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남아공 좌파 지각변동 시사

[인터뷰] 패트릭 본드 남아공 나탈 크와줄루 대학 교수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아프리카는 아름다운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기린의 이미지이거나, 지독한 가난 속에서 멍한 눈망울을 하고 있는 안쓰러운 어린아이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패트릭 본드는 민중언론 참세상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 전역에서 자본주의 모순이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계급투쟁이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특히, 남아공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가 끝난 후 계급적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투쟁을 독립 좌파들이 건설해 왔으며, COSATU내에서 진정한 노동자 운동이 출현할 수 있다면, 내년에는 남아공 좌파에 큰 지각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패트릭 본드는 현재 논쟁이 되고 있는 세계사회포럼에 대해서도 반자본주의적 운동이 공동의 강령을 만들어가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사회포럼은 각 영역과 의제를 가진 운동들이 상호 연결되고, 일반화되는 과정을 통해 반자본주의 운동의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은 패트릭 본드와의 인터뷰 정리이다.

먼저, 남아공 내에서 운동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의 종식과 ANC(아프리카민족회의)정권의 집권, 그리고 COSATU(남아프리카노동조합회의)의 우경화 정도가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남아공 내에서 좌파 운동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아파르트 헤이트 끝났지만...
“독립좌파 계급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블럭 만들어”


남아공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아공 독립좌파의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후 ‘계급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는 투쟁을 좌파 시민사회가 재건하는 데에는 약 5년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독립좌파는 자본주의 모순이 드러나고 있는 인종, 젠더, 계급, 환경 등에서 발전해왔다.

자본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들로부터 잉여가치를 착취하고 있지만, 여성의 무상노동을 통해서도 자본주의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 또 물과 공기 등의 사유화 등 환경을 수탈하고 있다. 최근에 교토기후협약은 공기를 사유화하는 사례이고, 세계은행은 남아공에서 이미 이 프로젝트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독립좌파는 단일한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과 의제들을 가지고 발전해왔다. 더번에서는 인도인과 아프리카인 사이의 인종간 연대를 통해 ANC 정부의 주거정책에 대항해왔고, 스에토 지역에서는 전력, 물 사유화 등의 의제를 통해 아주 구체적인 투쟁들이 진행되었다. 케이프타운에서는 철거에 반대하는 운동이 벌어졌고, 외채반대 운동도 등장했다. 다국적 기업의 에이즈 특허권에 반대하는 투쟁과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다루는 환경운동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다.

이런 독립적 좌파들의 투쟁은 ANC, COSATU, 남아공 공산당 등 중도주의자들에 대당하는 독립좌파로 하나의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독립좌파의 발전이 각 지역마다 다른 양상을 가지고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급모순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아프리카
"아프리카 전역에서 아름다운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요하네스버그는 프롤레타리아의 모순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응축된 도시로, 정부에 반대해 물 사유화 반대 투쟁 등 전투적인 투쟁을 해왔다. 작은 도시로 확장할수록 더욱 다양한 운동을 발견할 수 있다. 남아공에서 여성운동은 대단히 취약한 편이고, 환경 운동의 경우는 대단히 강력하다.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장하면 더욱 다양한 반자본주의적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 해방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들이 외국계 석유기업의 노동자들을 납치하지만, 아무도 해치지 않고 풀려나면서 오히려 그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반성하는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나에서는 물 사유화 저지 투쟁이 펼쳐지고 있고, 우간다와 리비아, 모잠비크에서는 댐 건설에 반대하는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거대재벌인 드비어스 다이아몬드와 세계은행에 반대하는 선주민들의 투쟁을 보츠와나에서는 만나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를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본다면 지난 50년 이래로 가장 큰 규모의 운동, 아름다운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는 계급 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다. 그리고 물론 정부의 탄압도 엄청나다.

한국에서 COSATU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한국에서 사회적합의주의가 등장하면서였던 것 같다. 최근 COSATU 또는 노동운동 내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ANC정부에 대한 불만 극에 달해
"COSATU는 남아공공산당 및 ANC정부와의 관계를 깨고 나와야"


계급 아파르트헤이트 모순이 심각해지면서, 빈곤이 확장되고, 고용이 불안해졌다. 임금 불평등도 확대되었다. 대중적으로 집권정당인 ANC정부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투쟁이 수적인 측면에서도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을 이런 상황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달에는 공무원 노조가 15년 만에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대중적인 투쟁도 진행될 예정이다.

노동조합은 여전히 정부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ANC 정부와의 ‘결혼’관계를 깨고 나오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ANC정부와의 결별을 공개적으로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6개월 동안 노동조합은 ANC정부에 더욱 실망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전투적인 노동운동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내년 정도에는 좌파 운동의 변화 있을 것”

만약 진정한 노동자 운동이 노동조합 내에서 등장한다면, ANC 정부에 대항하는 블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는 좌파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ANC정부에 반대하는 대규모의 표를 조직할 것이고, 물론 12-15%정도의 표정도가 조직되겠지만, 이것만으로도 ANC정부에 지지를 보냈던 노동조합의 기반을 해체하면서 2009년 대선에서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라 기대된다. 중도주의자와 독립좌파 사이에 내년쯤에는 뭔가 통합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세계사회포럼 이슈로 한번 넘어가보자. 올해 세계사회포럼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열렸다. 그러나 비판도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남반구 포커스 연구소의 월든 벨로는 ‘세계사회포럼이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를 냈다. 정치적 강령을 만들어 내기에는 세계사회포럼이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한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세계사회포럼을 보는 네가지 입장

올해 케냐 나이로비에서 세계사회포럼이 열렸고, 가난한 사람들이 세계사회포럼에서 쫓겨나는 일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반자본주의적 강령을 만들어낼 만큼 세계사회포럼이 무르익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세계사회포럼을 보는 데에는 네 가지 입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사미르 아민이 주도한 바마코 선언이다. 그러나 지난 1월 바마코 선언은 ‘제3세계 민족주의, 개발주의적 인디언 자본주의, 사민주의,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두 번째는 자율주의적 입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율주의적 입장에서는 미시적인 투쟁들이 해결책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94년 멕시코 치아파스의 사파티스타 투쟁, 작년 와하카 투쟁에서의 혁명적인 상황이 있었고, 아르헨티나 공장점거 투쟁 등이 있었다. 이런 투쟁들은 매우 인상적이고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거품처럼 올랐다가 다시 꺼져버릴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응축적인 가능성을 남길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

세 번째는 레닌주의적으로 전위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분파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사회포럼은 여전히 유효한 '공간'
"다양한 요구와 전략이 공통분모를 만들어가고 있어"


나는 네 번째 입장에 가까운데, 이미 의제별로는 반자본주의적 성격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운동들이 의제와 영역을 넘어 일반화되고 서로 결합되고 있는가이다.

예를 들어 2000년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물 사유화 저지 투쟁을 했던 동지들이 캐나다, 그리고 미국, 나아가 아르헨티나, 가나, 자카르타와 만나고 결국 우리는 전 세계에 물 사유화에 반대하는 전사들을 가지게 되었다. 아프리카에서도 물 사유화 반대 포럼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각 의제와 영역에서는 이미 반자본주의적이고 국제적인 운동들이 형성되고 있다. 외채반대운동, 다국적기업의 AIDS 특허권 반대 운동 등 10년에 가까운 운동을 통해 이 운동들이 확장되고 있다.

다양한 가치들이 만나며 때로는 선언으로 때로는 개별적인 캠페인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 다양한 운동의 요구와 전략들이 점점 더 공통의 기반을 확장해 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NGO시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옥스팜과 같은 거대 NGO들이 파트너들을 끌어들이면서 의제를 협소화 시키고 있어서, 이런 점들은 좌절스러운 지점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영역에서의 민주화, 탈상품화, 반사유화, 교육, 젠더, 성소수자, 선주민 운동 등의 가치들이 국제화되고 일반화되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만나는 과정을 통해 반자본주의적 강령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사회포럼은 이런 공간으로서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의 연구나 활동을 통해 IMF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워포위츠 세계은행 총재가 부패 문제로 사임을 해 세계은행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베네수엘라나 에콰도르에서 세계은행 주재 대표를 쫓아내는 등 IMF나 세계은행의 힘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것 같다. 실제로 IMF나 세계은행의 힘이 약화되고 있다고 보는가

“IMF, WB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문을 닫도록 해야”
'쇠락'은 시기상조


워싱턴의 진보적 씽크탱크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은 IMF가 종이호랑이라고 이야기 했다. 베네수엘라나 에콰도르에서 주재 대표가 쫓겨나는 등의 일은 우리가 축하할만한 것이지만, 세력이 약화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IMF가 지배자이다. 아프리카 정부에서 교사를 더 고용하고 학교를 더 많이 짓겠다고 해도 IMF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아프리카에 있어 IMF는 여전히 중요하다. 여전히 우리는 IMF가 개조되어야 한다는 ‘포스트 워싱턴 컨센서스’와 투쟁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IMF와 같은 국제금융기구에 대해서는 전략적 논쟁이 있다.

예를 들어 월포위츠를 남아공의 누군가로 대체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다. 오히려 그건 더 재앙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런 행위가 IMF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F를 고쳐야 할 것인지 문을 닫도록 해야 할 것인가, 그 질문의 답은 문을 닫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중들이 각 국의 정부가 IMF에게 돈을 주지 않도록 아래로부터 압력을 넣고 결국에는 문을 닫도록 만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아파르트헤이트: 남아공에서 약 300여년간 유지되어왔던 인종차별주의적 체제

*COSATU(남아프리카 노동조합회의)는 남아공 최대 노동조합연맹으로 남아공공산당, ANC(아프리카민족회의)와 3자 동맹을 구축해왔다. 1990년 아파르트헤이트 체제가 붕괴되기 이전까지 법외노조로 있었지만, 그 후에 합법성을 얻게 되었다.

패트릭 본드는 남아공 나탈 크와줄루 대학의 교수로 있으며, 반사유화 투쟁 등 남아공 독립좌파 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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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 세계사회포럼 , 패트릭 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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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3

    썰렁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