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 느낀 보수단체, “이수호 당선은 이적행위”

선관위, “후보 사퇴 촉구, 물리적 위해 없으면 제재 못해”

보수단체들이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우파진영 단일후보”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나머지 3명의 보수후보들에게는 사퇴를 권유했다. 그러나 이 지지선언과 사퇴권고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 등 보수단체들은 10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파진영 단일후보 문용린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보수단체들은 “서울시 교육감선거가 1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우파후보가 난립하여 이대로 가면 전교조 출신의 좌파후보인 이수호 후보가 당선될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전교조 교육감의 출현을 막기 위해 우파의 단일후보인 문용린 후보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보수단체들은 이어 이상면, 최명복, 남승희 후보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상면, 최명복, 남승희 후보님의 애국심에 호소한다”며 “세 후보께서 끝까지 완주하면 결과적으로 이수호 후보가 당선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평생토록 서울시민의 원망을 듣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어 “후보별 여론조사 지지율이 이수호 22.7%, 문용린 19.7%로 나타나 보수 성향인 세 후보가 선거에 완주할 경우 이수호 후보 당선을 돕는 이적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보수단체들의 지지선언과 사퇴권고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공직선거법 제 251조는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보수단체들이 “교육감 후보를 사퇴하지 않는 것은 이적행위”라며 세 후보를 압박한 일은 “선거운동을 위하여 후보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토론자 또는 선거권자 등을 전화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협박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제109조 3항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권고한 것은 단순한 ‘의견표명’이라며 공직선거법 위반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지지 않는 이상 ‘협박’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에게 사퇴의도를 가지고 물리적 직접행동을 가하면 ‘협박’의 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기자회견문에 의견을 적어 발표하는 ‘의견표명’은 공직선거법이 보장하는 지지선언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향후 보수단체들이 더욱 적극적인 형태로 후보사퇴를 종용하는 일에 대해 규제와 지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퇴를 권고받은 세 후보 측은 법적 대응을 포함한 다방면의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상면 후보 측은 “아직 구체적인 대응방침은 논의 중이지만 절대 묵과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 측은 “‘이적행위’같은 표현을 쓰며 사퇴를 협박하는 일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명복 후보 측도 ‘법적대응’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문용린 후보 측에서는 “이번 지지선언은 문용린 후보캠프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문 후보 측은 “시민단체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캠프와는 무관하다”며 “오늘 기자회견 참여를 요청받았지만 공식적으로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내렸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이어 “선거를 하는 선거캠프의 입장에서 지지를 해준다는데 싫을 이유는 없지만 캠프 측이 요청한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용린 캠프의 주장에도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번 지지선언을 주도한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를 통해 문 후보가 ‘보수진영 단일후보’로 추대됐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은 단일화 이후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와 문용린 후보의 보수후보 단일화 과정은 선거 시작부터 의혹의 대상이 됐다. 문용린 후보로 단일화되는 과정이 ‘밀실’에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또한 문 후보가 일찍부터 정부여당의 ‘낙점’을 받고 있었다는 의혹도 있다.

이상면 후보 측은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밀실에서 스무 명 정도의 위원에게 추대된 문용린 후보를 단일후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은 “오히려 이상면 후보가 보수 단일후보”라고 주장했다.

보수단체들은 이 날 지지선언에 1000여 개의 보수단체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날 기자회견에는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 대표적인 보수인사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