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공동파업 위한 첫발 뗐다…40개 사업장 공동교섭 선포

공공운수노조 “정부, 파국 막으려면 노조와의 교섭에 즉각 응해야”

철도, 지하철, 건강보험, 국민연금, 서울대병원, 가스공사 등 공공운수노조 사업장 40곳이 공동교섭 개시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 사업장 조합원 규모는 총 8만 7,400여 명에 이른다. 이번 공동교섭은 오는 9~10월로 예정된 공공부문 대규모 공동파업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최악의 민영화 정부, 최악의 노동탄압 정권에 맞서 노동조합은 싸울 수밖에 없다”라며 공동파업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동시에 “지금이라도 정부는 대화와 타협, 사회통합을 위해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정부에 성실한 노정교섭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14일 오전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공공기관 공동교섭을 선포하고, 노정교섭으로 다뤄야 할 다섯 가지 의제를 발표했다. 공공운수노조가 제시한 교섭 의제는 ▲민영화 중단 및 사회공공성 확대 ▲임금격차 축소 및 실질임금 인상 ▲직무성과급제 폐지 ▲인력충원 및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확대 ▲노동개악-노조탄압 중단이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77개 공공기관 중 6월 교섭을 개시하는 준비 단위는 총 40곳(52%)이다. 공공운수노조는 공동교섭 흐름에 동참하는 단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까지는 22개에 불과했으나, 14일 현재 40개 단위로 짧은 기간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기관 노조의 임단협 교섭이 여름 이후에야 개시됐던 통상적인 교섭 흐름과 비교해, 상반기에 이미 교섭 준비를 완료했거나 교섭을 개시한 현재의 상황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며 “윤석열 정권이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노동권을 탄압하고 있는 것에 대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분노와 공동투쟁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사회공공성과 노동기본권이 후퇴하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정책들을 지적했다. ▲철도-전기 민영화 공세 ▲공공요금 폭탄으로 이어진 발전-가스 민간개방 ▲의료영리화 ▲지하철 공익적자 외면 ▲국민연금 국가책임 회피 ▲건강보험 보장성 후퇴 ▲공공돌봄 후퇴 ▲안전운임제 폐지 등이다.


철도, 지하철, 연금, 의료 민영화 막아야

이날 기자회견에선 공동교섭을 개시한 사업장 대표자 및 임원들이 대거 발언에 나섰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철도 관제권, 시설유지보수업무를 분할하고 차량정비업무를 민간에 외주위탁하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철도는 관제, 역, 차량, 시설, 통신, 운전 등 운영과 시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네트워크 산업으로, 국토부는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관제권, 시설유지보수업무 분할과 차량정비업무 외주화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철중 국민건강보험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직무성과급제가 공공기관에 도입되면 성과 창출을 위해 구성원 상호 간에 경쟁이 심화돼 대국민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공공성은 파괴되고 공공기관이 민영화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미례 공공연구노조 사무처장은 정부의 부당한 행정개입을 지적했다. 윤 사무처장은 “공공연구노조는 매달 개최하는 중앙집행위원회, 두 달마다 열리는 중앙위원회 회의에 꼬박꼬박 회계 내용을 보고한다. 매년 두 차례씩 1월과 7월에 자체적으로 선출한 회계감사가 엄중하게 감사를 하고, 그 내용을 조합원들께 공개한다”라며 회계의 투명성을 자신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대응하고 있는 것은 자주적이고 민주적 운영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노동조합이라는 생명체에 생채기를 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부당한 노동탄압을 철폐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교섭과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강 국민연금지부 지부장은 윤석열 정부가 사적연금 활성화와 연금민영화에 앞장서며 각자도생의 시대를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일수록,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노동자일수록,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고, 플랫폼 노동자일수록, 노후를 책임지는 적정한 수준의 국민연금을 받아야 한다”라며 “연금개혁은 하지 않고, 노동자를 배제하고 전문가, 수익률 운운하며 정권과 자본시장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기금 거버넌스 개악으로 연금개혁을 미봉하려 할 경우, 윤석열 정권은 엄중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지하철 노동자의 노동권을 훼손하고 천만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안전-생명을 시험하는 구조조정과 민간위탁 중지, 안전인력 축소를 반대한다”라며 “안전한 지하철, 시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지 않는 지하철을 위해 무책임한 정부의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명 위원장은 “정부가 시민의 안전-생명-공공서비스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안전인력 충원’ 노력은 포기하고, 오히려 대규모의 인력감축 계획을 준비하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지옥철로 가는 정부정책’에 대해 맞서 함께 공동교섭과 공동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태석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분회장은 팬데믹 기간 확인한 국민의 공공의료 확대 요구와는 정반대의 의료정책을 정부가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인력을 통제하고 임금가이드라인으로 임금인상까지 통제하면서 공공병원 인력을 고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분회장은 “공공병원의 인력통제가 계속된다면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며 “병원노동자들은 의료민영화 저지, 공공병상 확대, 병원인력 확충 및 실질임금 인상을 걸고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바꿔내기 위한 하반기 총력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공동교섭 개시를 시작으로, 조정신청과 쟁의찬반투표, 파업돌입 등 대규모 공동파업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공동의 파업에 의의를 둔 만큼, 일체의 쟁의 행위 일정을 포함해 투쟁의 종료까지 함께 논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14일 공공기관 공동교섭 선포 기자회견을 마친 공공운수노조 소속 간부 및 조합원들은 대통령에게 공동요구안을 직접 전달하겠다며 용산 집무실로 이동을 시도했으나 경력에 의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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