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사태 3일째, 정치권 대처 혼탁

정부-국제공조, 여당-대북포용, 한나라-준전시체제

북핵문제 대처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처가 소란스럽다. 10일 오후 한명숙 총리는 '국제공조'를 강조하며 대북제재 동참하고 유엔결의안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밝혔다.

또한 버시바우 주한미대사가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실험 이후 한국정부의 PSI관련 활동이 더욱 확대되길 희망한다"고 의견을 피력하자,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이 "PSI에 부분적으로, Case By Case(사안별)로 하려 한다"고 발언했다. 아직 상황이 완전히 파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할 뜻을 우리 정부 스스로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11일 오전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한 대북제재안 수용에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미국이 추진하는 PSI, 대략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김근태, “PSI 참여 안돼“, 대북제재, 유엔헌장 7장 원용도 우려

김근태 의장은 16차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해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한 3대원칙을 제시하면서 이 같이 발언했다. 김근태 의장은 '평화적 해결원칙'을 첫 번째로 제시하면서, 특히 "PSI는 직접적인 나포와 수색과정에서 무력사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어제 국회에서 유명환 차관이 PSI 부분 참여를 언급했는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직접 유명환 차관을 거명하면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근태 의장은 "대신 적극적인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 남북한 당국간의 실질적인 대화를 다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경분리'원칙을 제시하면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사업은 포기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근태 의장은 그러면서, "교류협력 사업은 평화를 지키고, 우리가 한반도 문제에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평화라인"임을 강조, 대북 포용정책을 지속적으로 고수해야 함을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위기 조장?

김근태 의장은 이어, 한나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우리 경제를 곤경에 빠뜨리는 언동 중단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오늘의 상황을 준전시상태라고 주장하고 있고, 전면적인 대결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이 강경한 자세로 현 상황을 대결구도로 몰고 가면서 오히려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한길 원내대표도 "위기가 외부에서 비롯되었을 때 내부의 단결과 일치된 대응이 절실하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라며 "국가적 위기 상황이고 안보가 위협에 처했을 때 내부를 향해 칼끝을 겨누는 것이 과연 수권정당을 꿈꾼다는 제1야당의 태도일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나라당, “2차 핵실험도 했다는데..” 불안 불안

그러나 한나라당은 연일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배석한 한나라당 당직자들 모두 11일 새벽 일본에서 보도되었으나 오보로 판명된, 북한의 '2차 핵실험'설을 빠짐없이 거론하며 '위기의식'에 고취된 모습을 보였다.

강재섭 대표는 "지금 외신에 의하면 2차 핵실험을 했다는 설도 있다는데, 어쨌든 준전시상태라고 우리가 규정을 하고 우리가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애매모호하고 무사 안일한 태도를 버려야 된다"고 주장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주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는데, 10일 청와대 오찬에서의 대화가 못내 못마땅한 듯 이 문제를 재차 거론했다. 특히 내각 전면교체 주장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전장에서 말을 바꿔 타지는 않는다'고 응수한 것과 관련, "말 전체를 교체하기 어렵다면 당장 말굽이라도 바꾸고 말안장이라도 바꾸고 해서 외교 안보라인을 바꿔야 될 것 아니냐"며 외교안보라인 교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대통령의 언사가 "마디마디가 틀리고 서로 비트는 그런 용어"라고 비꼬았다.

이에 강재섭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국민 담화나 국회에 출석해 사과하고,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할 것, 명확한 대북정책 입장을 밝힐 것 등을 촉구했다.

김형오, "대북지원 중단해야".. 정형근, "북핵 성공 '확신'"

김형오 원내대표도 노무현 대통령 발언을 비판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핵폭탄이라는 이런 중대한 위협상황에서는 누구도 알아듣기 힘든 선문답식의 이중삼중의 교착어를 사용해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강재섭 대표를 거들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을 포함해서 북한에 현금이나 현물로 들어간 금액이 모두 10조원에 달하고 있다"며 "이 돈의 일부가 핵폭탄 만들고 미사일 만드는데 사용되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다"고 강변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일체의 대북지원 경협은 즉각 중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늘 2차 핵실험이 있었다는 일부 보도가 있지만 전혀 대응과 예측을 하지 못하는 이 정권의 한고비가 아니라 벌써 몇 고비가 넘어갔다"면서 "북핵 실험을 저지하지도 못하고 책임도 지지 않고 어떠한 대북제재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것은 우리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용납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형근 최고위원은 “몇가지 확인된 것을 보고드리겠다”며 북한의 핵실험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 몇가지를 지적하고,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헤크 박사의 북한의 핵실험이 '세련된 중성자탄일 것'이라는 분석을 소개했다.

정형근 위원은 그러면서도, "1차 핵실험한 것이 어느 정도 규모냐는 논란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지진계에서 4.7이 잡혔고, 미국은 3.9, 비엔나에 있는 세계의 저명한 지진계 관측기구에서는 3.8, 조금 전에 들어온 중국 흑룡성 목잠강에서는 3.4로 잡혔다. 그래서 이것을 평균해서 미국에서는 4.2로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3.8 수준으로 보고 있다. 3.8 수준이면 핵실험으로써 확실히 성공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의 핵실험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