관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구실로 합리적인 조정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질적으로는 수능만으로 상당수를 뽑고 나서도 남은 특목고 학생들을 유치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이다. 서울대 다음의 영원한 2인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여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서울대 가고 남은 특목고 학생들을 최대한 쓸어가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까지 한국의 고등 교육기관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에 머물러야 하는가?
다섯째, 이번 입학전형계획에는 논술도 어김없이 포함되어 있다. 현 입시에 있어서 논술의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었고,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에서도 지난해 서울대 논술 입시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저항을 하였다. 수능의 변별력 부재를 문제삼아 도입한 논술이 실제로는 변별력이 없다고 하면서 슬그머니 수능을 강조한 이번 입학전형안에서 여전히 논술을 상당 비중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은 논술이 입시와 관련해서 갖고 있는 정치적 성격, 즉 본고사로 갈 수 있는 중요한 경로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보인다. 대학이 국가와 공교육, 사회적 공공성으로부터 이탈하여 무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영리기관으로 거듭나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여섯째, 특목고 등 일부 학생들을 위한 수능 중심의 입시전형안은 대다수의 많은 학생들에게는 결과적으로 수능, 내신, 논술의 삼중고를 유지하게 만든다. 그들이 말하는 열린 트라이앵글이란 그들이 원하는 특정 학생들에게만 열린 트라이앵글이지, 많은 학생들에게는 고생길이 열린 트라이앵글이다. 학생들의 고통을 담보로 잔인한 변별력을 마련해서 우수학생을 고르기 위해 가진 수를 다 쓰는 대학들의 작태는 언제 멈출 수 있을 것인가?
일곱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미 뻔한 의도를 가진 대학들에게 그러한 도량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인가? 사회적 통합을 위해 지역과 계층을 아우르는 전형안이 마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작 20명이라는 사회적 약자 전형 대상 인원은 아무리 마지못해 억지로 끼워넣은 요식행위임을 알더라도 민망하기 그지없다. 악착같이 우수학생을 독식하려는 대학들의 눈에는 사회적 양극화와 소외 계층, 불평등과 위화감, 약자들의 절망과 고통은 정녕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교사, 학부모, 시민을 아우르는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의 이름으로 이상과 같이 이번에 발표된 서울 주요 대학들의 2008대입전형안을 비판하는 바이며, 교육부는 중등교육,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교육부가 발표했던 2008입학제도 방침이 완전하게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교육의 근본을 뒤흔드는 대학들의 2008입학전형계획이 반드시 철회되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바램을 대행하는 정부기관의 맡은 바 소임임을 직시하고 즉각적인 조처에 들어가기를 바란다.
2007년 3월 16일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건강사회를위한보건교육연구회,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교장선출보직제와학교자치실현연대, 그린훼밀리운동연합, 남부교육시민연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서울교육혁신연대, 원탁토론아카데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전문대교수협의회, 전국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 정의교육시민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학벌없는사회,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한국YMCA전국연맹,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흥사단교육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