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당 내에서 북핵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한 쪽에서는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이 1차적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반핵을 지향하는 진보정당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보유를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해야 하며 미국의 핵보유와 전쟁기도를 우선 문제삼지 않고 북한 핵만을 문제시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처사라고 비판한다.
얼핏 보면 양쪽 다 일리가 있는 말로 보인다. 전자의 주장은 진보정당의 원칙에 의거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도 핵이라는 반인도적인 무기의 보유를 찬성할 수는 없거니와, 핵발전조차 문제를 제기하는 진보정당의 입장에서 그것이 북이건 어디건 핵의 확산에 동의할 수는 결코 없다. 게다가 ‘핵을 통한 전쟁억지력 확보’란 하나의 신화일 뿐이며 실제로는 주변국들 간의 군비경쟁의 가속화와 반제반전평화세력의 입지약화라는 역효과가 더 클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국제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인민의 광범위한 반제반전운동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 핵보유를 통한 제국주의와의 상층 정치협상에 의해 체제안정을 보장받으려는 북의 시도는 미제국주의의 입장에 따라 언제든지 그 보장이 깨질 수 있는 취약한 것으로서, 원하는 것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국제적 입지를 약화시키는 전략적 판단착오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후자의 주장도 무조건 배격할 수만은 없다. 현실정치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쪽이 오히려 핵심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을 비판하는 측도 동의하듯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제국주의의 대북압박정책이다. 또한 반핵의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실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니와 핵항모의 남한입항 등 남한에 수시로 핵을 반입시키고 있는 미국을 우선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북한을 먼저 비판하기는 어렵다. 한반도 비핵화는 단순히 북한의 핵개발을 금지하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의 남한에의 모든 종류의 핵반입 금지가 그 핵심사안 중 하나가 되어야 함에도 그동안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즉, 북핵은 비판받아 마땅하겠지만 적어도 북한을 비판하는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미국을 비판할 때만이 그 비판이 균형있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의 측면을 종합할 때, 현재의 당내 논쟁은 양쪽 다 균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전자의 입장은 미국의 1차적 책임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북한을 비판하는 데 치우침으로써 북한지도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할 뿐 실제로 전쟁위기 방지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광범위한 민중적 반제반전운동을 조직하는 데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한편 후자의 입장은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하는 차원을 벗어나 북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차원으로까지 나아감으로써 반핵이라는 진보정당의 근본적 가치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반제반전평화세력의 입지에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고 북미간의 상층정치협상에 치중하는 북한 지도부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결국 양쪽 모두 북한 지도부의 입장을 중심으로 이에 반대하느냐 아니면 이를 인정할 수 있느냐는 차원에서의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는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 대립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 지도부의 입장변화나 미국의 태도변화 따위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직접 행동하는 것이다. 북한이든 미국이든 예외없이, 한반도에서 핵반입을 포함한 모든 핵무기를 없애고 전쟁의 위험성을 방지할 수 있도록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어 광범위한 반제반전운동을 시급히 벌여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전 세계 반전반핵평화운동세력과의 국제적인 연대를 통하여 이 지구상의 모든 핵무기가 사라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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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제반전(2)] 왜 핵실험이 북의 ‘전략적 판단 오류’인가
→ [반제반전(4)]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의 과제와 사회주의실현의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