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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사건의 전말과 좌파적 대안

론스타가 챙겨갈 4조 5천억은 대체 얼마나 큰 돈 일까?

이 돈이면 결식아동 20만 명에게 질 좋은 점심을 18년간 줄 수 있다. 이 돈은 월급 100만원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450만 명의 한달 급여다. 그리고 또 이 돈이면, 7살 이하 미취학아동과 임산부 전체, 빈곤층 5백만 명에게 지금 당장 무상의료를 실시할 수 있다.

그러면, 론스타는 도대체 무슨 재주로 2년 반 만에 이 어마어마한 돈을 벌게 된 것일까? 이 외국인들에게는 무슨 마술적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전혀 아니다. 알고 보면, 투기자본의 수법은 간단하다. 될 만한 기업사서 대량감원하고, 비정규직 늘리고, 합병이나 부실사업부문 좀 매각하는 식으로 구조조정하면 주가가 오른다. 그때 다시 되팔면 된다. 이렇게 해서 론스타는 4천원 남짓에 산 주식을 1만5천원에 되 팔수 있게 되었다.

론스타는 막대한 사회적 부담 덕분에 회생한 기업의 성과를 가로챘을 뿐, 선진금융기법의 전수나 새로운 부를 창출하지 않았다. 외환은행의 회복에 론스타가 기여하지도 않았다.

하이닉스반도체와 몇몇 재벌 건설회사의 부실채권이 은행경영의 부담이었지만, 이미 론스타에 매각되기 전부터 외환은행은 호전되고 있었다. 이 역시 해당기업들이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노동자를 대량 감원하면서 가능했다.

결국 론스타가 얻게 될 4조 5천억 차익의 원천은 노동자의 희생과 공적자금인 셈이다.

국내 기업주들이 재빠르게 배워서 써먹고 있는 ‘문자메시지로 해고통보하기’가 아마도 론스타가 전수한 유일한 ‘선진기법’일 것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론스타의 ‘먹튀’를 보는 노동자들이 지난 세월 감당해야 했던 고통스런 삶의 후퇴를 떠올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론스타를 비롯한 투기자본이 최고의 수익률을 누리는 동안 대량감원, 비정규직 확산, 양극화, 빈곤화로 노동자들의 삶은 갈수록 고단해 지고 있다.

그러니 론스타 ‘먹튀’사건은 자본의 수익률 회복이 목적인 구조조정의 실상의 집약적 사례인 한편, 외자가 고용확대와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던 정부의 거짓말을 상징한다.

‘론스타 게이트’의 전말과 책임공방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자, 론스타 회장이 ‘사회공헌기금 헌납 다짐 이벤트’를 했지만, 되레 비난만 뒤집어썼다.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매각사건’이라 부르고 있는데, 당시 외환은행 매각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었다.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은 불법으로 몰아 가차없이 짓밟는 저들이 자신의 불법은 ‘정책적 판단’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남이 하면 불륜이지만, 내가하는 것은 다 로맨스라는 격이다.

그러나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은행법상 국내은행을 인수․경영할 자격이 없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하자마자 미국 지점과 지사를 즉시 폐쇄했다.

론스타의 인수는 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경우에 해당해야만 가능했다. 따라서 론스타가 인수하기 위해 외환은행은 부실은행이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매각 전 외환은행의 BIS자기자본 비율은 양호한 상태로 부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외환은행은 이제 막 ‘경영개선 권고조치’를 졸업한 마당이었으니, 부실할 까닭도 없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더 분명하다. 론스타 입장에서 다 망한 은행이었다면, 뭐 하러 사겠는가? 투기펀드가 눈독 들이는 기업은 한때 부실했지만 회생중이거나, 일시적인 재정난으로 실제가치보다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이 대부분인데, 외환은행은 전자에 속했다.

이 때문에 매각을 위한 BIS 비율 조작이 불가피했다. 그리고 이 조작에 론스타와 금감위, 재경부 관료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다. 이 과정은 청와대의 승인 또는 지휘아래 이뤄졌다. 이 사실은 2003년 7월 15일 개최된 ‘비밀 10인 회의’가 폭로되면서 알려졌다.

청와대․재경부․금감위․외환은행․론스타측 대리인들은 이 회의에서 은행매각의 걸림돌 제거를 위해 도상훈련을 하고 각자 역할을 분담했다. 게다가 이 회의 일주일 전 노무현의 중국방문에 외환은행장이 동행한 사실은 오래전부터 청와대 측의 ‘지휘’하에 매각작업이 추진되어왔음을 시사한다.

한편, 당시 매각을 원천무효화하고,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서울 행정법원의 판결에 의해 2003년 금감위의 승인이 무효가 될 수 있다.
행정법원이 2003년 금감위의 매각승인을 무효화 할 수 있는 근거는 정부(금융감독위원회)가 중대한 불법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매각을 최종 승인한 금감위는 재량권을 남용했고 BIS비율조작에도 개입했다.

둘째, 검찰 수사에서 론스타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역시 무효가 된다. 특히 BIS 자기자본비율 조작에 론스타(또는 대리인인 김&장 법률사무소)가 공모한 사실이 밝혀지면, 거래는 취소되어야 한다. 이 경우 론스타에 사기죄가 적용되므로 론스타가 취득한 외환은행 주식은 장물로, 몰수대상이다.

셋째, 금감위가 론스타의 불법 혐의를 근거로 주식 매각 명령을 할 수 있다. 금감위는 은행지분의 10%이상을 소유한 대주주에 대해 반기에 한번씩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되어 있다. 형사처벌을 받는 등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생기면 금감위는 10% 이상의 지분을 강제 매각하도록 명령해야 한다. 앞선 지적대로 론스타는 이미 대주주로서 자격 미달이었다.

물론 이상과 같은 해법은 어디까지나 법에 명시된 내용일 뿐이다.
지금 검찰은 여론의 눈치를 보며 ‘깃털’만 만지작거릴 뿐, 청와대를 비롯한 ‘몸통’은 수사에서 제외해놓고 있다. 십중팔구 검찰은 실무자 몇 명 구속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 들 것이다. 론스타 ‘먹튀’사건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거세자 최근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도 이데올로기적 반격에 나섰다.

‘정서법’보다 ‘국익’이 중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차질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의 ‘정서법’에 따른 제대로 된 해법은 전적으로 대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압력수위에 달려있다.

좌파적 대안

정부가 한미 FTA로 한국자본주의의 구조조정을 더 한층 밀어부치려는 시점에 불거진 론스타 사건은 비록 모호하지만,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중적인 비판과 논란을 제기했다.

가장 일반적인 입장은 이른바 ‘국민경제론’이다.

국부유출을 막고, 한국자본의 경쟁우위를 위해 외국투기자본을 규제하자는 것이다. 이 주장은 노동자들과 일부 진보진영을 비롯해 보수언론과 우파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력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투기자본은 단지 국적이 문제가 아니다. 국내자본도 투기자본의 수법을 쫓아 부를 축적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4조 5천억을 버는 동안, 정부 소유의 우리은행도 그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리고 정부자신이 한국형 투기자본을 육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친 기업주 언론은 문제가 된 투기자본의 횡포에 사후적 조치는 필요하지만, 일반적 규제강화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한편, 투기자본의 횡포가 노무현이나 현 정권의 ‘386세력’과 구분되는 ‘매판관료’집단의 책임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매각은 단순히 ‘외국자본과 야합하여 사리사욕을 챙기는 일부 관료집단’(매판관료)의 일탈적 행위가 아니다.

전현직 관료집단 가운데 ‘이헌재 사단’이 매각을 실행하고, 뒷돈을 챙긴 것은 사실이지만, 노무현과 ‘386세력’의 반대를 무릅쓴 것도, 한국 기업가 전체의 이익에 반한 것도 아니었다.

외국자본이 한국자본주의의 구조조정을 촉진 할 것이며, 이를 통해 한국자본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정부와 한국자본 측의 필요를 바탕으로 외자유입이 확대되었다.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나 한미FTA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투기자본이 횡횡하는 것은 단지 외국자본의 압력 때문만도, 매국적 세력의 도덕적 타락 때문만도 아니다. 따라서 ‘매판관료’ 대 ‘자주적 관료’ 식의 구분은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한다. 그러므로 투기자본에 효과적으로 투쟁하려면, 우선 한국 정부와 국내자본의 정책에 대항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한국정부와 자본가 집단전체의 논리와 우선순위에 맞서는 것이 반 투기자본 투쟁과 한미 FTA 반대투쟁에서 가장 중요하다.
덧붙이는 말

글쓴이 정종남 - 투기자본감시센터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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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 , 론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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