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자: 이백윤(기호 1번, 변혁당), 이갑용(기호 2번 노동당), 박성철(기호 3번 노동당)
진행: 윤지연 편집장
패널: 박다솔, 은혜진 기자
▲ 왼쪽부터 이백윤 후보(기호1번), 이갑용 후보(기호2번), 박상철 후보(기호3번) [출처: 유용현 노동당 조직국장] |
윤지연 편집장(이하 윤지연): 한창 선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일반 대중이 보기에 세 후보의 차별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선거인단은 누구에게나 열어놨는데, 누구나 유입되기도 힘든 구조다. 이럴 경우 기존 양당의 당원과 지인들 중심으로 경선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선거운동 계획이 궁금하다. 아울러 무엇을 기준으로 세 후보를 평가하고 투표해야 하는지도 알려 달라.
이백윤 후보(이하 이백윤):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충분한 답변을 드리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애초 1만 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해 공투본 후보를 선출하자고 했는데 아직 천명도 되지 않는다. 최소 1만 명 정도는 돼야 사회주의가 대중적으로 폭넓게 발돋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여전히 진보 변혁운동이 갖고 있는 조직적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대중적인 언어로 처음 등장하다보니 생소하거나 낯선 면들이 있다는 한계도 있는 것 같다.
사실 세 명 모두 사회주의를 대안적 이념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변별점을 명확하게 뽑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유권자들을 곤혹스럽게 해드리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세 명 중 가장 나은 사람 내지는 덜 못한 사람을 뽑는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주의를 중심에 내건 새로운 운동이 등장하는 것에 일조한다는 생각을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다. 선거운동은 아마 다른 두 분이 훨씬 더 잘하실 것 같다. 이런 대중적 선거를 훨씬 많이 해 보신 분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겠다.
이갑용 후보(이하 이갑용): 저는 선거운동을 많이 했다. 국회의원 선거 두 번, 시장 선거, 구청장 선거 세 번,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세 번, 이만 명이 넘는 현대중공업 세 번. 그러니까 이 만 명이 넘는 선거를 열 번 이상 치렀다. 제가 이 선거에 출마하는 목적 중에 하나는 두 후보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선거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이다. 사실 다른 정당 같으면 요구나 내용이 다 다를 테지만, 우리 세 후보가 차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내는 후보들은 도덕적인 문제에 있어 자신 있다는 점이다. 우리 후보들이 경쟁 구도에 나갔을 때 확연히 다르게 보일 수 있는데 스포트라이트나 대중적 관심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약점이다. 이것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박성철 후보(이하 박성철): 질문의 요지가 각 후보의 차별점, 뭐가 더 나은지를 얘기해 달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두 후보다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갔다. (웃음) 개인적으로도 세 후보 모두 훌륭한 후보들이고, 이것이 사회주의 좌파 경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권력 욕심이 있어 후보로 나왔다기보다, 사회주의 운동을 제대로 한 번 해보기 위해 나온 것이다. 저는 이것도 하나의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그 역할을 하기 위해 나왔기 때문에 투표를 하셔야 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고민스러울 수 있겠다. 그래서 저는 조금 차별화를 해 보겠다. 노동자라고 하면 흔히 세 가지 컬러를 이야기한다. 블루 컬러, 화이트 컬러, 요즘에 또 하나의 컬러가 추가됐다. 이른바 정보 지식 산업시대라면서 골드 컬러라고 얘기한다. 저 같은 경우 이른바 예술 노동자로서 굳이 컬러로 나누자면 골드 컬러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골드 컬러는 학벌이나 자격증 같은 것이 중요하지 않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성과를 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만큼 어떤 직종보다 경쟁이 치열한 직군이다. 그런데 예술계에서 이른바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는 4분의 1이 안 된다. 75%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회보장 제도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는 것이다. 이른바 프리랜서다. 그런 면에서 저 같은 경우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영역에서 노동을 이야기하고 노동권 확보를 위해 투쟁해 왔다.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가장 낮은 곳에서 차별 받던 사람으로서 노동과 정치를 생각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확장된 노동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를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질문이 선거운동이 확장되기 위한 다른 전략이 있는가이다. 일단 공투본 선거도 그렇고, 우리가 생각하는 대중정당 운동도 그렇고 이 부분은 분명히 하고 싶다. 사회주의 대중정당 운동에서 ‘대중’은 무작위적인 대중이 아니다. 우리 노선과 이념에 동의하는 사람들 누구라도 함께할 수 있는, 즉 전위정당에 반대되는 의미에서 대중정당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우경화되고 보수화된 거대정당들과 똑같이 아무런 이념과 노선, 원칙 없이 선거 때만 되면 무조건 입당시키는 당 운동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계별 운동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이념과 노선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고, 그런 뒤에 정당 운동의 틀을 갖춰가면서 대중과 지역 부문으로 확장해 나가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정당 운동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구체적인 선거운동 일정은 공투본에서 논의하고 있다. 더 많은 현장 단위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한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해 있지 않다. 특히 비임금 노동자는 스스로 노동자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노동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거리로 나가 직접 시민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민을 대상으로 정당 연설회도 계속 준비하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가 이런 세상을 꿈꾸고 있으니 같이 참여 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조직할 생각이다.
박다솔 기자(이하 박다솔): 독자가 보내온 첫 번째 개별질문이다. 이백윤 후보에게 질문 드리겠다. SNS를 통해 공투본 경선 기호 1번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출마를 본격화했다. 그런데 조직의 압박으로 떠밀리듯 출마한 것 같다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질문에서 확인했다. 등 떠밀리듯 나온 듯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던지는 게 맞느냐는 질문이었다. 답변을 부탁드린다.
이백윤: 일단 출마 의견부터 당선 소감까지 애정을 가지고 유심히 봐 주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하셨는데, 압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저 나름대로 심적인 부담이 있었다. 아까 이갑용 후보의 말씀처럼, 해방 이후 70년 동안 다른 얘기를 하지 못했다. 예전에 보도연맹 사건 당시 빨갱이로 찍혀 사망한 사람만 20만 명이다. 다른 체제에 대해 말하면 인혁당이네 남민전이네 하며 잡아갔다. 그런 시대에 살다가 이제 대중에게 사회주의라는 다른 세상이 있으니 함께 가보자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 자체가 갖고 있는 역사적 무게감이라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에서, 정치단체에서, 그리고 각 지역에서 그 운동을 해 오셨던 분들의 헌신을 나의 입을 통해 이야기해나가야 한다. 그들의 정신과 노고를 내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심적 부담이 컸다. 가급적이면 회피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다른 분들에게 좀 나가보시라고 말씀 드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다른 분들이 제게 말씀해주셨다. 말도 중요하고 지식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이념적 지표를 설명하는 것에 있어 말보다는 그 사람의 발자취가 훨씬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줄 거라고. 이백윤이라는 사람의 발자취는 대학 시절 돈의 되는 학문과 그렇지 않은 학문을 구분하려고 하는 것에 맞서서 싸웠고,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면서 인간을 비인간화하고 부품화시키는 것에 맞서 싸웠으며, 지역에서는 기업의 이윤 때문에 사람의 생명이 헐값으로 매겨지는 현실에 맞서 싸웠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사회주의라는 가치를 세상에 내거는 데 있어 이백윤이라는 사람의 발자취가 그것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주변의 격려가 있었다. 그래서 후보를 결의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후보가 되고 나니, 우리 당원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하실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이변이 있지 않는 한, 우리가 청와대로 직접 들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득표율이 얼마나 높은지가 아니라, 이 세상에 어떤 이정표를 남기느냐다. 세상을 바꿔보자고 정책과 공약으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대선 이후 이것들이 운동으로 남아야 한다. 그래야 이번 대선이 의미가 있다. 대선 시기 반짝 몇 개월 하고 끝날 것이라면 저는 당장 오늘이라도 그만 두겠다. 결국 대선 이후 어떻게 각 부분과 영역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발전시키느냐가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혁당과 노동당 당원들, 앞으로 함께하실 분들이 이것을 운동으로 만들고 일궈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뽑아놨으니 책임져 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뼈를 갈아 넣을 것이다. 그러니 같이 해 달라. 그리고 이것을 하나의 출발점이자 계기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 왼쪽부터 이백윤 후보(기호1번), 이갑용 후보(기호2번), 박성철 후보(기호3번) [출처: 유용현 노동당 조직국장] |
박다솔: 다음 개별 질문은 이갑용 후보님께 드리겠다. 독자들이 이갑용 후보에게 보낸 질문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두 개를 연달아 여쭤보겠다. 우선 이갑용 후보는 민주노총, 공직 등에서 중책을 두루 거쳤다. 주요 선거 시 마다 거론되기도 한다. 이제 그러한 중요한 역할을 미래 세대가 맡을 수 있도록 다른 역할을 모색할 생각은 없는지 질문을 주셨다. 답변 부탁드린다.
이갑용: 조금 전 여성이 만일 출마할 의사가 있으면 저는 선거본부장 등 어떤 형태로라도 도울 것이라 이야기했다. 제가 출마한 이유 중 첫째는 그나마 관심을 가질 사람들을 제가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해야 되겠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둘이 나오는 것보다 셋이 나오는 게 훨씬 더 보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경선 구도도 노동당이 큰데 1대1 구도가 되면 재미가 없어질 것 같아서 노동당에서 둘이 나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리를) 후배들에게 줄 수 있다. 다만 저는 뭐든지 하려고 생각한다. 선거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일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만 해도 5천개의 자리가 있다. 시의원, 구의원부터 구청장, 시장까지. 그런데 그때 우리가 그 자리를 다 채울 수 있나. 그러면 또 (누군가) 나가라고 한다면, 나가는 것이 우리한테 유리하다면 저는 또 나갈 것이다. 보수 정당들처럼 당선 가능성이 높거나 당선이 자주 됐다면 그런 말을 듣는 것에 조금 위축되기도 하고 고민도 해 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고민을 하지 않았다. 우리도 자리를 잡아가고 당 내에서 위치가 정리된다면 공직에 가는 사람들에게 방향이나 지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우리가 그런 조건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제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갈 생각이다. 이제 후배들에게 물려주라고 하는데 줄 게 있어야 줄 것 아니냐. 전 아직 줄 게 없다고 생각한다. 갖춰져 있고 준비가 돼 있는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은 언제든지 줄 수 있다.
박다솔: 이갑용 후보님에 대한 두 번째 개별 질문이다. 그동안 좌파가 사회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때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이번 정책 경쟁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검증하는 절차들이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후보에게 구체적인 정책을 요구하는 질문이 있었다. 현재 준비된 정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를테면 가장 주요하게 내걸고자 했던 재벌 해체에 대해 어떤 방식을 생각하는지 추가로 답변해 달라.
이갑용: 재벌 해체의 가장 큰 의미는 생산 수단을 공유하는 거다. 언제까지나 그들의 재산이 아닌 것이다. 울산의 경우 70년대에 주변 땅을 평당 25원에서 50원 정도로 개인이 가져갔다. 사실상 공짜로 가져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정부는 이들에게 20년 무거치 상환을 하도록 했다. 그런데 20년 후 (땅값이 올라) 아파트 한 동만 지으면 500만 평 정도의 땅값을 상환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런 특혜를 받았던 땅을 아직도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구조를 깨야 하지 않나. 그리고 그 지역에서 쫓겨났던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생계나 문화적인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한 구조를 깰 수 있는 사람들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다. 그래서 국회에 (민주당 의석) 180석을 만들어줬는데 한 발도 나가지 않았다. 이런 구조를 알려내고 우리의 방향을 제시하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나 더 보태자면, 검경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들의 문제다. 공무원 노조가 만들어질 때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유는 부정부패가 척결되면 이 사회가 바로잡힐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동의하지 않는 사회가 돼 버렸다. 오히려 (공무원) 노동조합을 불온시하고 인정하지 않았던 게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다. 1급부터 4급까지 만 명 정도를 연수원에 보내면 된다. 사회주의에 적응할 사람들만 나오고 아닌 사람은 거기서 정년퇴직하면 된다. 차별을 두지는 않을 거다. 대신 그들이 거기서 정년퇴직 할 때까지 다른 짓을 못 하도록 만들 수는 있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 중 반인 2500만 명이 노동자인데, 어디에도 노동자를 위한 부처가 없다. 심지어 노동부마저 노동자를 억압하는 부서로 남아있다. 노동부 장관을 총리급으로 격상하고, 노동부 직원들을 공인노무사로 채워야 한다. 근로감독관도 노동 운동을 했던 사람들로 구성해 사측과 직접적으로 싸울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 공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공약 하나 하나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만, 제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큰 틀의 공약은 이런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지연: 사회주의 정당 창당과 관련해 질문 드리겠다. 노동당과 변혁당이 단일한 사회주의 대중정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새롭게 창당하는 정당은 기존 두 당의 활동과 어떻게 다른가. 구체적인 상과 계획을 말해 달라.
이갑용: 노동당과 변혁당은 합법 정당과 비합법 정당이었다. 그런데 두 정당의 내용이나 해왔던 방식은 비슷했다. 합법 정당은 선거 출마 뿐 아니라, 틀에 갇혀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변혁당이 이 어려운 걸 하겠다고 이제 발을 내딛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이 변혁당에 녹아들 것이고, 변혁당이 해왔던 투쟁들이 우리와 함께 어우러져 느슨했던 노동당이 다시 좋아질 수 있다. 또한 앞서 말했던 공약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지표를 하나로 만들어 낼 것이다. 이것이 사회에 던지는 시너지 효과는 당연히 클 것이다. 이번 대선 역시 정당을 알려내기 위해 최대한 이 선거 공간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변혁당은 10년 전 김소연 후보 이후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거다. 하나의 공약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사회주의 합법정당이 태어났다는 확신을 줄 수 있을 거다.
박성철: 민주노조 운동을 하며 우리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내 걸었다. 그럼에도 사업장 현장 투쟁 외에 공장 벽을 넘어서는 지역 혹은 부문에서의 정치 투쟁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반면 노동운동의 성과를 개인이 사유화해 보수 정당으로 넘어가는 행태들은 반복해왔다. 얼마 전 민주노총 전 위원장들이 민주당 선거 캠프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것이 결국 노동자에게 절망감 혹은 냉소를 안겨줬다고 생각한다. 노동당은 그동안 당 내 노선과 관련한 스펙트럼이 다소 넓었던 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 기본소득 운동을 하겠다고 (당원들이) 탈당했던 일도 있었다. 지난 10년간 그런 과정을 겪으며 노동당은 이념적으로 훨씬 단일화된 면이 있다. 제가 대표로 있을 때, 이것이 당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분명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제 단일한 계급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겠다고 봤다. 그렇게 당을 정비했고 당원들도 동의해줬다.
변혁당의 경우 주로 활동가 중심의 전위 정당으로서 활동해왔다면, 이번 기회에 대중 정당으로서 외연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노동당이나 변혁당이 이른바 사회주의 운동을 하겠다고 사람을 모아도 굉장히 소수다. 한국 사회에서 고립돼 있었고, 외로웠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같은 노선에 동의하는 정치 활동가, 운동가들의 단위가 결합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당의 경우 선거 때마다 합류를 해 대중정치 경험을 축적했고, 변혁당은 현장 투쟁력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사회주의 대중정당은 기존 보수 정당과는 다른 사회주의 좌파 정당으로서의 모델을 새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조금 전 말씀드렸듯, 대중정당이라고 하지만 표만 되면 무작위로 누구나 끌어들이는 정당이 아니라 이념과 노선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되는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당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려고 한다.
이백윤: 이재명 후보가 부동산 문제에 관해 이런 얘기를 하더라. ‘주택은 돈 주고 사는 데가 아니라 사는 곳’이며 주택이 상품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 얘기는 저희가 제일 먼저 했다. 그런 개념들이 외화 된다면 나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자본주의의 소유 구조 자체를 건드리지 않는 부동산 해결책이 과연 가능할까. 그것을 건드리지 않으려다보니 말은 여러 가지 미사여구로 치장하지만, 정책은 기존과 다르지 않는 혹은 부수적으로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 급급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1가구 1주택 이상 소유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공약을 냈다. 그리고 주택임대 사업을 원천 금지하고, 주택임대 사업자가 갖고 있는 주택을 환수해 무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냈다. 이는 개인의 사적 소유가 아닌 공공적 소유로 주택의 개념을 전환하는 것이다. 남미의 경우 20~30년 전부터 무토지 검거 운동(MST)이 유행이다. 물론 여러 실패와 탄압 등이 있었는데, 그러한 한계에도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후보 같은 말잔치는 정치의 영역에서 굉장히 횡행하는데, 그것이 실천과 결합될 때 비로소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사회주의라는 이념과 그것을 현실에서 변화시키고자 하는 정책, 그리고 실천 이 삼박자가 갖춰질 때 대중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 노동당과 변혁당의 결합은 그것을 가능케 할 수 있는 물적 토대와 열정, 에너지, 역량을 모으는 과정이다. 그동안 ‘죽지 않고 일하는 사회’,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 등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 사회의 총합이 어디라고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그동안 수많은 투쟁과 헌신을 모아봤더니 사회주의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거를 통해 대표성을 확보하는 의미로서의 당, 한편으로는 운동적 과제를 실천하는 실천부대로서의 당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 왼쪽부터 윤지연 편집장, 박다솔 기자, 은혜진 기자 [출처: 유용현 노동당 조직국장] |
박다솔: 독자가 이백윤 후보에게 보내온 질문을 드리겠다.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과 관련해 당원들의 입장이 첨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집단 탈당’이 있었는데, 대선을 치러내기 힘들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당이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해 주셨다. 답변 부탁드린다.
이백윤: 변혁당 안에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노동당보다 당원 수는 적은데, 의견 가지 수는 훨씬 많을 것 같다. 솔직히 당 지도부와 후보인 저를 포함해 그런 의견들을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녹록하지 않다. 한편으로 사회주의 운동, 변혁 운동이 수십 년째 이어져 왔는데 사실 설 자리가 별로 없었다. 누구는 소련이 망하고 어디로 가고, 누구는 제도권에 투항하고, 운동을 그만두고, 이런 과정 속에서 좌파 운동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길이었다. 그래서 투항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너희는 나쁜 놈들이야, 우리는 안 나쁜 놈들이야’ 이런 방식으로 좌파 운동이 스스로를 방어해온 것이 20~30년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서 대중적이고 공격적이며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년 전에 사회주의 대중화 사업을 제출한 거다.
그것을 넘어서서 대중화해야 한다는 점은 모두 공감한다. 다만 방향을 바꾸려면 몸도 돌아가야 하는데, 누구는 다리만 돌아가고, 누구는 목만 돌아가고, 이런 것들이 여전히 있는 건 사실이다. 즉 수십 년간 우리가 어렵게 지켜왔던 가치와 그것이 가져다주는 고착화된 습성이 우리 내부에 혼란스럽게 내재 돼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사회주의 대선에 나오면서 사회주의를 얘기하고, 경선에 직접 뛰어들어 보니 당원들이 너무 신나한다. 저희가 요즘 선전물을 하루에 세 개씩 낸다. 대중에게 직접 우리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리니 너무 즐거워한다. 이후 대중에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실천의 경험이 중요할 것 같다. 한편으로 경선을 통해 그냥 주변에서 말만 들었거나 짐작해 왔던 노동당이나 여러 단체들과 호흡하고 교류하면서 우려나 오해가 불식되는 부분들도 있을 거다. 또한 새롭게 융합되면서 발전 방향이 제출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저는 최근의 과정이 저희에게도 상당히 유의미할 것이라 생각한다.
은혜진 기자: 독자가 보내 준 박성철 후보에 대한 개별 질문이다. 노동당 당원 수가 약 3천 명이라고 알고 있다. 지난 대표 선출 때 투표에 참가한 권리 당원 수나, 실제 활동하는 당원 수 등을 보면 노동당의 규모가 과대평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답변 부탁드린다.
박성철: 확실하게 정보를 드리자면 실제 당원 수는 1만 명이 넘는다. 1만 2천 명은 조금 모자란 수준이다. 그 중 당비를 납부하면서 당의 선거나 의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당권자 수는 2천 명 가까이 된다. 여기에 후원 당원까지 하면 좀 더 수가 늘어난다. 나머지 8천 명 정도는 비권리 당원으로서 과대평가 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을 수 있다. 다른 당도 비슷하겠지만 노동당의 경우 불안정 비정규직 당원들이 많다. 특히 청년으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당비를 낼 조건도 안 되는 당원들이 있는 거다. 특히 최근 그런 당원들이 많아졌다.
그러면 활동 당원 수가 적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활동 당원도 어떤 기준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동조합 활동이나 정치활동에 결합하는 당원 수는 적을 수 있다. 그런데 노동당의 경우 많은 당원이 시민사회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분들은 현장 일만으로도 너무 바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당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다. 특히 시민사회 영역의 경우 당적을 공개하는 것이 민감한 측면이 있다. 시민사회의 대표 역할 등을 맡고 있는 분들이 당직을 맡을 수 없는 여러 조건들이 있다. 이런 면에서 활동 당원 수가 축소된 면도 있다. 그럼에도 밖에서 알려진 것보다, 심지어 당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당원이 현장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활동 당원 수가 얼마나 됐건, 중요한 것은 실제 활동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중 정당 건설 과정에서 그런 것들이 더 공유되고, 실제 당원들이 어떤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지를 취합해 우리의 정당 모델을 만들어가는 데 반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③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