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다배출 3대 기업,
환경 관련 제재 솜방망이 처벌만
최근 주요 철강기업들이 사업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업보고서에선 기업들이 받은 법적 제재 사항의 보고 역시 이뤄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산업안전의 미흡에 따른 재제와 폐기물관리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각종 환경 규제에 따른 제재 등이다.
포스코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2년 포스코와 그 종속기업이 받은 환경 관련 법적 제재는 모두 9건, 과태료는 모두 500만 원이다. 9건 중 7건의 제재는 개선명령에 그쳤고, 과태료까지 실질적인 제재가 가해진 조치는 2건에 불과했다. 2022년 9월,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측정기기의 운영 관리 기준 위반으로 포스코에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대구지방환경청 역시 측정기기 운영 관리 기준 위반으로 포스코엠텍에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을 지속해 위반했지만, 대부분 강력한 제재 조치 없이 개선명령이나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에 그쳤다. 개선명령을 받은 제재 건을 살펴보면 포항소 2후판 3가열로 질소산화물 허가배출기준 초과, 포항소 1열연 5가열로 질소산화물 허가배출기준 초과, 포항소 2소결 다이옥신 허가배출기준 초과, 포항소 대기오염물질 허가배출기준 초과, 광양소 대기오염물질 허가배출기준 초과 등으로 비슷한 형태의 위반이 반복되고 있다. 이중엔 같은 현장에서 위반이 반복된 건도 여럿이다.
포스코가 2018년부터 ESG 경영을 내세우며 “경제적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한걸음 더 기여하는 기업”을 표방하는 것이 무색해지게 환경 관련 법 위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2019년엔 총 4건의 환경 관련 법을 위반해 940만 원의 과태료를 납부했다. 2020년엔 총 1건, 100만 원의 과태료, 2021년엔 모두 7건의 제재, 9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포스코가 정말로 ‘사회문제 해결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 노력을 지속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포스코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현대제철의 경우 2022년에만 32건의 법적 제재를 받았다. 이중 환경 관련 법률 위반 건수는 10건으로 과태료는 모두 1,180만 원이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고 제재 역시 300만 원 미만의 과태료 부과 등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
가장 많은 전기를 쓰는 기업,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30년 동안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D램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은 40.6%(3분기 기준)에 달하고 SSD, TV, 냉장고, 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도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규모 양산 설비를 가동하는 첨단산업으로 전기 사용량이 막대하고, 초미세 공정을 위한 화학물질 사용이 많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의 특성상 공정별 온실가스 배출이 매우 많다. 삼성전자의 전력사용량은 국내 기업 중 가장 많고,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전체 민간 기업 중 세 번째로 많다. 삼성전자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포스코, 현대제철의 대형 철강 제조기업뿐이다.
삼성전자의 연간 전력사용량은 2015년 15.4TWh, 2016년 16.6TWh, 2017년 18.5TWh, 2018년 20.6TWh, 2019년 21.2TWh, 2020년 22.9TWh, 2021년 25.8TWh1로 한 번도 줄지 않고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에만 서울시 전체의 가정용 전력 사용보다 1.8배에 달하는 전력을 사용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해마다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520만 톤이었는데, 이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국내에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2015년보다 126% 증가한 양으로 국내 상위 30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일각에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매출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한 ‘배출 집약도’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국제사회는 통상적으로 배출 집약도 개선보다 절대 배출량 감축이 기후위기 대응에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 기후 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CFD) 등도 기본적으로 ‘절대 배출량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배출 집약도를 개선했더라도 총배출량이 증가하면 결과적으로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 변화 완화에 역행하는 셈이 된다. 결국 최우선 과제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요구가 커지고 있음에도 정작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나고 있는 ‘역행’의 기저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록 414 조직위원회 기획팀장은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온실가스의 절대적 감축을 목표로 해야 할 정부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나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나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정부는 여전히 지원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관철하고 있고,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가와 정부가 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과 통제를 계획하거나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70% 달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생긴 공기업 적자를 시민들의 요금으로 메우려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국가의 미래신용을 담보로 국채를 발행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와 사회의 신용저하와 공기업의 부채 누적은 곧 서민의 부담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저히 가진 자들의 입장에 따른 행태’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기업들, 노동·인권 탄압에도 앞장섰다
한편, 기후위기 대응이 온실가스 증가나 이로 인한 지구 기온 상승이라는 현상 문제에 대한 대처뿐 아니라 사회 불평등, 민주주의의 위기 등 사회적 위기와 중첩된 위기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낸시 프레이저는 최근 출판한 자신의 저서 《좌파의 길-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현상적 대응으로 머물러서는 지구를 지키는 대항 헤게모니를 구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낸시 프레이저에 따르면 “생계적 불안정과 노동권의 부정,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투자 철수와 돌봄 활동에 대한 오래된 저평가, 종족적-인종적-제국주의적 억압과 젠더·성 지배, 이주민의 박탈·추방·배제, 정치적 권위주의, 정치적 야만성 등”이 모두 기후위기로 대변되는 전 지구적 위기의 총체적 원인이다. 즉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비윤리와 비민주를 통제하고 이를 위한 ‘헤게모니’를 구축하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근원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후를 파괴하는 기업’으로 지목된 기업 대부분이 노동과 인권 탄압의 주체이기도 하다.
국내 1위 온실가스 배출기업인 포스코는 ‘기후악당’의 지위뿐 아니라 ‘노동악당’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포스코는 2018년부터 3년간 안전 활동에 1조 1,050억 원을 투자해 현장중심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사망사고가 잇따른다. 지난해 포스코가 받은 산업안전 관련 제재는 5건으로, 과태료는 모두 1억 120만 원이다. 특히 지난 2월 16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포스코와 포스코 광양제철소장에게 벌금형을, 과실치사죄 혐의로 공장장과 임직원에게 금고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유죄를 선고한 건이 가장 큰 제재 건이다. 이 건은 2020년 화재 폭발 사건의 1심 판결로 “당시 포스코 현장 파트장 등인 피고인들이 과실로 근로자의 생명이나 신체의 위험을 방지해 줄 의무를 충분히 다하지 못한 점이 인정되고 업무상 과실치사의 점은 유죄로 인정한다”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에서 발생한 산소배관 균열로 인한 폭발사고로 현장에 있던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판결 이후 포스코와 제철소장은 벌금 납부를 완료했고, 과실치사죄를 적용받은 공장장과 임직원 3인은 항소를 준비 중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노동안전 사고는 ESG 경영을 표방하면서도 환경규제에 소홀해 법적 제재를 받고도 이를 반복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기 충분하다.
현대제철의 경우도 지난해 받은 제재 중 산업안전 관련 법안 위반이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산업안전 관련 제재로 낸 과태료는 8억 9,720만 원이다. 과태료의 대부분은 지난해 3월 당진제철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따른 과태료다. 이 사망사고 이후 실시된 수시감독에서 현대제철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94조, 제95조, 제111조, 제129조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8억 5,44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더구나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이 산업재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현대제철과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송치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대기업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 현대제철이 처음이다.
노동안전과 환경문제 등에서 기업의 반복되는 ‘폭주’를 견제하기 위해 노동조합 등 현장 주체들의 헤게모니가 필요하지만 조직된 노동자는 탄압당하기 일쑤다. 포스코와 삼성은 최근까지 무노조 경영 이념을 내세웠다. 포스코에선 1988년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설립됐지만, 사측은 징계 등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했고 안기부까지 나서 결국 노동조합은 와해됐다. 그 뒤로도 노조 재건의 시도가 있었지만 역시 인사발령, 징계 등으로 민주노조 설립을 도모하지 못했다. 2018년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설립됐지만 설립 직후부터 노조 간부 징계를 모의한 회의록이 드러나 노조탄압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금속노조 탈퇴를 두고 벌어지는 현재의 갈등 상황까지 포스코 사측의 노조 탄압 의혹은 여전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역시 포스코의 영향 아래 있는 포스코 사내하청 업체들이 주축이 돼 회유와 협박을 동원해 노조를 탄압해왔다. 삼성전자는 2020년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53년간 이어온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설립된 노조들은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삼성SDI 울산지회에 따르면 여전히 반인권적 노동자 감시와 통제, 간부에 대한 징계 협박 등이 이뤄지고 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삼성전자판매지회 또한 노사협의회 대표가 직원들 성향파악 문건을 만들어 관리해오고 있다고 지난해 폭로한 바 있다. 낸시 프레이저의 말처럼 ‘대항 헤게모니’의 구축 자체가 기업에 의해 막혀있는 셈이다. 결국 기후위기와 노동안전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주체의 형성 자체를 방해받고 있는 것.
정록 기획팀장은 “기후위기를 비롯한 전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불안정 노동과 차별을 가속화하고, 녹색 자본주의를 외치며 기후위기 대응을 늦추는 기업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