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해고자 고압송전탑 점거농성 3일째, 결의대회 열려

"우리가 정말 오르고 싶었던건 철탑이 아닌 평등한 세상입니다"

전기철 부위원장 등 코오롱 노조 해고자 3명이 지난 6일 새벽부터 15만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고압송전탑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화섬연맹과 구미지역협의회가 8일 철탑 옆 도로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구미 코오롱 공장 안에 있는 고압송전탑을 점거농성중인 해고자들

이들이 정리해고 철회 및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고압송전탑 점거농성을 시작한지 3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코오롱 사측은 공식적인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8일 공장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공장 안에는 고공농성중인 3인의 해고자들과 철탑 아래에서 노숙농성중인 30여명의 해고자들이, 공장 밖에는 500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석해 '정리해고 철회 및 노동탑압 분쇄, 고공농성 사수 결의대회'가 열렸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이 느껴지는 15만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저 위 철탑 위의 동지들을 살리는 것은 여기 있는 우리 모두의 몫"이라며 "악질 코오롱 자본과 노무현 정권에 총력투쟁으로 맞서야 한다"며 투쟁을 다짐했다.

"13일까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총력투쟁에 나설 것"

이날 결의대회에서 구미지역협의회 김성현 의장은 "코오롱에 일주일간의 시간을 주겠다. 만약 그 이전에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민주노총 차원의 전면총파업을 조직해서라도 정리해고를 철회시키든지, 코오롱을 불사지르든지 할 것"이라며 강력한 투쟁을 경고했다.

17일째 단식중인 코오롱 노조 최일배 위원장은 "3명의 동지들이 15만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철탑 위에서 농성하고 50이 넘은 동지들이 단식과 노숙투쟁에 나선 것은 단지 정리해고를 철폐하기 위해서가 아닌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탄압에 맞서 굴복하지 않고 더욱더 강고한 투쟁으로 반드시 무너진 노동조합을 지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화섬연맹 배강욱 위원장은 지도부들이 모두 구속을 각오하고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배강욱 위원장은 "13일까지 코오롱 사측이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 뒤에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사측의 책임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모든 지도부가 구속을 결의하고 화섬연맹 차원의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서 철탑농성중인 전기철 부위원장은 핸드폰을 통해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있는 그런 세상을 위해 전국의 동지들, 단결하고 연대합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투쟁하는 길밖에 없습니다"라며 '노동자는 하나다, 끝까지 투쟁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코오롱 노동자들이 철탑에 올랐다. 그들이 정말 오르고 싶었던 건 안정된 일자리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등한 세상이었다"는 결의문 낭독과 함께 이후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화섬연맹은 10일 송전탑 고공농성장 아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후 투쟁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현장조합원, 탄압속에서도 자발적 1인시위에 나서기도

코오롱 구미공장에는 해고자들의 점거농성 첫날 용역경비들이 돌을 던지며 위협하는 등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는 했으나 그 이후 회사측은 30~40명이던 용역경비를 100여명으로 충원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물리적인 충돌은 없는 상황이다.

3명의 해고자들이 고압송전탑을 점거농성한 이후 30여명의 해고자들은 철탑 아래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으며 8일 아침에는 현장 조합원 1명이 자발적으로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며 공장정문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장조합원의 자발적 1인시위는 극도로 통제되고 있는 현장상황으로 봤을 때 무척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한다.

현재 점거농성중인 송전탑은 코오롱을 비롯해 인근공장인 오리온전기와 동국합섬에도 전류를 공급하는 메인 송전탑으로 15만4천볼트 이상의 고압전류가 흐르고 있으며 만약 경찰이 물리적인 진압에 나선다면 농성중인 해고자들이 전류에 감전될 위험이 큰 상황이다.(정기애 기자)

"실질적인 생산타격투쟁에 나설 것이다"

  코오롱 노조 최일배 위원장
17일째 단식농성중인 코오롱 최일배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들어서고 7개월째인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문서수발조차 하지 않으며 철저하게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회사측을 향해 이제 실질적인 생산타격투쟁에 들어갈 것"이라며 강도높은 투쟁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최대한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투쟁을 진행해 왔는데 해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합법, 불법을 가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

최일배 위원장은 이후 투쟁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 조만간 단식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한다.

"1년이 넘게 장기간 투쟁해온 해고자들을 결속시키는 의미에서 단식을 시작했으나 목숨을 걸고 철탑점거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현 싯점에서 단식보다는 강도높은 투쟁을 전개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일배 위원장은 "지금 현장은 노조에서 준법투쟁으로 배포한 리본 다는 것조차 징계사유가 될 정도로 철저히 회사측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조합원들의 마음은 해고자들과 함께 한다는 걸 믿는다"며 반드시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노동조합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죽어도, 살아도 우리는 함께 한다' 송전탑 아래에서 노숙농성중인 해고자들

  노동조합 인정하고 정리해고 철회하라

  정리해고 철회 및 노동탑압 분쇄, 고공농성 사수 결의대회

  3인의 해고자들이 농성중인 고압송전탑은 15만4000볼트 이상의 전류가 흐르고 있다.

  결의대회에 참가한 구미지역 노동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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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쟁

    코오롱은 각성하고 당장 노동자들을 복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