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특목고 열풍, 자퇴생을 조장하는 고려대 2008 입시안
최근 서울시내 주요대학들의 2008입시안이 발표되었다. 연세대, 고려대의 경우 두 대학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모집정원의 각각 50%를, 그리고 여타대학들도 모집정원의 10%-30% 정도로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대학들은 이번 입시안이 수능 점수나 토플점수만으로 대학을 진학할 수 있어 열린 트라이 앵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 중심의 이러한 입시안은 교육부의 2008 입시안과 정면 배치될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전국 학생들을 줄 세우는 수능의 변별력에 집착하는 과거 입시안으로 회귀한 것으로, 특목고 열풍과, 고교생들의 자퇴 열풍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이마 잘 알려졌다시피, 수능시험은 반복학습이 유리하며,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수도권 거주 학생, 또 부모의 학력이 높은 학생일수록 유리하여 최대 50점 안팎의 점수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에서는 수능중심 입시를 내신 패자부활전이라고 말하나 고대입학생의 31%, 연세대 19.1%, 서강대12%가 수능시험만으로 진학한다는 것은 패자부활을 넘어 아예 내신을 무력화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남지역 일부에 한정될 것인지 모르지만, 수능 중시의 입시안이 발표되자 내신 성적의 불리함을 극복하기위해 고2 자퇴학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수능 성적 진학자 인원수에 견줄 만큼 내신 성적 만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인원을 늘려야한다.
둘째, 특목고와 외국 고교 출신에 대한 과도한 우대책으로, 이것 또한 특목고 열풍, 해외 유학, 공교육 무력화를 조장한다.
각 대학들은 특목고학생에 대한 동일계특별전형을 무시하고 상대와 법대진학 문호를 열어두었으며, 글로벌전형을 확대하여 교육 과정에 없는 전형 요소인 토플성적만으로 진학하거나 SAT성적 반영 전형 인원이 점차 대폭 증가시켰다. 이것 또한 특목고생, 해외 유학생에게 집착하고 있음을 확연히 보여준다.
셋째, 논술의 변별력에 대한 자체의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논술시험을 택한 이유가 불분명하다.
고려대는 2007년 정시모집합격자의 논술시험분석결과 학생 간 점수 차이가 없어 논술변별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발표했다. 이에 항간에서 논술시험 폐지를 기대하기도 했으나, 고려대는 논술 고사를 그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이 실제 변별력도 없는 논술시험을 구실삼아 대학입시의 자의성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면, 논술 시험 실시의 분명한 이유를 밝혀야한다.
넷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미흡하여 실망스럽다.
고려대의 경우 사회적 약자전형이 20명 수준인데, 글로벌 전형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을뿐더러, 사회양극화, 입시양극화가 사회문제 시 되는 현 상황으로서는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의심스럽다. 따라서 시급히 지역균형선발제, 계층선발제를 도입하여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제고해야 한다.
다섯째, 고려대의 경우 내신차등적용제가 변형된 고교 등급제라는 비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며, 또한 이러한 전형 방식이 고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한다.
여섯째, 교육부는 내신중심입시를 강조하였으나 이번 각 대학들의 입시안 발표는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이에 본 모임은 2008 각 대학 입시안이 재고되어야한다고 생각하며, 정부는 현재와 같은 미온적인 태도로 각 대학의 입시안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강력히 지도하여 수능 중심입시로 인한 고교현장의 파행을 서둘러 막을 것을 촉구한다.
2007년 3월 15일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