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큰 폭의 정치지형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지만, 본질에서는 ‘신자유주의 정권에서 신자유주의 정권으로의 정권 교체’일 뿐입니다. 이미 노무현은 자신이 당선될 때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린 지 오래입니다.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시켰습니다. 탄핵정국에서 촛불로 지켜주고, 다수당을 만들어주었음에도 개혁은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민중들을 경찰력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마저 억압했던 정권도 바로 노무현 정권이었고, 미국에 할 말을 하겠다던 애초의 약속과는 반대로 미국의 의도대로 이라크에 파병하고, 전략적유연성을 합의하여 평택에 주한미군의 허브기지를 마련해주었습니다. 비정규직의 급증과 빈곤의 심화에 대한 방책은 없는 채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얘기만 하면서 여론을 외면했습니다.
물론 달라질 것은 있습니다. 그나마 형식적으로 민주화운동을 계승했다면서 눈치를 보면서 노무현과 여당이 막아왔던 자유권 관련 법률들은 차기 정권과 차기 국회에서 무더기로 통과될 것입니다. 이제 겨우 유아적 단계를 벗어났을까 말까 한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실력과 실용에 떠밀려 버릴 것입니다. 토건공화국이 불러올 재앙은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곳곳에 남길 것이고, 공공성은 더욱더 후퇴할 것이고, 차이를 이유로 무능력자란 낙인은 차별의 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인권은 총체적인 위기 국면을 맞을 것임을 그의 공약과 인수위원회 인선과정, 그리고 인수위 아젠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운동을 비롯한 진보운동은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전망을 세워야 한다는 데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간의 아류 민주정부에서 급기야는 대중적인 지지마저 상실한 운동의 위기를 이번 대선에서 확인했고, 그런 연유로 철저하게 근본에서부터 운동을 점검하고, 프레임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런 얘기들을 이번 호 특집으로 꾸며 보았습니다. 이명박 시대의 인권운동의 길에 대해 이후에도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랍니다.
새해는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인권에 대한 우리의 꿈은 더욱 풍부하게 꾸는 해이어야겠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 받는 꿈 많이 꾸기를 바랍니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