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원유유출 사태를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 검은 기름에 휩싸인 채 파닥거리며 죽어가는 새들과 갯벌의 목숨붙이들의 아우성이 귀에 너무나 생생하게 들렸다. 생지옥이 있다면 꼭 그곳일 것 같았다. 나는 꿈에서 온몸에 원유를 뒤집어 쓴 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 냄새며,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끈덕진 기름이라니, 정말이지 끔찍한 악몽이었다. 그 악몽을 현실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완전히 파괴된 어민들은 앞으로 얼마 동안을 기름투성이 모래와 자갈을 닦으며 살아야 하는가. 수십 년이 흘러도 생태계는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분개한 태안반도 어민들의 모습에서 새만금 어민들의 절규가 떠올랐다. 그리고는 체르노빌과 히로시마 그리고 나가사키가 떠올랐다. 서해안 지역에서 유출된 1만 리터가 넘는 석유는 몇 개의 원자폭탄이나 핵발전소 폭발로 생겨난 방사능만큼이나 무서운 대량학살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핵과 마찬가지로 석유는 그 자체로 대량살상물질이라는 것이 명확해지지 않았나? 그런 살상물질을 끝없이 소비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사회에 미래는 없지 않을까? 이런 참혹한 세상에서 ‘진보’라는 것이 의미를 가지려면 ‘래디컬’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군사기지 유류탱크에서 졸졸졸 흘러나와 토양에 스며든 기름이 주변을 죽음의 땅으로 바꿔버리듯, 석유에 기반한 자본주의 체제의 욕망은 이제 이 지구를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탈자본주의를 탈핵, 탈석유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살살페스티발 기념앨범’ 제작을 마쳤다. 2007년에만 3장의 음반을 프로듀싱했으니 나도 힘든 한 해를 보낸 셈이다. 올해 초 대추리에서 만든 내 솔로앨범과 황새울 지킴이 노래모음집에 이어 이번엔 갯벌도 살고, 사람도 살자는 취지로 지난해 여름 새만금 갯벌에서 열렸던 감동의 축제를 음악과 사진 그리고 영상이 담긴 앨범으로 모아냈다. 음반 하나를 만드는 것이 나에겐 평화, 생명, 여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직접행동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유통 방식을 거부하고, 내 머리 위에 원유가 쏟아져 내린다는 심정으로 아직 죽지 않은 서해안의 생명들과 함께 살기 위해 한 장 한 장에 내 숨결과 땀을 온전하게 담아 자전거와 수작업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