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철폐의 날’…전장연, 21일부터 지하철 시위 재개

전장연, 19일 인수위 브리핑 비판…555명 삭발에 이어 20일 단식·투쟁 대회 개최

지난 1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진행한 장애인 정책 관련 브리핑을 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1년째 외치고 있는 장애인의 기본적 시민권을 보장하기에 너무나 동떨어지고, 추상적인 검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전장연은 4.20 21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집중 투쟁을 벌이는 데 이어 21일부터는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투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20일 보건복지부 주최의 42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의 행사장 단상을 점거하는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20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보건복지부 주최의 42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의 행사장 단상을 점거하는 투쟁을 벌였다. [출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앞서 전장연은 지난 12월 3일부터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등의 지하철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후 이들 단체는 지난달 29일 인수위와의 면담에서 해당 투쟁을 멈춰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30일부터 현재까지는 매일 삭발을 진행해왔다. 4월 20일까지 △2023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장애인 권리 민생 4법(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장애인특수교육법)의 제·개정에 대한 인수위의 답변을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인수위, 장애인 정책 관련 국정과제 발표

인수위는 전장연이 제시한 날짜를 하루 앞둔 19일, 검토 중인 장애인 정책 관련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전장연의 요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이에 전장연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인수위의 브리핑이 전장연의 제안을 검토한 결과라면, 더 이상 소통을 통한 장애인 시민권 보장이 의미를 지니기 어려울 것이라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며 지하철을 타는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나섰다.

인수위는 앞선 발표에서 보건복지 분야 정책으로 장애인 개인 예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장애계를 포함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당사자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발달장애인 주간·방과 후 서비스 확대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지정 확대,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과 방문 재활치료 서비스 연계 및 건강보험 적용 검토 등도 포함됐다. 장애인 개인 예산제는 주어진 예산안에서 장애인 스스로 복지 서비스를 선택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장애인 개인 예산제는) 전장연이 제시하는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기본적 입장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라며 “장애인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권은 예산으로 먼저 보장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중증장애인의 경우 24시간 활동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활동 지원 전체 수급자(8만7331명) 중 하루 최대 이용 시간인 16시간에 해당하는 장애인은 5명(0.006%)뿐이다.

또 단체는 인수위가 ‘탈시설 예산’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장애인단체 간의 이견 때문이다. UN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 일반논평 5호에 근거한 탈시설 권리와 개념, 용어 사용은 장애인단체 간의 이견으로 언급할지 말지 검토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인수위가 탈시설 권리를 못 지키겠다면 이는 UN장애인권리위원회와 다투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인수위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강화를 위한 과제로 △2023년부터 시내버스 저상버스로 의무 교체,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 확대 △2027년까지 장애인 콜택시 100% 도입률 달성 및 대중교통 이용 곤란 지역 중심으로 법정 대수 상향, 장애인 콜택시 광역 이동·24시간 운영을 위한 운영비 지원 검토 △지하철 역사 당 1개 이상의 엘리베이터 설치 및 이용객이 많은 지하철 역사에 역사 당 2개 동선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서도 전장연은 “2023년 시내버스 저상버스 의무 교체는 21년 12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개정으로 이미 의무화한 내용”이라며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고속·시외버스 도입 확대는 언제까지 얼마나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고, 마을버스와 시외저상버스는 언급조차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콜택시 법정 대수 100% 도입 계획은 “23년까지 즉각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했다.

이어 이들은 지역 간 장애인 이동 문제의 핵심이 국비 지원에 대한 근거 마련이었다며 이를 위한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기재부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전장연은 해당 법의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에 대한 운영비 지원을 막는 내용을 삭제하고 보조금 지급 대상과 지급률(서울 50%, 지방 70%)의 지원 근거를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 콜택시 광역 이동 보장과 광역 간 이동 연결, 24시간 운영, 즉시콜, 이용요금 지역별 격차 해소, 휠체어·비휠체어 장애인을 구분해 이용할 수 있는 임차 택시 등의 요구에 대해서다.

전장연은 인수위의 장애인 고용 관련 과제에서도 “중증장애인에 대한 어떠한 고용 대책은 언급조차 없다”라며 이어 그동안 단체가 요구한 “근로 능력이 없다고 여겨져 최저임금 기준도 적용되지 않는 최중증장애인과 탈시설 장애인에게 지방정부에서 마련한 ‘UN장애인권리협약을 홍보하고, 협약에 근거한 권리를 이행하는 일자리’인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에 대한 기준 마련조차 언급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장애인 평생 교육과 관련한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에 대한 입장과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의 중앙정부 예산 지원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장애인 고용과 관련해 인수위는 장애인 유망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장애인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민간·공공부문에 새로운 직업모델을 구축하고 디지털 훈련 센터를 확대하겠다고만 발표했다. 이밖에 문화체육예술 분야로 △박물관·미술관 등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을 통한 ‘무장애 문화시설’로 전환 △사회통합형 체육시설 확대 △무장애 관광도시 사업 추진 △장애예술인의 전용 공연장·전시장 조성 및 국공립 공연·전시장 대상 장애 예술인 공연·전시 활성화, 장애예술인 작품의 공공기관 우선 구매 등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등 555명 집단 삭발, 단식 결의대회까지

  지난 19일 555명의 발달장애인 등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진행했다. [출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편 장애인 단체들은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19일부터 집중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발달장애인 및 가족, 시민 등 555명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감행했다. 이어 20일부터는 장애인부모연대의 윤종술 회장 등 4명이 경복궁 역사 지하 2층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같은 날 ‘2022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한 뒤 행진을 벌인다. 사전 행사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촉구 대회’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출범식’을 개최한다.

이어 21일 오전 7시부터 전장연은 경복궁역(3호선), 시청역(2호선), 광화문역(5호선) 세 군데에서 동시에 지하철을 타는 투쟁을 재개하고, 같은 날 오전 인수위 앞에서 4.20 투쟁에 대한 마무리 보고대회를 연다. 이들은 집중 투쟁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 4월 말~5월 초에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각 부처의 예산 규모(Ceiling)를 결정하기 때문에, 바로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장연은 1981년 4월 20일로 전두환 정권이 지정한 ‘장애인의 날’을 2002년부터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호명하고 장애인 권리를 요구하며 20년째 투쟁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으로 본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전장연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전국의 법정·비법정 장애인단체 190여 개의 지역 장애인·시민사회·노동·인권·문화예술단체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회원으로 구성된 연대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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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강수

    3호선 강남쪽에서도 지하철을 탈 수가 없었다. 장애인이 무슨 큰 벼슬이라고 시민의 출근길도 막을 수 있나. 나도 장애인단체에 후원을 하지만 이제 후원도 않할 것이다.

  • 문경락

    앞서 전장연은 지난 12월 3일부터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등의 지하철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후 이들 단체는 지난달 29일 인수위와의 면담에서 해당 투쟁을 멈춰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30일부터 현재까지는 매일 삭발을 진행해왔다. 4월 20일까지 △2023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장애인 권리 민생 4법(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장애인특수교육법)의 제·개정에 대한 인수위의 답변을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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