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를 투쟁의 명분으로 이용하지 말라"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 잠정합의안 마련, 비정규노조 엄호 미흡

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가 파업 5일 만인 7월 1일 14차 교섭에서 입금협상에 잠정 합의했다.이에 따라 노조는 파업을 철회하고 오는 5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올해 5일간의 파업은 지난 95년 이후 가장 짧은 기간이며, 교섭기간과 매출손실액도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잠정 합의 내용은 △임금 9만5천 원 인상 △성과급 200% 12월말 지급 △하반기 생산목표 달성격려금 100% 지급 △타결일시금 100만원 등이며 산업발전기금은 자동차공업협회와 금속연맹 자동차분과위원회 협의결과를 준수하기로 하고 사회공헌기금은 지역사회발전 책무활동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키로 했다.

사내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관련해 정규직 임금인상금액의 80% 수준인 7만6천 원을 인상하고 연말 성과급 200%, 하반기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타결일시금 6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비정규직 요구 녹여내지 못한 비정규직 합의안

그러나 이러한 잠정합의안의 내용에 대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이 크다.

당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주되게 요구했던 것은 노조 활동 보장과 해고자 복직 문제, 그리고 임금인상과 처우 부분에서 '1, 2, 3차 하청 동일 기준 적용'이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정규직 합의안의 내용에는 그동안 비정규직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노조활동 보장과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문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반면 정규직 해고자 2인은 복직되었다.

임금인상의 경우 정규직 80%의 기준이 정규직 '통상 임금' 기준이 아니라 '임금 인상분'이 기준이기 때문에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러한 인상기준조차 1차 하청 외에 대부분 여성노동자들인 2차, 3차 하청에는 잠정합의안 내용의 적용이 없다. 3차 하청은 최저임금 선에서 임금이 시작되고 그 위의 2차, 1차 하청의 임금이 적용된다. 해마다 최저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3차 하청의 임금이 다소 오르는 것이고 그에 연동해 2차 1차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쉽게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또한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관한 어떤 내용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조를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정규직이 해주는 거나 받아먹으라는 식의 태도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두 번 죽이는 거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정규직 노조가 정말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 아니 하다 못해 연대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정되게 자신들의 요구를 가지고 싸울 수 있는 비정규노조 엄호에 주력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해고자 동지들과 2차 3차 하청 동지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하며 "우리가 하청노조가 아닌 비정규직 노조를 만든 것은 모든 비정규직을 포괄하는 의미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우리가 우리를 믿고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한다"고 말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투쟁의 명분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분노했다.

현대 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오늘(2일) 중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아쉬움을 감추지는 못했다. 또한 "2차 3차 하청동지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역시 덧붙였다.

현대자동차비정규 최초 독자파업 시도

한편 현대차비정규직노조(위원장 안기호)는 7월 1일 사상 처음으로 현대자동차 내에서 하청노조 독자파업을 시도했으나 결국 공장을 멈추지는 못했다. 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24~25일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93.3%, 2105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7월 1일 독자파업을 결의한바 있다. 그러나 29일, 30일 현대자동차 전면 파업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동참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 시간이 부족했다. 또한 정규직 잠정합의안이 나올 거라는 소문 속에 파업이 정리되는 분위기를 체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한편 오후 2시에는 정규직 노조의 부분 파업이 이어졌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의 독자파업은 생산을 중단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7월 1일 오전 8시부터 3공장을 중심으로 20~30명 가량의 하청노동자들은 공장 진입에 성공하기도 하였으나 관리자들에 의해 공장 내 순회 선동은 봉쇄되었다. 5공장의 경우 안기호 위원장을 필두로 수십 명이 공장순회선동을 하였으나 라인이 끊어지지는 않았고, 3공장 노동자들이 고립되어 있다는 연락을 받고 5공장 20여명의 선봉대가 급하게 구내버스를 타고 3공장으로 이동하던 중, 구내버스에 고립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정규직 활동가들이 쟁의행위 찬반투표 때와는 달리 적극적인 조력을 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 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는 잠정합의에 도달하고 파업을 철회함으로서 현대자동차내의 파업은 사실상 종결되었다.

지난 24일 부산지노위는 현대자동차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당사자가 부적격하여 조정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따라서 이번 파업과 관련 현대자동차 원청에서 불법파업을 거론하며 파업 지도부에 대한 해고나 징계 등의 압박을 가해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주어진 상황이 어떠했든 파업을 결의하고 스스로 힘있게 대중을 조직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교섭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불법파견 문제와 2차 3차 하청노동자 문제, 노조인정 및 노조 탄압 중단 문제를 끌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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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
    [발행인] 현자비정규직노조위원장 안기호,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장 홍영교
    [게시기간] 2004년 7월 2일부터 7월 5일까지



    현자노조 잠정합의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



    ▣ ‘정규직 통상임금 80% 쟁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실질적인 임금 격차를 좁혀가기 위한 요구였으나, 결과는 정규직 인상분의 80%였다!

    04년 임금협상 요구안에서 비정규직의 임금요구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하여 ‘정규직 통상임금의 80%’로 조정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의 결과는 정규직 임금 인상액의 80%로 합의되었고, 애초부터 정규직 통상임금의 80%가 아니라 인상분의 80%를 요구했었다는 듯이 요구의 취지가 변질되었다. 잠정합의안에서의 수준으로 결정된다면 처음의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실질임금 격차 단계적 해소’라는 취지와는 정반대로 임금격차는 현재의 수준보다 오히려 벌어질 것이다.


    ▣ 2·3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자노조 임투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되었다!

    올해 협상에서도 여전히 현대자동차 노동자 중에서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2·3차 업체 노동자들의 처우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와 현자노조의 변명처럼 현대자동차와의 직접계약관계 유무를 따지는 것은 “협력업체는 현대자동차(주)와는 독립적인 사업체이기에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이 없다”는 회사측의 논리와 마찬가지일 뿐이다.

    더욱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이면서도 한울타리 내에서 똑같이 자동차를 만드는 2·3차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안이 언급조차 안된 잠정합의안은 어떠한 타당성도 설득력도 없다. 나아지지 않고 있는 2·3차에 대한 심각한 차별에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스스럼없이 용인되고 있다는 문제점까지 포함하고 있다.

    현자노조는 어렵다는 입장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내에서조차 극심한 차별이 존재함을 인식하고, 실제 2·3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 임투과정에서 공동투쟁의 의미가 살아나지 못했다!

    04투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요구, 공동투쟁의 기조를 가지고 출발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임금성부분은 현자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동일하게 요구하고, 나머지 단협사안은 비정규직 노조가 별도로 요구안을 작성하여 임단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임금은 현자노조가 대신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단협은 비정규직 노조가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공동투쟁의 성격이 명확하기 위해서는 공동요구의 기조를 선명하게 밝히고 임단투 과정에서의 투쟁전술에 대해 공동논의·공동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난 81차 임대에서 ‘비정규직 노조로의 조직화를 위해 현자노조가 적극 지원한다’라는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 구체적인 형태인 비정규직 노조로의 집단가입 운동은 진행되지 못했다. 의미 있는 결정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실행되지 못함으로써, 투쟁시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상실되었다.


    ▣ 비정규직 해고자 원직복직 문제는 불투명해졌다.

    투쟁의 선봉에 선 해고자들의 원직복직 문제는 노동자적 관점에서 정말이지 중요한 요구이다. 우리는 이번 잠정합의에서 정규직 해고자들(2명)의 원직복직 쟁취를 정규직-비정규직 여부를 떠나서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런데 아산(15명)과 울산(4명)의 비정규직 해고자들도 무려 1년 이상 복직투쟁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비정규직 해고자 원직복직문제는 ‘추후 협의틀을 마련한다’는 것으로만 합의되었다. 만일 추후 협의과정에서 원하청의 긴밀한 공조와 연대투쟁이 실천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원직복직 문제는 물건너 갈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자비정규직노조와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는 [비정규직노조 인정 및 노조활동보장] [불법파견 정규직화] [2,3차 동일적용 쟁취] [해고자 복직] [노조탄압 분쇄]를 위해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여 투쟁을 시작할 것이며, 이러한 요구가 쟁취되는 날까지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결과가 또한 비정규직 사내하청노조 스스로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에도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현자노조의 81차 임시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노조 집단가입운동을 전개하고, 현장으로부터 원하청 노동자의 굳센 단결을 만들어내고 원하청 자본을 교섭석상으로 끌어냄으로써 1만2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염원을 이루는 그날까지 힘차게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04년 7월 2일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 비정규직 임금조정 잠정합의안

    - 정규직 임금 인상액의 80%(기본급 76,000원, 시급 316원)
    - 성과급 200%, 격려금 100%, IQS 특별격려금 100%, 일시금 60만원, 신차구입시 5% DC, 고소고발 손배가압류 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