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영국과 미국의 홈리스 관련 보고서들 중에서 의미 있는 내용을 간추려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영국 런던의 다양한 기관들과 아웃리치팀들이 구성원으로 있는 홈리스 연합 정보 네트워크(CHAIN, http://www.broadwaylondon.org)에서는 2013년 4월부터 2014년 3월 사이에 거리 홈리스에 대한 포괄적이고 상세한 자료들을 종합하여 연례보고서를 발간하였습니다.
CHAIN의 데이터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일정 시점에 거리홈리스의 수를 파악하는 일반적인 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지속적이며 포괄적인 특성을 갖습니다. 이런 점에서 거리 홈리스들의 새로운 필요와 경향들을 파악하여 효과적인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하는 데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일시집계조사의 경우 홈리스의 증감 규모 및 비율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데 비해 CHAIN에서는 (2013년 이전에는 거리에서 노숙을 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새로운 거리 홈리스, 최소한 2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거리에서 노숙 생활을 해온 홈리스, 2012년 이전에는 거리에서 생활하다가 2013년까지는 거리 생활에서 벗어났지만 이후 다시 거리로 돌아온 홈리스 등으로 구분하여 파악하고 있습니다. 거리 홈리스의 전체 규모는 2012/13년 6,437명과 비교하여, 2013/14년에는 6,508명으로 약 1% 정도 증가하였지만, 이중에서 2013/14년에 새롭게 거리홈리스로 유입된 사람이 4,363명으로 약 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최소한 2년에 걸쳐 거리홈리스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규모는 1,413명으로 약 2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2년 이전에는 거리에서 생활하다가 2013년까지는 거리 생활에서 벗어났지만 이후 다시 거리로 돌아온 홈리스는 732명으로, 2012/13년에 671명에서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별을 살펴보면, 남성이 87%, 여성이 13%로 나타났고,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6-45세가 3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서 26-35세가 27%, 46-55세가 21%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25세 이하의 경우 23%(18세 이하 11%를 포함)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또한 군인이었던 경우가 10%, 감옥에서 나온 경우가 33%를 차지하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런던의 거리홈리스의 국적을 살펴보면 매우 다양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영국 출신이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6%를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중부 유럽과 동유럽 출신(이중에서 루마니아와 폴란드에서 온 사람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이 31%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어서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이 7%,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도 5%로 나타났습니다.
지원이 필요한 내용과 관련해서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정신질환 3가지를 모두 갖고 있는 경우가 10%로 나타났고, 이와 관련이 없는 경우는 21%에 불과했습니다. 이외에도 지원체계에 따라서 홈리스들이 거쳐 간 경로와 그 경로에서 벗어나 다시 거리로 나온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여 대응하고 있다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노숙을 범죄화하는 경향이 강한 지역일수록 증오 범죄나 폭력도 높은 경향
지난 호에서 증오범죄와 관련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는데, 미국의 전국홈리스연합이라는 단체에서 최근 발표한 2013년 홈리스에 대한 폭력과 증오범죄에 대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보고서는 홈리스들이 증오 범죄와 폭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고서를 통해 파악한 2013년 109건의 피해사례 중에서 18명이 사망(17%)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91건의 사례 중에서는 치명적인 무기로 공격한 경우 53%, 구타가 22%로 나타났습니다. 더 심각한 사실은 이러한 폭력의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경찰의 도움이나 치료를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사례들을 살펴보면, 홈리스 상태에 있는 여성을 유괴하거나 성매매를 강요한 경우, 홈리스들이 거주하고 있는 텐트에 불을 지른 경우도 있었고, 경찰에 의한 폭력과 괴롭힘 등도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22세의 장애인 노숙자를 공원에서 구타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페이스북에 올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모든 가해자의 85%가 30세 미만이었으며, 93%는 남성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피해자의 65%가 40세 이상이라는 특징을 나타냈습니다. 다음은 홈리스를 사망에 이르게 한 증오 범죄 사례 중에 일부를 소개합니다.
홈리스 혐오 범죄
# 텍사스의 휴스턴에서는 자동차로 홈리스 남성을 친 뒤 그 위로 지나가는 행위를 반복하는 모습을 여러 사람들이 목격하였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뺑소니 사건이 아니라 살인을 의도로 한 행위였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체포되지 않았습니다.
# 네바다의 라스베가스에서는 62세의 홈리스 남성이 골목에서 쉬고 있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20~25세 사이의 남성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가해자는 체포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같은 지역에서 쓰레기통에서 50세의 홈리스 남성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3명의 남성이 희생자를 고문하고 구타하고, 칼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후 가방에 넣어 쓰레기통에 버린 사건이었습니다.
# 가석방 중이었던 성범죄자에 의해 47세의 홈리스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 플로리다의 뉴포트리치에서는 세 명의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쉬고 있던 54세의 홈리스 남성을 각목과 주먹으로 폭행하였는데, 그 남성은 병원으로 이송된 후 4일 만에 사망하였습니다.
# 펜실베니아에서는 오랫동안 거리홈리스로 살고 있던 71세의 남성이 70회 이상 칼에 찔려 과다 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 캘리포니아에서는 57세의 홈리스 남성이 15살과 20살 남성의 구타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20살 남성은 희생자인 홈리스가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구걸 행위를 금지하거나 급식이나 음식을 나눠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노숙을 범죄화하는 경향이 강한 지역일수록 증오 범죄나 폭력도 높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홈리스에 대한 증오 범죄를 예방하고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통과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홈리스의 열악한 조건을 이용한 범죄와 폭력이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보다는 노숙을 범죄화하는 경향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의 동기가 홈리스에 대한 편견과 멸시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숙을 범죄화하는 정책보다 홈리스에 대한 폭력과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