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결정은 반쪽짜리 직선제를 위한 요식행위였다
총 대의원 1,065명에서 과반수를 50명 넘긴 583명이 참석해 진행된 4월 19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안건 조직혁신안 중 임원직선제와 파견대의원직선제에 대한 투표에서 임원직선제는 70%가 넘는 대의원이 찬성해서 통과되고, 대의원직선제는 50%를 가까스로 상회하는 대의원만이 찬성해 부결되었다. 중앙위에서 직선제 규약개정안이 임원과 직선제로 분리될 때부터 이미 예상을 한 결과이지만, 현장에서 일부 대의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원직선제만을 통과시키려 했던 집행부의 의도는 그대로 관철되었다.
결국 조준호 집행부가 당선된 지난해의 대의원대회나, 현 이석행 집행부가 당선된 대의원대회에서 모든 후보가 공약했던 대의원직선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좌절되었다. 당사자들은 대의원직선제에 따른 행정수요나 번잡함을 이유로 들지만, 집행부나 과반수에 가까운 대의원들이 대의원직선제를 거부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관료적 저항, 즉 조직혁신에 대한 본능에 가까운 거부감이다.
민주노총 혁신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 임시대의원대회
작년부터 일기 시작한 민주노총 직선제를 요구하는 대중적 흐름은 올 초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무수한 논란 끝에 대의원들의 정족수가 모자라 유회로 주저앉으면서 그 맥이 끊어진 것이 사실이다. 정기대의원대회가 끝난 이후 한편으로는 직선제 쟁취투쟁의 성과로 한편으로는 관료들의 입맛으로 제조되어 직선제 통과는 요식절차의 과정으로 들어갔다. 직선제의 목표가 민주노총 혁신에 있고, 직선제라는 방법이 대중의 활력을 통해 민주노총 혁신을 도모하자는 것이었다면, 현 사태는 직선제추진위원회를 비롯해 직선제에 기대를 걸었던 모든 사람들의 바람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현실은 대중적 흐름이 차단되고 관료적 통제하에 직선제 규약개정의 의미가 한정되었다.
결국 명예철도 조합원 이수갑 선배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된 것이다. 즉 간간선제로 당선된 현행 집행부와 조합원의 직접선출로 뽑히지 않은 절차적 정당성이 애초부터 결여된 대의원들의 요식행위에 직선제 쟁취가 사로잡힘으로써 대중의 활력을 회복하고, 민주노총 운동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가능성이 차단된 것이다.
어용세력과 그에 결탁한 소위 정파들의 폐해가 극에 달한 민주노총
민주노총, 멀게는 전노협의 탄생은 단위노조에서 노조 민주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다. 한국노총 민주화라는 허망한 목표를 뒤로하고 법외노조로 출범한 전노협부터 한국노총 해체투쟁의 성과로 건설된 민주노총까지 어용노조와의 투쟁의 역사였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어용세력, 노사협조주의 세력과의 단절과 투쟁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부정했던 한국노총을 답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 민주노총은 출범 때부터 노사협조주의 세력과의 단절을 강화해 나간 것이 아니라, 노사협조주의 세력의 성장을 용인해왔다. 특히 IMF 이후 한국자본의 총체적 위기 속에 이를 극복할 급진적 흐름이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거꾸로 노조 관료들의 저항에 직면하면서, 신자유주의 광풍에 이러타한 저항도 못해본 채 투쟁력에서 내리막을 걸어왔다. 마침내 이수호 집행부 때부터 노골적인 노사협조주의 세력이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쥐기 시작했다.
2007년도에 당선된 새로운 집행부는 이번 메이데이 기념식을 한국노총과 함께 남북노동자 축구대회로 치루는 등 한국노총과의 공조를 하지 않겠다는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위배하면서까지 극복의 대상인 한국노총과의 연대에 열심이다. 이는 현 집행부의 뿌리가 소위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재야운동이념의 한계에 머물고 있는 이념적 성향을 가진 세력에서 출발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노동해방의 이념과는 거리를 두고, 시민운동세력이나 현 집권당 세력과의 공조에 열심이고, 통일운동에 찬성하면 모든 세력과 연대할 수 있다고 믿는 사상, 이론적 허약함을 가지고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민주노총에 있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다.
현 집행부 구성원 다수가 98년도 정리해고법안을 직권조인한 배석범 직무대행의 결정에 찬성을 표하기 위해 대의원대회 기립투표에서 당당히 일어선 사람들이고,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에 열렬히 찬성을 표했던 사람들이며, 강승규 비리사건 때 집행부에서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던 사실은 현 집행부를 노사협조세력, 부패세력이라고 부르는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한다. 게다가 이들이 이수호 집행부 때부터 실제로는 KT사장의 재가를 받은 것이나 다를 바 없는, KT노조 어용대의원의 지지를 받아 잇달아 민주노총 당선에 성공한 사실은 이제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니, 어용세력이라고 불러도 시비를 걸 근거가 없다.
민주노총의 총체적 혁신을 위한 흐름이 요구된다
민주노총이 자기혁신을 위한 기회를 놓치면서, 민주노총은 통째로 노사협조주의 세력에게 넘어갔다. 이것은 역으로 민주노총 혁신의 대상과 우선순위를 간단하고 뚜렷이 부각시켰다. 물론 뿌리 깊은 관료주의와의 투쟁이 전면화 되어야 하지만, 이는 노사협조주의 세력과의 투쟁을 위해 노사협조주의를 거부하는 세력내의 자기 정화운동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남의 눈에 티끌을 시비 걸려면 내 눈에 있는 서까래부터 치워야 하듯, 노사협조주의와의 투쟁을 보다 격화시키기 위해서는 내부의 부패한 관료주의와 비타협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의 성과로부터 노사협조주의와의 투쟁이라는 단일한 전선으로 세력을 규합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노사협조주의와의 투쟁을 준비하면서 민주노총을 노동자계급의 투쟁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은 부패한 관료주의와의 투쟁을 전면화하는 것이다. 부패한 관료주의와의 투쟁을 단위사업장, 연맹, 현장조직까지 전면화하면서, 노사협조주의를 분쇄하기 위한 전선을 강화하는데 총매진할 것을 전국의 동지들에게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