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법원 조사받은 건설조합원 열에 셋은 "죽고 싶다"

건설노조, 심리위기 실태조사 후 “양회동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규정

최근 경찰, 검찰, 법원 등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건설노조 조합원 10명 중 3명이 자살을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13일(화) 오전 11시 서울대병원 양회동열사 장례식장에서 '노조탄압과 국가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위기 긴급점검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발표했다.


5월 11일 설문지 배포를 시작한 이번 실태조사는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 경찰, 검찰, 법원 등에 출석한 경험이 있는 1,02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설문대상자 중 온라인 응답자 295명의 설문을 분석한 중간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건설노조, “전 사회적 린치 당하고 있다”..."양회동 열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건설노조는 심리적 위기 실태조사를 통해 나온 불안, 스트레스, 자살 생각 수치들은 과거 기업별 노조탄압을 겪은 사업장들과 비교하더라도 매우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건설노동자들이 한 사업장을 넘어 대통령과 국토부장관의 선정적인 선동과 특진을 위한 검경의 막가파식 수사 등으로 전 사회적 린치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결국 “양회동 열사의 죽음은 국가폭력과 사회적 린치가 빚은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건설노동자들도 불안과 분노 등을 호소했다. 서울지역에서 형틀 목수 일을 하는 건설노동자는 세 차례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를 받기 전 2주간의 시간이 악몽 같았다. 처음에 조사받으러 가서 범죄자 취급받고, 두 번째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하니까 정말 답답하고, 자다가도 깨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계속됐다. 지금도 입력되지 않은 전화번호면 받는 게 겁이 날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안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형틀 목수인 다른 건설노동자는 같은 지역에서 6명이 구속 상태고, 소환조사를 받은 조합원이 120명, 앞으로 소환을 앞둔 조합원이 20여 명이라며, “분노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심리치유 전문단체 두리공감에서 분석한 조사결과를 보면 자살 또는 자해를 생각했다는 응답자는 295명 중 91명으로, 응답자 10명 중 3명이 자살 또는 자해를 생각한 셈이다.

자해 또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주 동안에 매일 같이 자살(자해)을 생각했다는 응답자가 16명, 2주 동안 7일~12일 자살(자해) 생각을 했다는 응답자가 18명, 2주 동안 2~6일 자살(자해)을 생각했다는 응답자가 47명이었다. 자살 또는 자해 생각은 다른 마음건강 항목인 사회심리 스트레스, 우울, 불안 등과도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행복감과 '내가 하는 일들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인지' 등 일상생활에서 겪는 곤란을 측정하는 사회심리 스트레스 항목에선 고위험군이 163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55.3%를 차지했다. 검사결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27점인데, 응답자 평균은 29점이었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울증에서도 더 자세한 검사나 진료가 필요한 응답자가 45.1%(133명), 불안으로 추가적인 검사나 진료안내가 필요한 응답자도 66.4%(196명)라는 결과가 나왔다.

“건설노동자가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

[출처: 장경희 두리공감 상임활동가]

조사결과 발표에 나선 장경희 두리공감 상임활동가는 조사를 실시하게 된 배경으로 노동조합 탄압 등 국가 차원에서 폭력이 강하게 진행되고 있고, 건설노조 조합원이 현장에서 쫓겨나는 등 물리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장경희 활동가는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사람이 분노뿐만 아니라 분노에 따르는 매우 많은 심리적 어려움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위기’는 개인이 혼자의 힘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태 또는 개인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외상 사건에 의해서 만들어진 심리적 불균형을 의미한다.

장경희 상임활동가는 이러한 심리적 위기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며, “국가 폭력에 의해 심리적 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심리적 위기를 낮추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가 폭력이 중단되는 것으로는 심리적 위기를 끝내는 데는 충분치 않고, 진정어린 사과와 명예회복이 반드시 따라야 심리적 위기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 장경희 상임활동가의 주장이다.

장경희 상임활동가는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파렴치범이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 낸 사람들이 조합원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사과를 한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의 명예가 회복되어야만 이들의 심리적 위기가 끝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경희 상임활동가는 “건설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제로 지금 정부에서는 ‘노동조합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며 이런 프레임에서는 사회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취급받아서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상태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노조탄압과 국가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위기 긴급점검 실태조사 결과'를 담은 최종 보고서는 7월경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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