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대추리 평화마을에 독수리 다섯 의남매가?

[취재수첩] 평택 팽성읍에서 만난 주민들 ‘그날 이후’

아비규환의 지난4,5일의 충돌 이후 8일 평택 팽성읍을 다시 찾았다. 곳곳에 경찰과 군인들이 상주하는 그곳에 예전 같이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평택 팽성읍의 주민들, 이름도 연령도 모른 채 들었던 그들의 이야기들을 기자가 재구성해보았다. 이날의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제작된다. -[편집자주]


“나 울 때 빈틈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더라고. 그랬으면 어느 정도 내보내야 될 것 아냐. 이 많은 국민들이 어느 정도 보게끔 말여. 우리 딸들이 봤으면 아이고 우리 엄마가 저렇게 우는구나 했을꺼 아냐. 서울서 저 부수는 거, 애들 잡아가는 것만 보고 그랬으면 억울하지 않지”

‘본 사람은 많은데 말하는 사람은 없다’는 황필순 할머니의 역정처럼 언론마저 외면한 수많은 이야기들과 감춰진 진실, 할머니의 응어리진 억울함 등을 바람이라도 실어 실어 설 산다는 딸내미에게 전해주었으면 했건만, 20여년 전 5월의 광주를 재연했다는 평택의 5월은 상처 입은 황새울 들녘의 낮은 통곡소리마저 잔잔한 바람결에, 찬란한 빛 속에 가둬버린 잔인한 계절이 되어버렸다.

거기다 지난 4일과 5일 민과 군의 물리적 충돌 이후 ‘한시적 평온’이 찾아왔다고 떠들어대는 언론의 보도와는 다르게 이곳 평택 팽성읍의 되찾은(?) 일상 속에는 한 번씩 가슴을 쓸어내려야 견딜 수 있는 비가시적인 충돌과 불과 몇 일만의 자신들을 이방인으로 만들어버린 낮설은 현실이 공존하고 있다.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나와. 너무 분해서. 옛날에 없이 살아서 고생할 때 학교를 장만할 때 쌀 걷고 한 걸 생각하면 나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모아서 힘을 모아서 한 걸 생각하면 너무 분하잖아. 그러니까 한 없이 눈물이 나와서 울었어. 우리 3남매를 그 학교에서 졸업을 시켰어. 우리 딸도 그 장면 보면서 서울서 울었대”

대추분교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 이후 팽성읍 황새울에는 마을 곳곳 경찰 및 군인들이 상주하고, 배치된 경찰들이 마을을 통과하는 주민들에게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하는 등 묘한 긴장감이 상시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5월말이면 초록빛을 띌 논두렁에 맘대로 처진 철조망, 손자 같은 군인 아그들과 그들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혀버린 논밭 등 하루에도 몇 번씩 황망한 얼굴로 내려다보며, 가라앉지 않는 가슴을 얼마나 무심히 쓸어내려야만 했던가! 한시적이나마 찾아왔다는 평온은 이곳의 평온이 아닌 ‘그들’의 평온일 뿐이다.

“이 새끼들이 보통 잘못한 게 아니야. 저희는 법이고 우리는 무경우야? 저희가 무경우지. 우리들 보고 무경우를 한다나. 법을 알지도 못하는구만, 이 새끼들이. 일자무식으로 살았어도 너희들보다는 낫다고 그랬어. 어떻게 이 정도까지 하느냐. 너무 하는 거 아니냐 그랬어”

대추리 입구에서부터 만난 10여명의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비교적 나이가 적은 주민들은 말만 하면 무식했지만 착하게 살았다거나, 무식하다고 무시하는거냐며 항의 아닌 항의, 항변 아닌 항변을 한다. 행정대집행이니 군사보호시설이니 도통 모르는 소리만 해대며 돈 줄테니 이 땅에서 나가달라는 집달관들의 동화책 같은 이야기,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그들의 신세 한탄이 못 배운 것에 대한 책망으로, 그럼에도 착하고, 죄 않짓고 살았다는 항변으로 나타나는 것. 이는 또 주민 없는 주민공청회의 후과이자, 주민을 무시하고 저지른 무시무시한 정부의 행태에 대한 우회적 항의이기도 하다.


“국민들 피 빨아먹고 사는 인간들이 읍내에 있는 깡패새끼들은 못 잡고, 우리는 남의 것 탐내고 살아본 적도 없는데 우리가 무슨 죄가 있어. 농사짓는 사람들이면 무식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도 생각 있어. 말할 때 마다 무시하는 것 같아서 신경질 난다니깐. 정부에서 깔아 뭉게는 사람은 농사꾼들뿐이야”

어느 날 대추리에 찾아온 대학생들이며 신부들, 어느 어느 단체 활동가들이라는 이들이 노래도 가르쳐주고 논밭도 함께 일궈주었다. 그러나 지난 4일과 5일 이후 이들이 외부불순세력으로 둔갑하며 대추리 주민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리는데, “그래 나 농사만 하고 살았다! 그래도 착하게 살았어!”라는 주민들의 하소연이 실없이 들리지만은 않는다.

“경찰이 우사 들어가는 입구를 막아놓아서 그래서 우리 아버지가 소밥 주는 것도 실갱이를 벌이면서 다녔어. 거기는 일반인 출입이 안 되는데, 그날 2시쯤 불이 났잖아. 주민들이 불 끌려고 가는 것도 막고 불자동차도 못 들어가게 막은 거야. 그 앞으로 군인이 있고, 경찰도 있었어. 누전이라고? 누전은 지들이 좋으라고 하는 얘기고 누전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우리 땅에 씨 뿌린다는데 왜 못 들어가겠냐, 잡아가는 것은 무섭지 않아. 못 들어가게 해도 그냥 들어가는거야. 그게 우리 방식인데 뭐. 우리가 하는 일이고”

범대위와 주민대책위 사이의 정치적 긴장관계를 형성시키려는 움직임과 무관하게 대추리 주민들은 지난 600여 일 동안의 투쟁 속에서 소박하지 않은 자신들의 방식을 찾고 있다.


“주민들이 초등학교를 철거하는데, 그냥 대성통곡을 했지. 그 날 여기서 촛불집회 하는데, 대성통곡을 하는 거야. 거기에 동시에 철조망을 쳤고, 거기에 대한 위압감, 국방부가 그걸 바라는 것인지. 그런데 그럴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아”문정현 신부,

“학교 헐을 적에 그거를 내 간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 나도 저런 손녀딸이 있는데, 아이고 저걸 어쩌면 좋냐고. 의경놈들이 날 이렇게 앉아서 쳐다보는데, 여기 와서 바짝 이러고 앉아서 막고 있는 거야. 어느 개가 짖느냐고 쫙 서는 거야. 늙은이가 말하는 건 들리지가 않냐. 바짝 이렇게 섰으니까 씨팔 놈의 새끼들 부랄을 잡을까보다 그랬더니 죽을 라고 그러는 거야. 너희들이 죄 없는 거 다 안다. 그래도 악에 바치니까 그러는 거야” 어느 남정네의 거시기 잡는 것도 마다 않겠다는 주름이 깊게 패인 할머니,

“학생들이 소란을 피운 것도 아닌데, 경찰이 학생 잡아가는 것 봤지 그것들 붙들고 매달리느라고 노인들 다 까지고, 전경차를 저쪽에다 세워놨었지. 할머니들이 쫒아가서 내놓으라고 하니깐. 팔 잡고 끌어내고. 이씨가 그 다음날 못 일어난 거 알어! 그이가 원래 환자거든. 그래서 여기저기 청심환 찾고 난리 났지” 청심환으로 마음을 달래며 끝까지 싸운다는 어떤 아주머니까지.

9일도 616일째 촛불이 밝혀진 평택 팽성읍 대추리 평화마을에는, 황새울을 지키는 독수리5의남매(제보에 따르면 그들은 각종 조류의 탈을 쓴 5의남매 였음)가?^^ 아니 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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