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명이 일하는 좁고 열악한 공정에서 노동자들이 백혈병에 걸려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반도체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오히려 퇴사를 종용하였습니다. 결국 2005년 12월 골수이식수술을 받으며 투병하던 황유미 씨마저 2007년 3월 2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사진 | 다산인권센터 |
그러나 삼성반도체는 집단으로 백혈병이 발병되어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노동자들이 있음에도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는 하지 않은 채 은폐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미 사망한 황유미 씨의 근무내용을 조작하는가 하면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백혈병 발병자에 대한 숫자도 거짓으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망한 이숙영 씨의 유가족을 만나 돈으로 합의를 하는가 하면 진상을 밝히기 위한 정당한 활동을 하는 대책위(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 참가자들을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온갖 사찰행위와 함께 언론에 물밑작업을 해 관련 기사를 내보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삼성반도체가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는커녕 온갖 수단을 이용해 산재 은폐를 하기 위함이 명백합니다.
산재 은폐에만 혈안이 된 삼성
대책위에서는 그동안 제보자를 찾기 위해 뛰어다니면서 추가로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삼성반도체 노동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이 처음 진술한 내용에 의하면 여섯 명의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쓰러졌고, 이중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대책위 활동을 통해 회사가 처음 진술한 여섯 명 외에도 현재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주아무개 씨가 있음이 밝혀졌고,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은 아니지만 천안공장에서도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박아무개 씨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백혈병 발병자가 이렇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반도체측의 진술은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삼성전자반도체 공장에서 지난 20여 년간 이 공장을 거쳐 간 수만 명의 노동자들 중 얼마나 더 많은 백혈병 발병자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임에도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는 정확한 진상조사는 하지 않은 채 뒷짐 지고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수십 수백 가지의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이미 외국의 경우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됨으로써 암 발병 비율도 높을 뿐만 아니라 핵심 노동력인 젊은 여성의 경우 유산 등 출산 장애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자연유산이나 백혈병 발병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의심이 되는데도 노동부는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한 공장 안에서 여러 명의 노동자들이 같은 질병에 걸렸다면 직업병으로 의심해보고 삼성반도체 회사 쪽의 진술만을 믿을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감독을 통해 삼성반도체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이 발병했는지, 삼성반도체가 산재 은폐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노동부의 할 일입니다.
대책위는 삼성전자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생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산재 은폐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또한 삼성의 노동자들이 삼성 자본의 무노조 경영방침에 맞서 노동기본권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고 연대할 것입니다.
전 공장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현재 삼성전자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을 위하여 산재신청을 한 황아무개 씨가 근무한 부서 외에도 삼성전자반도체 전 공정에 대해 대대적인 역학조사를 요구하려고 합니다. 이미 삼성반도체가 진술한 내용이 거짓임이 밝혀진 상황에서 백혈병 발병자가 더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퇴직자 및 이직자, 그리고 전 사원에 걸쳐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또한 백혈병을 유발시킨 물질을 찾아내기 위해서라도 전 공정에 걸쳐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집단 백혈병의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의 산재인정과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적 요인이 질병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산재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인 것처럼 실제 조사과정에서 밝혀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질병이 업무와 관련되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지 않는 한 근로복지공단은 지체 없이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보상해야 합니다. 산재인정과 보상은 건강과 생명을 희생당한 노동자와 그 (유)가족들의 당연하고 정당한 요구이므로 대책위는 산재승인을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백혈병을 비롯하여 삼성전자반도체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의 건강실태와 그 원인이 되는 작업환경 문제를 정확히 규명하고, 앞으로 또 다른 피해 노동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많은 직업병 연구들이 진행되어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심각한 산업재해 현실이 밝혀지고는 있으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노동현실은 수출 주도산업, 첨단 클린 산업이라는 상징에 가려진 채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더 이상 반도체 노동자들이 병들거나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직업병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동시에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사업주와 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