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정부에서 발송하는 긴급재난문자를 받아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 미세먼지니 폭염이니 하는 것들이 더욱 심해질 거라고들 하던데, 어쩌면 수년 내 하루걸러 한 통씩 재난문자를 받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국가가 ‘나’의 안전을 염려하여 저런 문자를 보내준다는 건 제법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매번 오는 문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외출자제’란 문구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적잖은 위화감을 느끼곤 한다. 아무리 짱구를 굴려 봐도 우리네 세상에서 외출을 자제할 수 있는 삶이란 거의 불가능할 터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외출자제 한답시고 일터에 나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물론 외출자제가 가능한 삶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틀린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예외적인 삶의 반대편에는, 재난에 대응할 그 어떤 선택지도 갖지 못한 수많은 삶들이 있다. 집에 있든 밖에 있든 건강을 위협받기는 매한가지인 그런 삶들, 집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어 도통 외출이란 말을 꺼낼 일이 없는 그런 삶들 말이다. 어쩌면 정말 긴급한 재난이란 이런 삶들을 가리키는 무엇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무수한 삶들을 등진 채 온갖 재난들이 창궐하고 있노라고 호들갑을 떠는 그런 나라에서 사는 것만큼 처연한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