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부임한 황정일 원장 시기 노사관계를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통보로 불거진 노사 갈등 외에도 황정일 원장의 자질과 관련한 여러 논란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황정일 대표의 장애에 대한 발언,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언론에 드러난 내용들만 보더라도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대표인지 가늠이 가능하다.
그리고 최근 벌어진 일들은 최악의 상황이라 볼 만하다. 공공돌봄을 위해 세워진 기관에서 어린이집, 데이케어센터 등을 통한 돌봄을 중단하겠다고 셀프 선언을 한 것이다.
이용자 스스로 인정하는 민간과 차별화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어린이집…운영중단 반대하는 학부모들
그중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던 7개의 어린이집 운영을 순차적으로 종료한다는 내용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측은 ‘민간기관과의 서비스 차별화가 미비한 국공립어린이집과 데이케어센터를 굳이 서사원에서 별도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그건 오로지 사측의 생각일 뿐이다.
공공운수노조를 중심으로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공동대책위’가 지난 4월 실시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이용자 324명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318명 98.1%라는 압도적인 수가 민간운영 어린이집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서비스가 더 낫다고 응답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서비스 중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구체적으로 응답했다. 민간보다 질 좋은 급간식 제공(290명, 89.5%), 영유아 맞춤형 발달 솔루션(236명, 72.8%), 취약보육(223명, 68.8%), 영유아 안과검진(153명, 47.2%) 등 이용자들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만족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이 중에는 선생님의 전문성과 투명한 어린이집 운영 등의 기타의견도 있었다.
민간과 비교해서 더 나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의 장점에 대해서도 이용자들의 여러 의견이 확인된다. 공공이 운영하여 신뢰성 담보(289명, 89.2%), 전문성 있는 보육노동자(262명, 80.8%), 비리없는 투명한 어린이집 운영(258명, 79.6%), 민간과 차별화된 서비스(190명, 58.6%) 등의 내용이 다수를 이루었고 선생님의 안정적 고용을 장점으로 뽑는 기타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결과에서도 충분히 예상되듯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어린이집 운영중단에 반대하는 이용자의 의견은 압도적이었다. 96%(311명)의 학부모들이 반대했다. 학부모들은 민간위탁 전환 시 우려지점에 대해 보육의 질 저하, 예산의 투명한 운영 우려, 고용불안, 아이들의 재적응 우려 등 다양한 의견을 전달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이용하는 이용자 측면에서 어린이집은 ‘공공이 운영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족도 높은 어린이집’이었다.
▲ 지난 4월 24일 사회서비스원지부의 파업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노동조합의 든든한 연대자였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
어린이집 지키기 위해 나선 노동조합…어린이집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과 힘을 모은 학부모들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는 어린이집 운영중단과 관련해서 학부모 설명회를 준비했다. 홍보와 노력에 비해 많은 학부모들이 참여하진 않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이 시간을 내서 노동조합의 설명회에 참여했고 현재 상황에 대해서 노동조합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4월부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사태를 대응하는 주체로 노동, 시민사회단체 외에 ‘학부모’가 추가되었다. 기자회견,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이용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언론에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어린이집 운영을 종료하겠다고 밝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기자회견, 기고, 서명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공돌봄에 대한 목소리를 알려내고 어린이집 지속운영을 위해 서울시, 서울시의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측을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
어린이집 운영중단 위기라는 이 사태 속에서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공공돌봄을 위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곳은 서울시도 서울시의회도, 서울시사회서비스원도 아닌 노동조합이다.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싸우는' 노동조합과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실제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과 비슷한 경험을 했었던 중구의 학부모님들(중구 직영 돌봄 어린이집 폐지반대 비상대책위)도 공공운수노조가 진행하는 파업이나 기자회견에서 공공돌봄의 중요성을 함께 외쳐주고 계신다.
▲ 지난 5월 11일 서울시의회에서 진행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 이용자 수요 및 만족도 조사 결과 발표 자리에서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공동대책위를 비롯해 든든어린이집 학부모연대 등이 함께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 운영중단 대응 과정을 통해 기대하는 것들
사회복지 노동자, 돌봄노동자들에게 이용자의 지지는 매우 큰 힘이 된다. 돌봄노동 자체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의존되는 노동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노동조합과 시민들의 목소리가 합쳐지면 더 이상 단순 이익집단으로서의 목소리가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된다. 돌봄노동에 있어서 이용자와 노동자의 이해관계는 기본적으로 다르지만 돌봄서비스가 가진 공공성과 필요성에 있어서는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학부모들은 이제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의 돌봄노동자들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적돌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제 기자회견장이나 집회 장소에서 노동자들과 이용자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돌봄노동자로서 공공돌봄의 역할을 정책결정 단위인 서울시, 서사원, 서울시의회에 촉구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하여 회사와 서울시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도록 계속 이를 알려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대희 지부장이 학부모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소식을 전달받는 카톡방에 올린 장문의 메시지 중 일부다.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이 투쟁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노동조합이 단순히 노동자 집단의 이익을 좇는 것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있는 일터를 통해 사회적 역할에도 책임감 있는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용자들도 이를 인식하고 공감하고 함께 나서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여겨야봐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여러 학부모님들이 노조의 투쟁에 동참하는 것을 보면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사태를 중심으로 노동자와 시민들이 공공돌봄에 대해 정치와 정부의 올바른 역할을 촉구하는 대중운동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보여진다.
▲ 지난 5월 4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 지속운영 및 서울시대책마련촉구 기자회견 후 찍은 기념사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사태를 대응하는 공공운수노조와 시민(이용자)의 대중운동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출처: 너머서울] |
대중운동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집단적으로 협력하여 벌이는 사회운동·노동운동·농민운동과 같이 특정한 계급이나 계층에 한정된 사회운동이 아니라, 다양한 계급·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특정한 목표하에 모여서 전개하는 운동”이라고 정의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대중운동은 보다 많은 사회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사태를 대응하는 학부모와 노동조합의 모습도 그러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은 더 이상 외롭게 싸우지 않는다. 어린이집을 지키기 위해 함께하는 학부모들이 곁에 있기에 공공돌봄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공공돌봄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책임있는 자들을 향하고 있다. 학부모와 노동자들은 정책을 결정하거나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다. 그럴 권한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 서울시의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노동자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도, 해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