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기 위원장, 강한 투쟁의지 밝혀

12일 대의원대회 열어 파업결의 등 논의

  본관 앞 천막농성장

미지급 성과금 문제로 노사간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상황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는 각종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노동조합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지금 문제는 사측이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으로서는 강력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분명한 어조로 입장을 밝혔다.

박유기 위원장은 지난 3일 발생한 시무식장 마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언론에서 문제 삼고 있는 ‘노동조합의 폭력성’이라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노동조합은 결코 계획된 폭력행사를 저질렀거나 무기를 소지한 채 의도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 회의를 하다말고 맨손으로 순수하게 항의하러 갔다가 경비대와 함께 달려드는 수적으로 훨씬 더 많은 관리자들과 신체적인 마찰이 있었고 일부 기물파손이 발생되어 쌍방이 부상을 당한 사고였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성과금 노사합의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합의 당시 윤여철 사장의 발언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런 명백한 근거와 자료가 있지만 사측은 ‘과거의 관행을 깨고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만 거듭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로밖에 볼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측에서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생산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여러 자료와 수치를 들면서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사측이 연초에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생산계획은 관행적으로 하반기 들어서면서 수정돼왔다. 여러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목표였음이 한눈에 드러난다. 현자노조가 민주노총 총파업을 한 시간도 안하고 생산에만 열중했어도 결국은 생산계획에 미달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라며 사측의 언론플레이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박 위원장의 입장발표에 이은 질의응답에서도 여러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기자회견에서 노조측 사과요구에 대해 현대차노조와 사전 조율이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 박 위원장은 사과 표현은 사전에 논의된 바가 없었음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 전에 민주노총 울산본부 하부영 본부장이 찾아와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민주노총이 노사간 교섭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 그러나 다음날 노조 운영위를 하는 시간에 ‘사과’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폭력사태에 대해 노동조합이 사과할 생각이 없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노동조합을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그런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핵심은 사측이 합의와 관행을 깨고 노동조합을 길들이려 하는 것인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이 우선이다. 나중에 노사간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양측이 입장 표명을 하는 방식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가오는 선거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1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결의, 파업지도부 구성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파업지도부 구성에서 현 집행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선거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에 따라 노동조합과 별도로 있는 중앙선관위가 권고안 등의 형태로 입장을 밝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현재 휴일특근과 연장근무가 전면 거부되는 가운데, 8일부터는 대의원들이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이어 9일에는 소위원들이 천막농성에 합류하고, 9일 저녁에는 전체 조합원 결의대회가 본관 앞에서 열린다.

10일 조합원 월차결의를 통해 양재동 본사로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이고, 12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결의와 파업지도부 구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투쟁계획을 설명하며 박 위원장은 “만약 이번 주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5일 정몽구 회장 공판에 맞춰 정몽구 회장 비리경영 문제와 노사관계 파행 문제가 어떻게 결합되는지 보여주겠다”며 강한 어조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장조직들 미묘한 입장 차이 보여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현장조직들의 입장이 활발하게 나오지 않는 가운데 9일 몇몇 현장조직들이 유인물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현 집행부를 탄생시킨 민주노동자회는 “집행부가 앞장섰다. 상식있는 민주활동가는 전원 동참하여 끝까지 투쟁하라”고 강한 주장을 폈다. 민노회는 “12대 집행부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파업지도부를 구성하고, 모든 활동가 단위는 민주노조 사수와 성과금 쟁취 투쟁에 합류할 것을 주문한다. 사측이 노리는 것은 50% 성과금 착취가 아니라 민주노조 파괴라는 사실 앞에서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자실천노동자회는 4면에 걸쳐 이번 사태에 대한 주장을 강하게 펼쳤다.
실노회는 “민주노조의 마지막 보루인 현대차노동조합만 무너뜨리면 모든 것이 총자본이 의도한 대로 노동조합 길들이기와 함께 새로운 노사관계 판짜기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라며 이번 투쟁의 성격을 ‘총노동과 총자본의 한판 싸움’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집행부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 등 모든 일정을 연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며 선거일정 연기까지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는 자체 신문 1면 톱 기사로 ‘떼먹은 성과금 50%, 투쟁으로 돌려받자’고 주장하며 강고한 투쟁을 요구했다. 민투위는 “사측의 노동조합 말살책동과 보수언론의 왜곡공세에 밀려 투쟁을 제대로 못한다면 민주노조의 근간이 뿌리 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절박한 조건에 놓여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투위는 “지난 4일 열린 임시대대에서 13대 집행부의 임기가 대의원 2/3에 30여 명이 모자라 올 12월까지로 결정되었는데, 9개월의 짧은 임기로 현재의 어려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묘한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김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