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동자들의 연대와 희망 월간금비

우리는 누구인가2_채권추심 노동자들

채권추심 노동자와 신용정보법상의 직고용 논란

‘채권 추심’은 IMF와 400만 신용불량자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에게 그리 낯선 단어는 아닐 것이다. 특히 ‘추심업’ 하면 깍두기 머리에 해결사들이 언뜻 떠오르는 것은 일반 매체들에서 보여진 과장된 이미지의 영향이라고 치부하기만은 어려운 경험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채권추심 업계에 관련해 그렇고 그런 식의 ‘해결사’들만을 떠올린다면 그 또한 채권 추심 업계의 부분만을 부각시켜 보는 것이다. 코끼리 다리만 만지는 셈이다.

채권추심업계, 부실채권 회수를 위한 이들의 경쟁

금융, 파이낸스, 자본, 캐피탈, 신용, 크레디트, 투자, 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 자산관리, 펀드, 보증, 팩토링 또는 선물 및 기타 금융업으로 인식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하는 기관들이 금감위에서 인정한 비은행권 추심 기관들이다. 이렇게 법적으로 채권 추심이 가능한 기관들은 크게는 금융권, 신용정보사, 사금융권으로 구분된다.

은행에서 발생한 부실 채권은 당해 은행에 소속된 채권추심 업무 부서가 전담하거나, 자회사를 통해 부실 채권들을 회수하게 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신용정보,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은 신한신용정보, 국민은행은 KB신용정보 등 자회사를 운영하며 채권 회수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이들 은행의 부실채권은 영업점에서 여신관리센터를 거쳐 곧바로 신용정보회사로 옮겨가는 3단계 채권추심절차를 밟고 있다.

물론 외환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같은 경우는 채권추심 자회사를 두지 않고 자체 채권관리팀을 주력으로 운영한 이후에 채권추심회사에 맡기고 있다. 관련해 외환은행은 여신정리부 52명, 하나은행은 채권조사팀 180명, SC제일은행은 사후관리팀 106명을 전담요원으로 배치해 놓았다. 여기에서 회수되지 못한 소위 ‘악성 채권’들은 외환은행의 경우 고려신용정보로, 하나은행의 경우 미래신용정보 등으로 보내지는 것이다.

채권 추심의 또 다른 축인 신용정보회사들의 경우는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이하 신용정보법)에 근거해 신용평가업 및 채권추심 업무를 하고 있다.

신용정보법 제2조 제10호는 ‘채권추심업무’를 ‘신용정보제공-이용자인 채권자의 위임을 받아서 신용불량자에 대한 재산조사, 변제의 촉구 또는 채무자로부터의 변제금 수령을 통하여 채권자를 대신하여 채권(상법상의 상행위로 인한 금전채권에 한한다)을 행사하는 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6조 3항은 ‘허가 받은 추심 전담 기관은 금융감독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허가 조건은 신용조회업무 또는 신용평가 업무를 포함하는 경우는 ‘50억 이상’, 신용조사업무 및 채권추심업무를 각각 또는 함께 영위하는 경우는 ‘50억 이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의 자본금 또는 기본재산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빌려간 채무자에게 돈을 못 받게 됐을 경우 금감위에서 허가한 비은행 금융기관이 ‘위임’ ‘위탁’ 받아 이 돈(부실채권)을 받아주며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IMF 이후 활성화 된 캐피탈, 신용정보사 들이 이 경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대부업의등록및금융이용자보호에관한법’ 제3조에 근거해 시․도에 영업소별로 등록된 사금융권, 속칭 대부업이 채권추심업을 행하고 있다. 물론 등록되지 않은 대부업자들도 채권추심업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금감원 민원항의 1위, 불법 추심

사금융권에서 불법채권추심에 관한 민원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수수료율이 일반 금융권에 비해 10배에 이르고, 등록 되지 않은 사금융, 대부업체의 경우는 법망을 피해 불법 채권회수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1년 동안 3,227건의 사금융, 대부업 관련 상담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196%로 여전히 대부업법상 최고 이자율 연66%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04년 11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대부업체 수는 1만4792개였다. 1998년 모든 금전거래의 이자율을 연25%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이 존재할 당시에 대부업체 수가 3천여개 였다는 사실에 견준다면 5배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계속 발생하는 불법채권추심의 민원으로 인해 정부의 대대적인 불법 대부업체 단속이 시작됐지만 현실적으로 그 피해는 오히려 등록된 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갔고, 결국 많은 업체들이 다시 음지로 숨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지형이다.

[표1] 사금융권, 신용정보회사의 구분 표

사금융(대부업)

신용정보회사

법 률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업 무

금전의 대부 또는 그 중개 역할

신용평가업무, 신용조사업무, 신용조회업무, 채권추심업무

최 고

이자율

법 제8조 대부업자가 개인 또는 소규모기업을 대상으로 소액여신(3,000만원 이하) 제공시 최고 이자율 제한(연 66% 이하)

일반채권(수수료율 최고한도 : 채권 회수금액의 20%)을 특수채권(30%)으로 분류하는 등으로 수수료율 최고한도를 초과하여 약정

감독기구

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도지사

금융감독위원회

또한 2004년 10월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8월까지 금융감독원에 금융회사 등의 불법채권추심을 호소한 민원이 9922건으로 1만건에 달했고 이 중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7345건 이고, 금융회사에 접수된 민원은 2577건이다.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채권추심 민원은 2002년 477건에 불과했으나 2003년에서 8617건으로 급증하는 등 해마다 그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또한 신용카드 및 신용불량자, 금융피해자들의 문제 등 사회 정세 여파의 영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자료들은 불법채권추심에 대한 민원제기가 단순히 사금융, 대부업체에 한정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일반적인 채권추심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에도, 신용정보회사에서도 민원 항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부실채권회수 업무와 불법채권추심이 발생하는 문제는 채권추심업 전반에 대한 이해 속에서 고민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불안정한 고용이 불법추심을 부추긴다

현재 채권추심 업계는 채권추심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채권추심을 대행하는 ‘추심용역 계약고용’을 맺는 경우가 업계의 일반적인 실태다. 자산관리공사 처럼 채용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 채권 수급량에 따라 6개월의 단기 직고용 계약직을 채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IMF 이후 부실 채권 시장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대다수의 채권 회사들은 추심용역 계약고용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의 임금과 고용구조는 당연히 채권 추심 행위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부실채권이 회수되어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추심 단계는 보통 우편, 전화, 직접 방문 추심으로 회수가 안 될수록 단계는 더욱 강화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관리 공사를 예로 보면,

[표 2] 자산관리공사의 회수율에 따른 수수료

회수금(백만원)

지 급 률

직접회수

강제회수

10이하

7%

회수 금액의 1%

상한액: 회수 건당 30만원, 채무관계자별 60만원

10초과 15 이하

7.5%

15 초과 20이하

8.50%

20초과 30이하

9%

30초과

10%

채권추심 노동자가 월 1000만원을 회수할 경우 이 금액의 7%, 70만원을 수수료로 받게 된다. 자산관리공사는 6개월 계약 조건으로 6개월 평균 1억 8천만원을 회수 해야 재계약 갱신이 된다.

오승헌 한국자산관리공사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은 “보통 추심 업무의 경우 평균 2~3개월 동안은 업무를 파악하게 되고, 실질 회수 성과가 나는 기간을 보면 평균 3개월 정도 걸린다”며 “기본급이 없고 성과 수수료를 월급으로 받는 경우 이 기간 동안은 최저 생계비도 못 버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나마 자산관리 공사의 경우 직고용된 계약직의 경우 4대 보험의 혜택을 비롯해 기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좋은 조건인 셈.

일반 신용정보회사에 개인사업자로 계약되어 있는 경우 4대 보험은 고사하고, 기본급은 없고 100% 수수료율로 월 성과급이 정해지는 임금체계 이기 때문에 이들이 채권 회수에 더욱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승헌 위원장은 “불법추심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법안이 정비되고 있지만 채권추심 노동자들의 고용관계와 직결되어 있는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개인사업자로 특수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급 없이 수수료로 수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3개월, 6개월 등 계약 기간 동안 최대한의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해 말 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상황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김현석 비정규직노조 부위원장은 “직고용이 되면 이 같은 불법 추심으로 인한 민원이 줄어들 수 있다. 빨리 회수해서 다른 추심회사 가서 또 챙기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 회수를 해서라도 주린 배를 채워야겠다는 생각 보다는 회사에 ‘민원’이 발생해 인사고과가 나빠지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며 불법 추심으로 인한 과중채무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그리고 채권 회수 업무의 투명성 재고를 위해서는 ‘직고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표3]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하고 있는 수수료 최고한도 규정

종 류

최 고 한 도

구 분

금 액

채권추심

국내채권추심

일 반

회수금액의 20%

특수채권

회수금액의 30%

해외추심

회수금액의 30%

현재 금감위가 정하고 있는 수수료 최고 한도는 일반채권은 20%, 특수채권은 30%(실비는 별도)다. 보통 신용정보사들의 경우 기본급 없이 회수금액의 15~2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채권추심 노동자들이 지급받고 있다. 결국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이유로 채권추심직에 대해 극단적인 유연고용을 추구한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고용 계약관계가 되려 불법 채권추심을 불러일으키는 근본 이유라 할 수 있다.

채권추심 노동자들, 그들의 ‘고용 형태’를 논한 판결

이런 채권추심업계를 벌집처럼 쑤셔 놓은 판결이 나왔다. 05년 4월 15일 수원지방법원의 문혜정 판사(형사10단독)는 롯데캐피탈 등과 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채권추심을 대행해온 추심용역 계약직원 10명에게 ‘신용정보법’을 적용, 각각 30만~2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또 직원 25명에게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당시 문혜정 판사는󰡒업계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하지만 ‘용역’을 통한 채권추심행위는 위법“이라며󰡒다만, 단기간에 걸쳐 채권추심을 해온 피고들은 정상을 참작”하여 선고를 유예했다. 결국 롯데캐피탈측은 문제가 됐던 직원들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채권추심 인원을 대폭 줄여 외부 신용정보회사에 위탁하는 등 후속 대책의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이는 채권추심 업계의 일반적 풍토, 부실채권의 규모에 따라 채권추심 노동자들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계약을 맺고 추심업무를 해 오던 ‘업계의 관행’에 명백한 불법 딱지를 붙이는 사건이었다.

재판 결과도 채권추심 노동자들의 고용관계가 ‘불법’이라 판결했을 뿐만 아니라 신용정보법에도 채권추심업무를 하려면 금융감독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의뢰를 받아 채권회수를 대행하는 것이 ‘불법’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이 논란을 불러왔던 이유는 그동안 업계의 관행과 특성을 이유로 ‘법’을 애써 외면하고, 용역 직원들에게 채권 추심업무를 위탁하는 것을 당연시 해 왔던 채권추심 업계에 대해 추심노동자들을 ‘직고용, 정식 채용해야 할 법적 의무’를 재확인 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채권추심 업계에는 채권추심업 노동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금융감독원은 채권 추심인력 운영 현황에 대한 실태 파악에 들어갔고, 곳곳에서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계약을 맺고 있었던 신용정보사들의 아우성이 이어졌다. 이들은 “채권추심 용역직원을 모두 고용 계약할 경우 국민연금 등 4대보험 가입에 퇴직금 및 복리후생비 등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엄청난 부담이 초래될 것󰡓이라며 '업계가 망할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 “채권추심업무 등록 제도를 도입하자”

금융기관들의 채권추심 위임조직 운영에 내려진 법원의 불법판결에 카드, 캐피탈 등 여신금융 업계가 이례적으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관련 기관들은 부랴부랴 정부 및 국회를 매일 같이 찾아다니며 문제점을 지적, 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법률 개정을 주장했다. 결국 논란을 거듭하던 채권추심 업계에 혜성처럼 법안이 등장했다.

우선 금융감독원은 작년 5월 20일경, `채권 추심 개인사업자 등록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일정 자격을 갖춘 개인이 금융당국에 등록하면 채권 추심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법률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6월 4일 김효석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한화갑, 최인기, 송영길, 이계안, 이낙연, 이상열, 김홍일, 이정일, 손봉숙, 신중식 의원 등 11인 의원의 공동 발의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김효석 의원은 ‘위임직 채권추심인의 체계적인 관리-감독을 위해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한 등록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토록 하고 위임직 채권추심인의 등록-취소요건과 자격요건 및 준수사항을 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김효석 의원은 ‘채권 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개인 사업자로 허용하는 방안’을 제출했던 것이다.

등록제, 불법추심을 더욱 부채질 할 것 비난 여론 일어

그러나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줄을 이었다. 과중채무자들의 경우 채권 추심인들이 ‘등록제’가 됐을 경우 ‘회수’에만 더 주력해 교묘한 불법 추심 행위들이 더욱 성행할 것이라며 관련 의원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발의한 국회의원 전원에게 질의서를 보내 “법안을 철회하고 공정채권추심법 등 신용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하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위임직 채권추심 인력을 통한 채권추심 행위는 불법행위로 감독당국 및 사법당국이 적극 나서서 시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국가경제의 소비주체인 신용소비자(채무자)들을 위한 법적제도적 보호장치가 매우 미약한 상황에서 채권 금융기관들 이외에 신용소비자(채무자)들이 처한 상황이나 의견을 참고했는지󰡓따져 물었다. 또한 불법추심에 대한 단속이 미비하고 대다수 채무자들은 위법부당한 채권 추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도 “개정안은 종래 추심원들의 불법적 행위를 양성화하고 또 하나의 특수고용직 영역을 만들어내는 등 독소조항을 지닌 개악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법안 철회를 강력히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은 국회 재경위 전체 회의에서󰡒이 법안은 자신들의 불법 행위를 합법화하려는 관련업계 로비의 산물󰡓이라며 󰡒재계가 우려하는 모럴해저드는 생계의 벼랑 끝에서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서민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살인적인 고금리로 무분별한 대출을 남발하고 이를 강압적인 채권추심에 의해 회수해 온 금융기관에 있다󰡓고 지적하며 공개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다.

좀 다른 측면에서 개정안 내용 중 채권추심 노동자들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케 하고 등록관리에 관해 ‘신용정보협회의 설립근거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업계에 또 다른 논란을 불러왔다. 채권추심 노동자들의 경우 한국금융채권협회가 주관하는 ‘채권관리사’와 신용정보협회가 시행하는 ‘신용정보사’등 2개의 자격증 시험이 있었던 상황에서 개정법안이 ‘신용정보협회’라는 한 쪽 단위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구는 채권관리사들의 집단적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 철회, 정부에 쏠린 시선

결국 김효석 의원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서민들의 비난 여론 폭주와 상임위 내에서의 비판의견에 따라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철회했다.

그러나 채권추심 노동자들과 업계의 통상적인 개인사업자 계약관계는 불법인 상태로 남았다. 그러니 추심업계는 어떻게든 이들의 ‘직고용을 의무화’ 하는 판결을 뒤집을 법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법’에 따라 이들을 전부 직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에서 추진됐던 신용정보법 개정 흐름이 무산된 이후 채권추심업계는 정부 발의를 통해 법개정을 재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계속적으로 개인사업자 채권추심제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12일 여신금융협회는 "국회에 제출됐던 신용정보법개정안(김효석 의원 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협회 관계자는 "채권추심업무량은 경기상황에 따라 급변동하는 업무인데 현행법은 위임계약직원의 채권추심행위를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채무자들이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며 "위임계약직 채권추심제도가 정착되면 비용을 절감하면서 채무자의 모럴해저드도 막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박종진 고려신용정보 사장은 06년 1월 9일 한국금융신문을 통해 “위임직 채권추심원들을 모두 정직원으로 고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신용정보업법의 개정이 절실하다”며 재차 등록제 도입을 주장했다. 여전히 업계는 채권추심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로 두는 제도를 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탁윤성 재경부 사무관은 “국회에서 법률안이 철회된 상황이다. 국회가 철회한 것을 정부가 다시 올리기는 쉽지 않다. 일단 관련한 법안을 제출할 계획은 없다. 업계의 주요한 요구나 상황 변화가 있다면 추가적으로 변동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아직까지 입장에 대한 변화는 없다”며 신용정보법 개정 계획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불법 계약관계의 채권추심 노동자, 해결되어야 할 직고용의 문제

여전히 2만3000여명에 이르는 위임계약직 채권추심 노동자들이 공공연하게 추심 업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해 김재홍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보좌관은 “수원지법 판결의 취지를 살리는 것은 채권추심업계가 추심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오히려 정부가 제대로 단속도 못하고, 채권시장의 변동에 따라 보험 모집인처럼 유연화된 소모품으로 채권추심 노동자들을 활용하겠다는 의식이나 채권 추심업계가 고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방향으로만 대안을 찾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도 개인사업자 계약을 인정했을 경우 특수고용직 비정규직 직제 하나를 더 늘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또한 그런 선택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추심 노동자들에 대한 ‘직고용’의 의무를 확인해 준 수원지법의 판례는 관련 업계의 눈치보기와 ‘개인사업자 추심업’ 인정 주장, 정부의 업계동향 살피기, 채무자들의 ‘불법채권 추심 근절’의 입장이 맞물려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채권추심 노동자들이 수수료 성과급에 목을 멜 수밖에 없는 급여 구조, 개인사업자로 계약되어 있는 고용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불법 채권추심에 대한 이런 저런 대안들은 말 그대로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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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은영 | 본지 편집위원, 민중언론 참세상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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