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요금 인상 유보…시민사회는 ‘전면 철회’ 요구

공기업 적자, 기업 제재 강화와 에너지 공공성 확보 통해 해결해야

정부가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에 대한 결정을 유보했다. 해당 조정안은 31일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비판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이해관계자들과 의견수렴할 기회를 충분히 갖겠다며 요금 인상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반발은 거세다. 노동 및 시민사회단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에너지 요금 추가 인상안은 잠정 보류가 아닌 전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너머서울, 민주노총 등 60여 개의 노동·시민·지역사회단체·진보정당은 31일 오후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 이들은 “지금 민생에 필요한 것은 지지율에 따른 미봉책이 아니라 실질적 해결책”이라며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들과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정책을 개편하고 공공요금 부담을 키우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지난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세 차례나 날치기로 가스요금을 인상했다”라며 “그 결과 지난 한파에 에너지 취약계층과 소상공인들은 급등한 요금으로 고통을 겪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2월 전기, 가스, 수도 물가는 전월 대비 28.4% 상승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불어 식자재 가격까지 폭등하며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나 올랐다.

이날 모인 이들은 에너지공기업 적자 문제 해결과 에너지 공공성 확대를 위해 네 가지 요구 사항을 밝혔다. ▲주택용 에너지 공공요금 인상을 철회할 것 ▲에너지 공공요금 관련 대기업 특혜를 폐지하고 산업용 요금 인상 및 누진제를 강화할 것 ▲천연가스 직수입 제도와 전력거래제도를 악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에너지 대기업의 초과 이윤을 환수하고 민영화 철회 및 재공영화를 통해 공공성을 강화할 것 ▲에너지 요금 누진세를 강화하고 녹색 전환의 속도를 높일 것 등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큰 책임이 있으면서 에너지 산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와 에너지 공공성 확보가 핵심이다.

“한전 적자, 대기업 특혜 폐지와 대기업 전기요금 인상으로 절반 이상 해결 가능”

같은 날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대기업의 특혜 폐지와 대기업 대상 전기요금 인상만으로 한전의 적자 절반 이상이 해결된다”라고 주장했다. 에너지 위기로 커지는 대기업들의 초과 이윤은 모두 가스공사와 한전의 ‘비용’으로 잡히고 있으며, 공기업 적자를 보전한다며 에너지 요금을 일괄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대기업의 이윤을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일일 뿐이란 설명이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도시가스 요금 인상과 가스공사의 미수금 증가, 전기요금 인상과 한전의 적자 증가는 하나의 사이클로 엮여있다고도 했다.

우선 천연가스를 직수입하는 3대 민자발전 대기업인 SK, GS, 포스코의 2022년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은 2조 2천억 원으로 1년 전 동기 7천억 원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에 따르면 이들은 천연가스 직수입 물량을 조정해, 가스공사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가장 비쌀 때 단기계약 물량을 수입하게 만들어 국민이 부담해야 할 전체적인 천연가스 비용을 상승시켰다. 그 결과 한국전력이 민자발전사에 지불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상승해 한전의 적자를 증가시키고,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키웠다는 것이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언급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에너지 공공성 강화’라며 “에너지 대기업의 폭리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바꾸고 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천연가스 직수입 제도의 중단과 SMP 상한제 강화 및 재도입을 통해 민자발전사의 초과 이윤을 억제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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