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부터 26일 새벽까지 이어진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시민 조 모 씨(54세)가 "전경이 이로 깨물어 손가락이 절단됐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50대 시민, 촛불집회 중 손가락 절단
서울 중구 을지로6가 국립의료원에 입원 중인 조 씨는 26일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며, "경찰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현재 조 씨는 가운데 손가락의 반 마디 정도가 잘려나간 상태다.
조 씨에 따르면, 그가 부상을 입은 시각은 26일 새벽 1시30분경이다. 당시는 서울 광화문 새문안 교회 옆 골목에서 시민들이 전경들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던 때다.
조 씨는 "(새문안 교회 인근에서)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 중에 전경 2명이 시민들 쪽으로 끌려나왔고, 시민들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며 "내가 그 중 한 전경 옆을 지날 때 쯤 전경이 갑자기 나를 발로 걷어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가 넘어진 후 전경은 나를 덮쳤고, 그 전경을 막으려 왼손을 뻗는 순간 손가락이 전경 입으로 빨려 들어갔고, 전경이 손가락을 물어뜯었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처음에는 많이 다쳤을 거라고 생각을 안했다"며 "그런데 끼고 있던 장갑을 벗고 나니, 피가 흐르며 손가락 끝부분이 떨어져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반드시 법적 책임 묻겠다"
한편, 현장에서 의료진이 조 씨에 대해 응급조치를 한 후, 절단된 손가락 끝부분을 수습해 아이스박스에 담았다. 그러나 경찰의 진압이 이어지고, 현장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아이스박스가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했다. 결국 잘려나간 손가락을 찾지 못했고, 시기를 놓쳐 현재 봉합수술은 불가능한 상태다.
조 씨는 담담하게 자신의 부상을 받아들이는 듯 했다. 그는 "절단된 손가락을 못 찾았으니,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별 수 있겠냐"며 "그것보다 오히려 이 쇠고기 문제나 제대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묻겠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나 말고도 어제 경찰에 의해 더 지독하게 당한 시민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내 사고와 관련해서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과 협의해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진짜 사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꼼수였다"
조 씨는 "어제 관보에 게재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화가 나서 그냥 뛰쳐나왔다"며 "'여론을 좀 더 두고보겠다'던 정부와 여당이 갑자기 돌변해 고시 관보 게재를 요청한 것을 보고 분노했다"고 촛불집회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조 씨는 이어 "난 이명박 대통령이 '뼈저린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을 때, 진짜 사죄하는 줄 알았다"며 "그런데 결국 꼼수였다"고 이 대통령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직까지 공식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홍보과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을 통해 보았다"며 사건을 인지하고 있음을 밝힌 뒤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