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에 가로막힌 노동·사회 정책, 개혁 방안은?

기획재정부 전면개혁 공동행동, 토론회 열어…기재부 폐해 사례·개혁 방안 모색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정부 조직 개편을 논의 중인 가운데, 기획재정부 권력 집중에 따른 폐해와 대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9개 단체가 소속된 ‘기획재정부 전면개혁 공동행동’은 1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기재부 권력 해체와 전면 개혁, 왜 필요하고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인수위원회가 기획재정부에 대해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분리 방안 △금융정책 기능까지 통합·확대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가운데 열렸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유튜브 캡처]

발제자로는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용석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장,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학 교수가 나섰다.

“예산·재정부처 업무에 대한 국민 참여 필요해”

김철 연구위원은 기재부의 과도한 권력 집중에 따른 폐해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기재부가 재정기획 권한을 남용해 노동·사회정책을 좌지우지한다며 “지난 2018년 10월 국무총리가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은 어렵다고 했지만, 경제부총리는 차등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노동시간 개선이나 일자리 정책에서도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보다는 기재부의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던 것도 기재부의 소극적 행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철 연구위원은 주택, 의료, 돌봄, 사회보장, 에너지, 교통 등 필수서비스 관련 예산 증액을 기재부가 거부하는 문제를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통과된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예시로 들었다. 원안에는 국가가 장애인콜택시 운영에 의무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재부 반대로 국비 투입 의무조항이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수정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 그는 기재부 권력 집중의 폐해로 이윤 중심의 공공기관 운영 개입, 민간 경제 권력과의 유착·공생 등을 예시로 들었다.

김철 연구위원은 기재부를 전면 개혁하기 위해 입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회 예결위를 입법부로 전환하고 예결위가 예산의 총량 규모와 분야별 배분에 관한 규율을 확립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또 권력 축소 일환으로서 기재부의 예산기능과 재정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총리실 소속으로 기획 및 예산 기능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를 둘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무총리실의 정책 조정에 대한 부족한 권한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김 연구위원은 국회의 민생현안 논의과정이나 정부의 사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재정부처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운영돼 온 국민참여예산제의 심화 등 예산편성에 대한 개방적 논의·공론화를 통해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예산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국회 재정개혁 특위 등의 구성 및 운영 시 예산·재정부처 관료의 배석 금지를 비롯해 현행 기재부 업무에 대한 평가 및 감사제도 개편을 통한 시민사회 추천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
“확장적 재정 정책 전환 불가피해”


박용석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장은 정부가 추진해온 ‘재정 건전화’가 “국가가 시장 개입을 최소화(공공부문 기능 축소)하겠다는 국가 운영 전략의 일환으로, 자유시장경제를 가장 중요한 국가 전략으로 설정해 재정 권력을 행사하는 기재부의 핵심적 정책 방향”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연구원장은 “사회경제적 위기 국면에서 공공부문 시장화의 기본 취지는 재정 건전화 국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사회경제구조를 사회 취약계층 복지 확대가 아닌 기득권 세력 중심의 시장 경제체제로 공고화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를 가장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것이 기재부의 재정 권력”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연구원장은 코로나19, 산업 구조 전환에 따른 고용 위기, 취약한 사회안전망 등 사회경제적 위기의 극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재정 운용 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복지 예산 비중의 획기적 제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낮은 조세율은 확장적 재정 정책의 가장 큰 장애 요소라며 증세와 관련해 상위 소득자 누진 과세도 불가피하지만, 보편 복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국민 다수에 대한 증세 역시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기준 한국 조세부담률은 2019년 기준 19.9%로, OECD 국가 평균 24.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의 ‘제정 준칙’, 더 보수적일 것”…
대응 방향은?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보다도 ‘재정 건전성’의 덫에 갇힐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당장 추경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2020년 6월 국가채무비율을 45% 이하로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이력이 있다”면서 이는 “기재부 재정 준칙보다도 훨씬 보수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원준 교수는 재정 준칙의 국가채무비율 임계치를 고정된 특정 수치로 제시하는 것에 이론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기재부의 재정 준칙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이내,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나 교수는 “국가채무비율 60%라는 기준 자체는 유럽통합의 준비 단계였던 1990년 초, 유럽 주요국의 국가채무 비율 평균값이었다”라며 “독일 거시경제·경기연구소(IMK)의 Priewe(2020)는 이런 사실을 빼면 60%라는 숫자를 국가채무 비율의 의미 있는 임계치로 볼만한 객관적 근거를 찾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주도하에 1990년대 초 국가채무 비율을 기준으로 현상 유지를 추구했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원준 교수는 기재부의 재정 준칙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한국경제의 명목성장률이 장기적으로 5% 수준을 유지해야한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하므로 그 자체로 자기모순이라고도 꼬집었다. 정부 스스로도 한국경제의 장기 명목성장률을 5%보다 훨씬 낮은 값으로 예측한다는 점에서다.

한편 그는 “긴축은 역사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정책 원칙이었다. 긴축의 일차적 공격 방향은 대개 사회지출 삭감을 포함해 공적 안전망에 대한 재정 지원을 축소하는 것이었다”라며 “민주노조운동은 지방선거 이후 예상되는 윤석열 정부의 긴축 기조로의 전환에 공세적으로 맞서야 한다. 불평등 타파를 위한 사회 대개혁과 함께 긴축 반대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기획재정부 전면개혁 공동행동’은 앞으로도 기획재정부 전면 개혁과 올바른 국가 재정 정책 실현을 위한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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