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격 경쟁은 최저임금 경쟁을 의미한다. 유통자본이 소수의 관리직을 제외하고 대다수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킨 이유다.
최근 철수한 프랑스 할인점 까르푸의 경우 5년전만 해도 직원들의 대다수가 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러나 까르푸는 차츰 매장에서 정규직 대신 계약직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까르푸는 계약직 채용도 대폭 줄이고 대신 납품업체에게 판매사원을 파견할 것을 강요하였다. 납품업체들은 별수없이 까르푸의 요구대로 판매사원을 매장에 파견하였다.
납품업체들이 매장에 파견한 판매사원들은 대부분 계약직었지만 정규직도 상당수 있었다. 그러나 차츰 납품업체의 정규직 판매사원은 자취를 감추었고 계약직 판매사원 마저도 인력파견업체의 도급사원(불법파견)으로 전락했다. 여러 개의 납품업체들이 판매사원을 공동으로 채용해 매장에 파견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런 경우의 판매사원들은 여러 개의 납품업체들로부터 급여를 나누어 받게 되는데 소속도 불분명하고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는다.
5년전 까르푸 정규직이 하던 똑같은 일을 지금은 납품업체의 계약직이나 도급직이 하고 있는 셈이다. 까르푸의 비정규직 확산은 2005년 새로이 오픈하는 모든 점포의 케셔들을 모두 도급직으로 채용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까르푸의 비정규직 확산 방법은 국내유통자본에 비하면 원시적 수준이었다.
국내유통자본은 이미 수년전부터 핵심판매사원(이마트), 중간관리(뉴코아), 소사장(이천일아울렛) 등으로 불리는 최첨단(?) 특수고용제도를 도입했다. 골프장 캐디와 학습지 교사, 보험 설계사 등과 같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백화점 또는 할인점에서 일하며 판매금액에 따라 수당을 지급받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수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유통자본 뿐만 아니라 납품업체까지 가세하여 특수고용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수년내에 백화점과 할인점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실적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감수하고 이를 통해 유통자본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유통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90% 이상이 비정규직이며 이들의 대다수가 여성이다. 유통노동자들은 국내 다른 산업 노동자들과 비교해서 가장 많은 시간 노동하고 가장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 [까르푸/뉴코아/이랜드 노동조합 공동투쟁] “비정규직 확산을 막고, 비정규직까지 포함한 이랜드그룹 전체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