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7017, 홈리스도 갈 수 있을까?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변하는 서울역 주변, 그 변화를 눈에 띄게 느끼게 하는 ‘서울로 7017’ 고가공원이 지난 5월 20일 개장했다. 개장 한 달 만에 200만 명이 다녀갔다며,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서울로 7017을 홍보하는 광고를 곳곳에서 보게 된다. 철거하려고 했던 서울역 고가도로의 재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며 서울시는 이를 공원화하겠다고 발표했고, 그로부터 2년 뒤 서울로 7017이 열렸다. “철거가 아닌 재생으로, 찻길에서 사람길로” 재탄생했다는 서울로 7017의 홍보 문구를 보며 질문이 생긴다. 서울역 주변을 자신의 공간으로 삼아왔던 홈리스들의 삶도 ‘재생’이라는 말과 가까워졌을까? ‘사람길’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서울로 7017에 홈리스도 갈 수 있을까?
서울로 7017은 노숙인 금지구역? 독소조항 담긴 서울로 조례안
서울로 7017 개장 전부터 언론에서는 노숙인 때문에 이용시민이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는 보도를 하며 시민vs노숙인 구도를 부추겨왔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서울시는 “노숙인도 서울시민으로 공원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고 하면서도 앞으로 제정될 <서울로 7017 이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나 기존의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하여 엄격하게 규제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리고 그 서울로 7017 이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6월 2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조례 13조는 제한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1월 입법예고 되었던 조례안 13조 1항 2호는 “흡연, 음주, 눕는 행위 등 통행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제한행위로 포함하고 있었다. 여타 공원들의 이용 관리를 규정한 다른 조례에서도 흡연과 음주를 제한하는 추세이기에 흡연과 음주는 그렇다고 치겠다. 근데 웬 ‘눕는 행위’? 공원을 걷다가 쉬고 싶으면 앉을 수도 있고, 힘들면 누울 수도 있는 건데 말이다. 다른 법조례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눕는 행위’라는 표현에 눈길이 간 건 홈리스를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언론의 부추김도 문제였지만, 그에 따라 서울시가 방침이라며 내놓는 것들도 문제였다. 서울시가 밝혔던 방침 중에는 청원경찰을 배치해 규제대상들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 나서겠다는 것도 있었다.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한 결과 청원경찰은 아니고 사설 경비용역이라 했다.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장소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규제하는 것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 건 2011년 여름 강행된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의 경험 때문이다.
노숙인을 쫓아내는 조치가 논란이 되자 당시 코레일은 노숙인을 타겟으로 삼은 게 아니라고 핑계 대며 ‘서울역 야간 노숙행위 금지 조치’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리고 이용객들의 민원 해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제공을 위해서 불가피하다며 퇴거를 강제할 특수경비용역을 고용했다.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장소이기에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마치 중립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국가나 자본이 그러한 조치를 통해 겨냥해온 것은 가난한 사람들, 그곳에서 마치 없었던 것처럼 치워내고 싶은 존재들이었다. 보행공원이라는 특징 때문에 ‘눕는 행위’를 제한행위로 특정한 것일 수도 있겠다고 머리로 이해해보려고 해도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원이라고 하지만, 노숙인으로 여겨지는 이들에게는 집요하게 감시의 눈이 따라붙을 것이 예상되었다. 각종 이유를 갖다 붙이면서 진입하는 것부터 가로막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2012년 전국 최초로 노숙인권리장전을 제정하고, ‘인권’이란 말이 붙은 여러 제도들을 만들면서 서울시는 인권도시로 거듭나겠다고 밝혀왔다. 홈리스행동은 지난 5월 20일 개장에 맞춰 서울로 7017을 찾은 박원순 시장을 만나 조례안이 서울시의 시정방향과 배치되고, 차별과 배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에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그런데 6월 2일자로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조례안은 더 심각한 문제를 담고 있었다. 기존 13조 1항 2호 “흡연, 음주, 눕는 행위 등 통행에 방해가 되는 행위”가 2호 “허가되지 않은 장소에서 음주, 흡연을 하는 행위”와 3호 “눕는 행위, 노숙행위 및 구걸행위 등 통행에 방해가 되는 행위”로 바뀌었다. 홈리스 단속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처벌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는 서울로 7017은 곧 노숙인 금지 구역이라는 선언과도 같았다.
이에 홈리스행동은 6월 12일부터 서울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왔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의 조례안 심의가 있던 6월 19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독소조항 폐기를 촉구하고, 심의과정을 방청했다.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배제라는 문제제기가 뜨끔해서였는지 환경수자원위원회 심의에서 13조 1항 3호를 삭제하는 것으로 조례안이 수정 가결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적 조항들이 남아있다. 13조 1항 6호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 8호 “그밖에 시설 또는 작품 등의 보호 및 이용질서 유지를 현저히 저해하는 행위”는 홈리스의 서울로 7017 이용을 제재할 근거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수자원위원회 심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서울시 담당 공무원은 “경찰이 노숙인들이 오지 못하게 금지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해 이를 반영했다는 답변을 했다. 노숙인 복지법이나 서울시 노숙인권리장전, 인권조례 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3호를 삭제해도 다른 조항으로 홈리스 규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 지난 6월 19일, 홈리스행동 활동가 및 회원들이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서울로 7017 조례안」독소조항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여전히 남은 독소조항, 지속되는 차별과 배제
홈리스행동은 정례회가 종료되는 6월 29일까지 서울시의회 앞 1인 시위를 이어가면서 서울로 7017 조례안의 독소조항 폐기를 촉구해나갈 것이다. 홈리스 차별과 배제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조항이니 바꾸는 게 당연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미 제정·시행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도 49조 금지행위에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라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소음과 악취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불허할 것인가. 기준으로 제시하는 ‘혐오감’이란 주관적인 감정인데 이것이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집행자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과도하게 남용할 우려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이러한 문제적 조항이 명문화되어 다른 법조례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곧 제도화 과정에서 차별과 배제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로 7017 조례안의 독소조항 폐기는 이러한 잘못된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철거가 아닌 재생으로, 찻길이 아닌 사람길로” 서울로 7017이 진정으로 재탄생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한 첫 걸음은 바로 홈리스를 개발사업에서 밀어내고 쫓아낼 ‘대상’이 아닌 공간의 역사를 함께 써온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서울로 7017, 홈리스도 함께 걷자! 인권도시 서울, 홈리스도 함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