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15회를 맞은 전태일문학상 생활글 부문 우수작인 서분숙 동지의 ‘현대차 노동자들, 참교육의 선봉에 서다’는 울산 현대차 공장 옆의 양정초등학교에서 이뤄낸 작은 ‘변혁’을 보고한다. 대부분 현대차 노동자 자녀들이 다니는 양정초교는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행정과 노동에 대한 편견, 그리고 열악한 교육환경에 짓눌려 있었다. 그러던 곳이 2002년 봄부터, 현대차 노동자 동지들의 열성적인 참여와 노력으로 민주적 운영, 풍부한 교육환경, 양질의 급식이 이뤄지고 학부모와 학생과 교사가 함께 어우러지는 학교를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의 주체로 참여했고, 그 경험을 그려낸 글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서분숙 동지를 울산에서 만나 글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2002년에 저하고 처음 운영위원을 시작하신 분 아이가 지금 5학년이에요. 5년간 학부모위원을 하고 계세요. 저는 3년간만 지역위원을 하고 2년 전부터는 학교를 떠나서 그사이에 출산도 하고. 그게 늘 마음에 얹혀있었어요. 지금은 운영위원이 아니지만 너무나 귀중한 경험이었고, 묻어두기에는 정말 아까웠어요. 이 경험을 언젠가는 글로 남겨야지 생각했는데, 올 여름에 우연히 전태일문학상 공고를 본거예요.”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는 학교운영과 관련된 의사결정단계에서의 학부모, 교원 및 지역인사의 참여를 통한 개방적이고 투명한 학교운영을 목적으로 1996년부터 도입되었다.
“학교운영위 제도가 오래전부터 들어왔는데, 양정초교처럼 정착한 곳이 없어요. 우리 양정초교 사례는 전국적으로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해요. 이를 남들하고도 같이 나누고 싶어요. 다른 학교에서는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교장하고 갈등이 있을 때 난감해하고 그러거든요. 이번 글은 긴 시간을 많이 축소한 거예요. 좀 더 풍성하게 해서 책으로 내고 싶어요.”
서분숙 동지와 현대차 노동자들이 처음 운영위원에 출마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한 노동운동단체 여성 상근자분의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분이 2002년도에 아이를 양정초교에 입학시켰는데, 고민하길 운동하는 사람들이 아이를 학교에 맡겨놓고는 오히려 일반 부모님보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다고, 예를 들면 교육에 지나치게 무관심한 것을 바쁘니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든지. 그런 것을 보시면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아이를 1등 시키고 그런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친다든지 좋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었어요. 이야기하다 조합간부 중에도 누가 같은 해에 입학시킨다고 해서 그럼 우리가 운영위원 출마하자, 우리도 좋은 부모 역할을 하자, 우리가 학교를 바꿔보자고 했지요.”
처음 운영위원으로 학교에 갔을 때는 교장과 몇몇 교사들의 무시와 노골적인 언행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교장이 학부모에게 깍듯하지는 않더라도 운영위원이니까 어느 정도 대우는 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교장이 보는 노동자는 무식하고 못 배우고. 너희가 뭘 아느냐 그런 거예요. 정수기 설치를 건의했더니 선생님들이 하는 말이 너희들이 정말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보리물을 끓여서 정갈하게 담아서 보내야한다는 거예요. 그리고는 교사 전원의 정수기 설치 반대 서명이 담긴 서명용지를 전해오고요. 이 학교는 학부모가 안 바꾸면 아무도 못 바꾸는 학교구나라고 생각했죠.”
서분숙 동지를 비롯한 노동자 운영위원들은 바쁜 일상에도 한 달에 한두 번 있는 정기회의 전에 사전 예비모임을 세 번, 네 번씩 하며 서로 맞대서 공부하고 준비했다고 한다. 교장과 일부 교사와의 깊은 갈등도 있었지만, 꼼꼼한 예삼심의와 감시를 통해 아이들에게만 쓰이게 되어있는 예산은 반드시 아이들을 위해 전부 쓰도록 하고, 양질의 급식을 위해서 각 지역의 생산지를 돌며 보다 낮은 가격에 질 좋은 농산물을 들이고, 수학여행 사전답사를 직접 하는 등 발로 뛰는 노력을 통해 투명한 학교운영과 진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모범적인 학교의 모습은 방송을 타고 전국에 방영되기도 했다.
서분숙 동지의 글이 노동자들의 손에 손을 옮겨 다니며 널리 읽혀졌으면 한다. 이와 함께 더 많은 노동자가 참교육의 선봉에 서는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