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5년 만에 북한주민의 인권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탈북자 1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 주민 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북한의 인권 상황이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가 악화되고 사회집단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으로 진단·처방하지만 의약품 구하는 건 환자 몫"
북한에선 여전히 공개처형과 고문이 행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대상 응답자의 76%(93명)가 '공개처형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22%(17명)는 '본 적은 없지만 소문은 들었다'고 답했다. 구금시설에서 고문이나 가혹행위에 대해 78%(95명)가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치범수용소 실체와 관련한 설문에선 57%(69명)가 '알고 있었다'고 답했으나 '모르고 있었다'는 비율도 41%(50명)에 달했다. 인권위는 "정치사상범으로 몰리면 일체의 재산을 몰수당한 후 야간에 전 가족과 함께 혹은 당사자만 수용소로 이송한다. 이때 아무런 사전 통보나 재판절차 없이 끌려가기에 이들의 소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선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송환 된 탈북자 처리 경로도 파악됐다. 단순 도강 탈북자들은 출신지역 기관(인민보안성)으로 넘겨져 조사 뒤 석방되거나 노동단련대에 수감된다. 반면 남한행 혹은 기독교인과 접촉한 탈북자들은 정치사상범으로 분류돼 재판을 거쳐 교화소나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된다.
이번 조사결과 응답자의 83%가 '의약품을 쉽게 구할 수 없다'고 답하는 등 북한의 무상의료체계가 경제난으로 인해 사실상 붕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의사는 환자에게 무상으로 진단을 해주고 처방도 해주지만 의약품을 확보하는 것은 환자의 몫이기 때문에 능력이 안 되는 주민은 의약품 구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응답자의 58%가 북한에 거주할 때 '굶어 죽은 사람을 직접 보았다'고 답하는 등 북한 식량난은 여전했다. 식량배급 관련해선 '배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와 '기일과 배급량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답변이 각각 46%와 39%였다.
"사회복지제도 와해가 인권 상황 악화시켜"
이번 조사에선 북한 인권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도 분석했다. 인권위는 "사회주의 이념, 유일 지배체제, 가부장적 전통문화 등 북한체제 특성과 관련한 내적 요인은 인권 개선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반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외적 요인은 긍정과 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권위는 북한의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의 악화에 대해 "90년대 중반과 같은 긴급한 식량위기는 없어졌더라도 사회보장제도의 와해, 교육·의료체제의 손상이 이런 권리를 계속 악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양극화 현상 심화에 대해선 "시장과 같은 새로운 생존환경에 적응한 집단은 부의 축적을 바탕으로 권력과 유착관계를 유지해 다양한 권리를 확보하는 반면 여기서 탈락한 집단은 폭력적 억압체제에도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기본적 생존권도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향후 새터민 여성의 탈북과 정착과정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와 탈북자의 강제송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인권위의 의뢰를 받아 북한대학원대학교(책임연구원 이우영 교수)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동안 진행했다. 조사는 최근 2년 이내 탈북한 30명에 대한 심층면접과 탈북자 가운데 적응훈련을 받는 122명에 대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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