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18호] “혁명의 역사는 훼손된 인간노동의 존엄성을 복원하는 과정이다”

[서평] 『청소년을 위한 혁명의 세계사』(박남일 지음, 서해문집)

역사는 일단 지금까지 일어났던 과거 사건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런데 이 과거는 단순히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어떠한 "연관성"을 가진 사건이다. 예를 들면 유럽 봉건제에 불어닥친 위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면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산업 혁명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근대적인 국민국가의 발전이 무엇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역사는 과거(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인류의 행동)가 어떻게 현재를 만들었는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낳은 사건들의 연속을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오늘날의 우리가 되었는지에 관한 답을 내리게 해준다.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현대가 어떠한 시대인지 알 수 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정체성을 부여받으며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방향감각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지난 역사를 올바로 안다는 것은 역사적 지식들을 단순히 암기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 우리가 하는 행동들에 판단 근거를 마련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 국가를 지배하는 전체주의자들의 구호 중 하나는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소설 속에만 존재한다거나 용비어천가를 지었던 조선시대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제도권 교육에서 수많은 왕, 황제, 장군, 총리의 족보와 여러 제도의 이름을 외워왔고 인류의 발명품과 야사에 감탄했으며 그것을 역사로 알고 배워왔다. 자, 그러한 역사 공부의 결과, 어떻게 해서 인간이 특정 사회에 살게 되었는지, 인간이 그들 자신의 행동으로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나간 결과 결국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는가.
‘청소년을 위한 혁명의 세계사’ 는 인간 역사의 가장 본질적이고 역동적인 순간들을 보여줌으로써 그 답을 찾아갈 수 있게끔 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혁명의 역사는 훼손된 인간노동의 존엄성을 복원하는 과정이다. ‘가진 것은 몸 밖에 없는 사람들’과 ‘토지나 자본, 권력으로 타인의 노동을 갈취하는 사람들’이 모순된 두 축을 이루며 대립을 거듭해 온 역사 발전의 장면들이 동서양을 넘나든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일찍이 영웅으로 알고 있었던 카이사르나, 삼국지의 인물들, 그리고 도적으로 평가당했던 황건적 등이 왜 그런 평가를 받았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할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이 책에서 한 사회의 모순이 심화되고 반란과 혁명의 물결이 소용돌이칠 때, 민중의 외침과 저항을 힘으로 뭉개버린 지배계급의 권력 쟁탈전이 너무나도 생생히 드러나는 까닭이다.
또한 이 책에는 지금까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칠레와 베트남, 알제리, 엘살바도르 등 제 3세계 국가의 민중과 혁명의 역사 또한 함께 소개되어 있어 그 의미가 깊다. 청소년 뿐만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혁명의 세계사임에 틀림없다.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 시대에도 혁명은 과연 필요한가?
오직 지난 인간의 잘못을 기억하고, 인간의 행위를 잊지 않는 인간만이, 이 세계에서 실종되지 않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지난 역사에서 사회의 거대한 꿈틀거림, 혁명과 변혁의 고비마다 어떤 길을 따라 나아갈 것인지 인간이 했던 선택, 그 선택이 거대한 사회적 갈등을 거쳐 관철되었던 모습을 살피며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인간만이 다시금 옳은 선택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분명 이에 대한 답을 내리는 과정에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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