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찾은 이백윤 후보, 여성 노동·재생산권 국가책임 공약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①] ‘가사돌봄 사회화’ ‘재생산권리센터’ 등 지지 얻어

코로나19를 거치며 돌봄 노동과 돌봄 노동자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돌봄노동자에 대한 응원과 격려가 쏟아졌다. ‘덕분에 챌린지’ ‘고맙습니다, 필수노동자’ 등의 이벤트가 성행했고, 대통령은 돌봄종사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 속에서도 현장은 오롯이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굴러가는 듯했다. 사실상 민영화라고 볼 수 있는 돌봄 시스템 때문이다.

[출처: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 이백윤 공동투쟁본부]

이번 대선에서 사회주의를 내건 이백윤 노동당 후보는 의료·돌봄·가사노동자 등 필수노동과 사회서비스의 사회화를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또 다른 주요 공약인 국가 책임 일자리 1천만 개의 상당수가 가사·돌봄 영역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다. 이 후보는 공공사회서비스기본법을 제정해 돌봄·보육·가사 등 사회서비스 공급책임을 공공으로 전환하고, 국가와 지방정부가 사회서비스기관을 직접 운영한다는 것을 명문화하겠다고 했다. 공급 체제 구축을 위해 전국 읍·면·동 전국기초지자체에 ‘공공 통합가사돌봄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돌봄서비스 뿐만 아니라 요리, 청소 등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도 공적으로 구축한다는 것이다.

“일터에서 여성의 권리, 가사·돌봄사회와와 성·재생산 권리와 연결”

현행 사회서비스원 운영의 부실에 노동 및 여성단체들이 공감하고 있고, 이들은 사회서비스의 제대로 된 공영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이백윤 후보와 장애여성공감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은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비롯한 사회서비스의 공적 전달 체계 공약이 중요하다”라며 “활동지원 서비스가 민간에 위탁되면 예산도 확보하지 않고, 활동지원사의 노동권을 확보하기도 힘들다.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기 위해선 공적 책임으로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출처: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 이백윤 공동투쟁본부]

또 다른 활동가는 “탈시설하신 분 중 활동지원 시간이 부족해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요구하니,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핑계 삼았다”라며 “을들의 권리를 경합하는 방식이 아닌 사회적 연대를 강화한다는 기조가 돌봄정책에서 주요하게 부각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재생산권리 보장을 위한 ‘성·재생산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역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의료, 교육, 노동, 사회서비스 등 모든 생활 영역의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임신·출산·육아 등은 여성 노동력 차별의 주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일터에서 여성의 권리를 확장하기 위한 투쟁과 양육·가사노동을 사회화하는 투쟁, 재생산의 권리를 보장하는 투쟁은 직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법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린 지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후속 법안은 늦어지고 있다. 곧 도입될 것이라 생각했던 유산유도제 미프진도 여전히 음지에 있다. 이백윤 후보는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 사후피임약 일반의약품 지정, 임신중지시술 의료보험 적용 ▲임신중지 유급휴가 ▲태아산재법 개정과 안착화 ▲이주·장애여성 배제없는 지역재생산권리센터 구축을 공약했다.

셰어 “성·재생산 권리는 개인의 영역 아닌 사회적 영역이라는 점 강조해야”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는 지난 1월 26일 이백윤 선본과의 간담회에서 “성적권리와 재생산권리는 자유로운 성관계나 임신출산을 선택할 권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어떤 삶의 여건을 보장받는지의 권리다. 노동권, 주거권, 교육권이라는 사회적 권리는 성·재생산권리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라며 “사회주의 후보로서 성적권리가 단지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사회적 권리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해주셨으면 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출처: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 이백윤 공동투쟁본부]

또 이주·장애여성 배제없는 지역재생산권리센터 구축 공약을 환영한다고 밝히며 “장애 여성을 지원하는 전문 병원이 몇 군데 있지만 장애 여성이 출산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은 여전히 적다. 출산 자체의 지원보다 출산 후 양육 지원이 이뤄지는 상황이고, 임신 지원은 더더욱 없다”라며 지역재생산권리센터가 이러한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간담회에서 이백윤 후보는 이밖에도 ▲비동의 강간죄 제정 등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기준 재정립 ▲피해자 지원 조치 강화 ▲포괄적 성교육으로의 전환 ▲생활동반자법 제정으로 현행 가족중심 법제도 전면 개편 등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셰어는 “포괄적 성교육이 기존 반성폭력 교육을 넘어선 전환이라는 점이 부각되길 바란다”라며 “직장의 조직 문화, 미디어 속 성적 편견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성폭력 사건에서 양형 강화 역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양형이 높아지면 피해자에게 더 많은 입증을 요구하게 된다. 미투운동도 결국 사법적 조치 중심으로 정책화됐다”라며 “권력 구조가 문제라는 점을 더 많이 지적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 여성과 노동자의 실질적 권력 쟁취 강조

지난 11일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를 찾아 여성 노동자 관련 공약을 소개하고 의견을 청취했다. ▲주 4일 30시간 노동제 도입 및 성평등한 노동시간 재구성 ▲공공사회서비스기본법 제정 ▲보건의료인력 대폭 확충 ▲국가책임 일자리 보장 ▲생활임금법 제정 ▲성별, 직종별, 직제별 임금 격차 및 불평등 해소 등의 공약을 소개했다.

이 후보는 여성과 노동자의 실질적 권력 쟁취를 강조하며 “공약 외에도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및 국유화로 공공경제로 전환할 때, 혹은 국유화된 기업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노동자, 여성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금속노조 여성간부는 “시스템 안에서 성비가 동등하지 못한 것을 어떤 운영 방식으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문제의식이 추가됐으면 한다”라며 “여가부 논란에서도 여성을 어머니로 보는 관점이 끈질기다. 네덜란드는 여성해방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비단 이름뿐 아니라 우리가 상상할 수 있게끔 구체적으로 운영방식을 선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의견을 냈다.

한편,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돌봄은 이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0대 공약 중 하나로 돌봄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종사자 중 여성의 비율이 90%를 넘는 돌봄 영역 노동에 대한 공약은 흐릿하기만 하다. 최근 공공운수노조가 돌봄 현장을 개선할 정책 의지가 있는지 대선 후보들에게 물었는데, 이재명 후보는 거의 모든 질문에 ‘검토하겠다’로 일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20대 대통령선거 일정에 따라 이백윤 후보는 14일 대선후보자 등록을 신청했다. 15일부터는 자동차와 확성장치를 이용한 공개장소 연설·대담, 거리 현수막 게시 등 본격적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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