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가족모임’ 회원들이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성폭력 피해 어린이들을 법정에 세우지 말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최예진(당시 5․가명․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양은 지난 98년 4월부터 엄마에게 “고추가 가렵고 아프다. 아빠 선생님이 만졌다” “엄마가 날 지켜주지 못했다”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예진 엄마는 같은 해 7월 유치원 원장 홍아무개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고소했으나, 검찰은 예진이의 진술만으론 고소사실을 인정하기 힘들다며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예진 엄마는 2000년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피해어린이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어서 성추행 사실이 인정되며, 검찰이 대질조사나 거짓말탐지기검사 등을 허술하게 하는 등 수사상 문제점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불기소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예진 엄마는 이와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지만, 예진이는 번번히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불려나가 같은 말을 되풀이해야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의자에 대한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린이 성폭행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육체․정신적 후유증뿐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느끼는 두려움, 성인과 똑같은 조건을 강요하는 형사사법시스템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동성폭력피해자가족모임(대표 송영옥) 주최로 열린 ‘아동성폭행의 실태와 대책 심포지엄’에서는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수사를 원활히 진행시키고 범죄자에 대한 유죄판결을 늘리기 위해 ‘아동증인지원체제’를 도입하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아동피해사건 전담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세대 심희기 교수(법대)는 “현재 경찰이나 검찰은 어린이 피해자를 가해자와 낯선 사람들과 함께 불러 아주 세세한 질문에 답을 하도록 강요하고, 어린이가 이에 응하지 못하면 증언능력이 없다거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며 아동의 진술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른조차 두렵게 느낄 수 있는 사법절차에 어린이들을 같은 조건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유엔아동권리조약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성폭력상담소나 아동상담소, 아동학대예방센터 등과 협조해 아동피해자들이 두려움없이 진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동증인지원체제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심 교수는 또, “경찰과 검찰, 법원에 어린이 성폭행 등 어린이 피해사건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어, 수사나 재판을 진행할 때 어린이의 눈 높이에 맞춘 공간과 시설을 제공하고, 수사의 표준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해어린이와 가족들에게 가장 시급한 진단․치료를 정부나 지자체가 무료로 지원하는 체제를 만드는 방안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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