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장관의 건설노조 혐오표현, 인권위서 다뤄지나

野 “‘건폭’ 등 정부의 혐오표현, 인권위가 조사해야”…인권위 "조사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앞장서 발화해온 건설노조를 향한 혐오표현을 국가인권위원회 차원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일침이 나왔다.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은 정부가 사용하는 건설노조에 대한 혐오표현을 인권위 차원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만들어 쓴 ‘건폭’과 원희룡 장관이 언급한 ‘경제에 기생하는 독’, 약탈집단, 갈취세력 등이 혐오표현으로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남규선 인권위 상임위원에게 “대통령과 주무 장관, 검찰이 쓰는 혐오 표현과 차별적 행태들이 결국 두 아이의 아버지인 건설노동자를 분신 사망케 한 것 아니냐”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라고 인권위 차원의 적극적 조사를 요구했다.

서 의원은 ‘진정서가 접수되면 조사를 시작하겠다’라는 남 상임위원의 말에 “진정서 접수를 기다리지 말고 선제적으로 (조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남 상임위원은 "아마 오늘내일 중으로 진정서가 들어올 것 같다"라며 "인권침해 부분과 차별 부분에 대해 조사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서 의원은 인권위 홈페이지의 내용을 따와 “어떤 집단에 대한 차별과 적대감을 말이나 글, 상징 등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혐오”라면서 “헌법상 노동 3권에 근거해 설립한 건설노조를 조직폭력배와 유사한 형태의 건폭이란 단어로 규정하는 것은 건설노조라는 집단에 대한 차별과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조합에 대해 조폭, 기생, 독, 빨대, 약탈집단, 갈취세력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에도 없는 무법지대’라고도 했는데 이건 인종차별적이기까지 하다”라며 “이 표현들은 대통령과 원 장관의 발언이고, 모두 혐오표현으로 볼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이러한 혐오표현들이 “건설노조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한편, 건설사와 노조 간 갈등, 건설현장의 안전문제를 개선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라며 “객관적 판단과 합리적 정책 설계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영상 캡처. 남규선 인권위 상임위원에게 질의 중인 고영인 의원(오른쪽).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도 건설노조 수사에 대한 전반을 지적하며 “건설노조에 대해 너무 정치적 의도를 갖고 파렴치범으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했다. 고 의원은 “양회동 간부의 분신에 이르기까지 몇 가지 반인권적 사례들을 확인했다”라며 “경찰, 검찰, 정치권, 정부 각료들의 움직임을 인권위에서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조사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인권위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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