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시설 노동자들은 지난 18일 규탄집회를 시작으로 고대미화원협의회 총회를 열고 변형된 근로계약서 서명 거부 결의를 내는 한편 매일 업무 종료 후 모여서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져왔다.
또한 25일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첫 집회 이후 28일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90여명의 노동자들이 본관 점거 농성을 진행했고 29일에는 용역업체 항의 방문도 진행했다. 이러한 성과를 모아 7월 1일 130여 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고려대 시설노조가 설립되기에 이르렀다.
이 자리에는 인권운동사랑방, 불철주야(불안정노동철폐를 주도할거야),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갑수 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 강수분 청주대 시설노조 지부장, 구권서 시설노조 위원장, 류금신 민중가수가 함께 했다.
전국의 대학 시설노조는 청주대, 서울대, 부산대, 인하대 정도로 손꼽히는 상황이다. 비록 학내 불철주야 학생들, 인권운동사랑방, 철폐연대 등의 계획적 연대가 있었다고 해도 대부분 60세 이상의 여성노동자들이 첫 싸움을 결의한지 두 달여 만에 노조를 만들어 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입사 8개월 차, 집안 일만 해온 게 전부라는 이영숙 지부장은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앞에서 몇 번 나선 거 뿐인데 지부장으로 정해져서 앞이 막막하다"고 말하면서도 조합의 결속력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집에 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여기 있는 조합원들의 얼굴을 보며 정말로 다시 용기가 난다. 도와주겠다고 믿고 맡긴 동료들의 얼굴을 보면 한 번 부딪쳐 보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영숙 지부장은 청소 일을 시작하고 오히려 천식과 고혈압이 사라지고 사는 보람을 느꼈다며 일하는 것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 지부장은 "10년 이상 저임금으로 일하신 분들도 건강하게 일하고 싶어서 노조에 동참한 거다. 아무리 일하려해도 3교대에 휴무도 없이 일할 수 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라며 자리한 조합원들의 요구가 소박한 것임을 강조했다.
멀리 청주에서 연대하기 위해 올라온 강수분 청주대 시설노조 지부장은 "울며 숨어서 26명이 노조를 만들었던 우리의 기억을 떠올리면 이렇게 학생들과 연대단위들의 축복 속에 축제 분위기에서 노조를 꾸릴 수 있다는 게 놀랍고 부럽다"고 말했다. 강 지부장은 "앞으로 노조가 갈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단결한다면 답은 눈앞에 있다"고 격려했다. 강 지부장은 이어 " 내 옆의 조합원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버텨야 하며 노조의 주체는 학생이나 연대단위가 아닌 본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2002년 활동을 시작으로 당시 고대 시설노조의 결성 움직임과 무산 과정까지 지켜보았고, 이후 학내 시설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실사를 벌이며 고미협 결성부터 노조 설립에 함께 해오고 있는 15명의 고대 불철주야 학생들은 총회 내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장준 불철주야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당초 불철주야는 현안인 안정적 고용승계와 노동형태 악화 저지를 쟁취한 후에 시설노조와 사회단체의 연대 속에 점차적으로 노조를 결성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었다고 한다.
그러나 재입찰의 험한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자들 스스로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고 노동자들이 주변 동료들을 끌어오기 위해 만나가며 노조의 설립을 촉구했다고 한다. 박 집행위원장은 "2002년 노조 결성 때와 달리 고용승계와 노동조건 악화 저지라는 공감대 속에서 노동자들이 모인 것이다. 물론 좀더 가열찬 투쟁의 단련 속에서 노조가 결성되었다면 좀 더 안정감이 있겠지만 서로의 삶에 대해 공유하고 불신을 없애가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만큼 그 결속력은 크다"고 평가했다.
현재 고려대 측에서는 업체와의 도급 계약서상에 △60세 이상자 정리해고 문구를 삭제할 것, △근무 형태를 현행대로 유지하되 연장할 수 있는 여지를 둘 것, △휴일 근무는 지원자에 한해서 시행할 것,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명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안 부분에서 사실상 일치점에 많이 접근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 문서화 된 것이 아니며,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희망자에 한해 시간을 연장하고 휴일근무를 시행한다면 '희망 근무가 강제'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간접고용 상태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매일,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인문대 용역업체로 선정된 <아이서비스>는 고미협 등의 압박을 이유로 용역수행을 포기했다. 형식적 명분과 달리 현재의 도급단가로는 9월부터 시행될 최저임금인상분에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학교측에서는 공대 용역업체인 <제이디원>에 인문대의 용역도 제안했으나 <제이디원>측은 공대만 계약대로 1년 수행하고 인문대는 3개월만 수행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인문대 노동자들은 3개월간 단기 계약 후에 다시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날 총회자리는 시설노동자 할머니들의 기쁨의 숨결로 술렁였다. "앞으로 노조를 이유로 나가라는 남모르는 협박이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그리 기쁘시냐"는 질문에 할머니들은 "나가라면 나가야지. 그치만 이제 노조가 생겼는데 싸우다 나갈 거야. 같이 뭉친다는 게 얼마나 좋아. 매일 구사리 먹던 게 풀렸는데 안좋아?"라며 오히려 기자의 등을 쳤다.
할머니들은 요구안들이 표면적으로 일정 받아들여진 듯 보여도 여기서 멈추면 내년에 다시 또 이런 과정들을 처음부터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때문에 서로 버팀목이 될 수 있게 모여진 노조라는 이름이 그렇게 기쁘고 흥나는 것이다. 청소용역 할머니들은 이제 최할머니, 김할머니가 아닌 이미 한사람의 어엿한 노동자였던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고 있었다.
| 허혜영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인터뷰 | ||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노조결성에 함께 하는 것이 생소하다인권하면 자유권만 생각하기 쉬운데 인권의 개념은 자유권에서 생존권, 노동권 등의 사회권으로 확장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빈곤을 양산하는 불안정노동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해왔다. 특히 불안정노동 중에서도 최저임금 경계에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왔다. 그러던 중에 불철주야 동지들의 활동을 접하고 저임금과 간접고용 문제 해결에 대한 장기적 안목으로 고려대 시설 노동자 투쟁에 4월부터 함께 하게 되었다. *장기적 안목이라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현재 이 분들의 투쟁의 내용은 자신에게 지금 닥친 문제에 대한 것이다. 그러한 당면 내용의 투쟁을 통해 다시 사회적 투쟁의 주체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테면 이분들은 현재의 조건에서 변함없이 고용이 보장되길 바라신다. 자신들이 최저임금의 경계선에 좌우 받는 노동자임에도 그 부분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상황이다. 점차적으로 자신들의 상황과 그러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접합점을 찾는 투쟁의 주체로서는 과정에 함께 하고 싶다. *구체적 상은? 이후에도 기본적으로 노조의 일정에 따라가겠지만 주로 교육을 통한 연대를 당분간은 지속할 계획이다. 지금 이 분들의 요구는 너무나 소박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저 이 상태로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평생을 더 높은 요구의 꿈을 꾸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에 대한 요구 수준을 점차로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려대의 싸움을 통해 간접고용의 문제에 대해 대학 내, 사회 내 이슈화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노조결성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사실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인 이 분들이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노동자들을 믿지 못했던 나의 나약함이었다. 어머니들은 우리(연대단위)가 주춤거릴 때 더 하자고 박차를 가했다. 시기가 짧았을 뿐 매일 보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신뢰가 쌓였다. 그리고 노동자들 사이에서 상승기인 지금 노조를 못 만들면 언제라도 못 만든다는 마음이 있다. 이 분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올해 이 문제 해결이 아니라 올해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말자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조를 만든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부러 중하게 설명 드려도 "뭐 더 물어볼게 있냐?"고 답변하셨다. *학교측의 반응은 어떠한가? 학교가 발칵 뒤집어 졌다고 한다. 특히 <아이서비스>측에서는 노동자들의 움직임을 핑계로 용역수행을 하차한 상태가 아닌가. 그러나 노조결성이 워낙 신속하게 이루어져서 아직 눈에 보이는 반응은 없다. 그저께 노조 결성 결정을 했고 오늘 총회를 했으니 반응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향후 지켜볼 일이다. *노조 결성에 결합하기는 처음인가? 처음이다. 어머니들이 말로는 자신이 "똥통이나 치우는 주제"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당당하게 노동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빗자루 놓으면 학교가 돌아갈 것 같어?" 자신의 노동의 가치에 대해 교육이 아닌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분들에게 노동의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교육하려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나 스스로도 조직된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했다. 10년 넘게 일했는데 고용승계가 안될지도 모르고 노동조건까지 악화되는 상황이 되자 어머니들이 빗자루를 놓고 싶다고 말했다.그러나 노조를 통하지 않은 집단행동은 불법인 상황이 아닌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표현하는 방식이 노조라는 형태로 제한되는 것의 합리성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서도 노조의 필요성은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 *소감은 지부장님 부지부장님 사무장님이 스스로 결의를 내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든든하다. 그분들과 함께 하고자하는 조합원들과 연대단위들과 더더욱 잘해내야 겠다는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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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에서 노조결성에 함께 하는 것이 생소하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