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범대위의 출범식과 기자회견은 제17차 한미재계회의가 열리는 신라호텔 정문 앞 에서 진행되었다. 성격을 달리하는 두 행사가 신라호텔 정문을 사이에 두고 거리와 회의장에서 동시에 열렸다.
제17차 한미재계회의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경제회의이다. 이미 금년 1월에 개최되었어야 했지만 미국 측이 한국정부가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회의를 취소했고, 한국정부에 스크린쿼터 73일 축소(현행146일)와 한미투자협정 체결을 수용할 것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다.
이와 같은 미국의 압박 속에 국내 경제관료들과 재계는 “스크린쿼터가 투자유치를 위한 한미투자협정 체결의 걸림돌”이라며 스크린쿼터 축소를 일사불란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 아래 열린 이번 한미재계회의의 주요의제는 당연히 한미투자협정 체결과 스크린쿼터 폐지 등의 통상현안이다.
이에 대해 범대위는 “한미투자협정 체결이 40억불의 투자효과를 가져온다는 친미경제관료들의 주장은 검증되지도 않은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범대위는 “상호투자협정(BIT)을 대상으로 한 세계은행 보고서조차 BIT의 투자유치효과가 미미하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리면서 BIT를 경계할 것을 환기시키고 있다”며 재계의 주장을 반박하고, “2003년 발효된 한일투자협정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고사하고 기존의 직접투자마저 감소되고 있다”며 재계의 근거 없는 공세를 지적했다.
범대위는 “오히려 국내경제학자들의 보고서에서도 드러나듯 스크린쿼터를 1일 축소할 경우 약 327억 9천 6백만원이 감소하는 등 한국영화산업의 규모가 급격히 축소됨에 따라 한국영화시장은 헐리우드 초국적 자본의 이윤확보의 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스크린쿼터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범대위는 “BIT가 체결될 시 스크린쿼터 축소와 폐지를 통해 문화주권과 문화 다양성이 파괴됨은 물론 방송·교육·의료·농업·기간산업의 사유화 등 사회적 공공영역까지 초국적 자본의 사적 이윤추구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영화인들과 굳건히 연대하여 총력투쟁으로 맞서 나갈 것”임을 밝혔다.
지루한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를 맞으며 진행된 이날 출범식의 마지막 일정은 한미재계회의 대표에게 항의서한문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정문을 봉쇄하고, 범대위 대표단 6명의 신라호텔 진입을 가로막았다. 대표단은 “왜 호텔에 못 들어가게 하냐? 대한민국 국민이면 이곳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 막는 법적 근거가 무어냐?”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경들이 방패를 땅에 찍어대는 소리뿐이었다. 70여명의 범대위 소속 회원들은 대표단의 신라호텔 진입을 돕기 위해 경찰들과 10여 분간 심한 몸싸움을 벌였으나 저지당했다. 결국 항의서한문 전달 일정은 무산되었고, 그 자리에서 항의서한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이날 행사를 끝마쳤다.
한편, 스크린쿼터 현행유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 후에도 문화다양성을 위해 현행유지를 주장해 온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미재계회의 참석자들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미국 측 참석자의 “한미투자협정을 위해 스크린쿼터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에 대해 “우리 정부도 이 문제가 해결해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미 양국 영화계가 좀 더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기환 범대위 집행위원은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해결이라는 단어는 스크린쿼터 축소와 현행유지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며 “어느 한쪽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영화인들은 현행유지가 결정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 범대위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 인터뷰 | ||
범대위 출범식이 끝난 후 범대위 공동대표 정지영 감독을 만나 몇 가지 쟁점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았다. 정 감독은 스크린쿼터가 문화주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한 그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밝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독립영화 등 다양한 영화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그러한 문제제기가 스크린쿼터 축소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스크린쿼터를 축소한다고 해서 영화의 질적 발전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논리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범대위 출범의 의미는 무엇인가 범대위는 이번 한미투자협정과 스크린쿼터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임시기구로 구성되었다. 한미투자협정은 스크린쿼터 축소 이외에도 공공영역의 다른 많은 부문들의 시장화 문제와 직결되어있다. 그래서 스크린쿼터와 한미투자협정은 따로 분리해서 바라 볼 수 없으며, 또한 단지 영화계 내부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민주권이 걸려있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단체를 비롯한 각계 사회운동단체가 포함된 이번 범대위의 출범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스크린쿼터 유지가 한국경제(한미투자협정체결 등)의 걸림돌이자 영화계의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스크린쿼터 얘기만 나오면 보수언론에서 그렇게 공격한다. 그러나 그 근거가 빈약하다. 스크린쿼터를 유지하는 것이 정말 한국 경제에 해가 되는가?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이 나라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유와 근거를 밝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냥 막연히 ‘밥그릇 지키기’라고만 한다.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갔다고 해서, 몇 편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서, 영화인 개개인이 경제적으로 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영화인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함께 스크린쿼터는 지켜져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보수언론과 친미세력들이 스크린쿼터 문제를 영화계 이기주의로 밀어붙이며, 여론을 호도하하고 있다. 영화인들의 운동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를 분리시키기 위한 수작에 불과하다.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스크린쿼터와 관련된 제반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했으면 한다. 공개적인 논의를 제안할 생각은 없나. 웃음... 제안을 안했겠나? 그러나 그게 안 되고, 언론에서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스크린쿼터가 영화의 다양성 확장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있다 이창동 장관의 발언 이후 이와 같은 논란이 있는데, 이 장관의 논지가 잘못 정리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 전 장관의 발언도 스크린쿼터가 영화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스크린쿼터가 유지된다고 해서 독립영화나 단편영화의 발전이 저해된다는 것은 아니다. 스크린쿼터는 기본적으로 유지되어야 하고, 다른 제도적 고려가 있어야지 “영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크린쿼터 축소하자”라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 스크린쿼터는 문화주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다. 이제는 영화인으로 돌아간 이창동 전 장관은 그동안 영화인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내가 알기로 이 전 장관은 자기신념을 잘 꺽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제시한 3가지 원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도 오히려 ‘문화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얘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 ‘스크린쿼터 축소’가 포함됨으로써 일파만파 논란이 확산되었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아직 이창동 전 장관에 대한 애정을 안 버리셨군요?” 라고 묻자, 정지영 감독은 웃음을 지으며 “그냥 그 정도로만 얘기해두자...”며 자리를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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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대위 요구사항 | ||
첫째, 미국 측 압력으로 밀실에서 이루어진 스크린 쿼터 축소와 한미투자협정 체결 양해사항의 전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 둘째, 미국과 초국적 자본은 북핵 위기, 자본철수 협박을 통한 한미투자협정체결 압력을 즉각 중단하라 셋째, 미국과 친미네트워크들은 스크린쿼터 축소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모든 국제통상협상에서 문화를 자유무역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 넷째, 정부는 경제의 양극화와 투기자본화, 산업공동화 등 경제위기 초래하는 무분별한 외국자본 유치정책을 전면중단하고 자본유입세, 자본이득세 도입등 초국적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라 다섯째, 미국과 친미네트워크는 노동권, 환경권, 조세권, 사회권을 제한하고 교육․의료․방송․기간산업 등 공공부문의 사회적 공공성을 파괴함으로써 초국적 자본에게 최대한의 이윤을 보장하는 반민중적인 한미투자협정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 여섯째, 정부는 초국적 자본의 브로커인 친미경제관료들을 발본색원하여 전원 퇴진시키고 21세기 국가경제의 핵심산업인 영상산업의 진흥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라 일곱째,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밀실에서 흥정하는 ‘제2의 경제소파협정’인 한미투자협정 협상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축협노동조합, 전국민중연대, 강원민중연대, 경기민중연대, 경남민중연대, 광주전남민중연대, 기독교사회선교회연대회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노동인권회관, 노동조합지업경영연구소, 대구경북민중연대, 대학노조, 민족정기수호협의회, 민주노동자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반미여성회, 보건복지민중연대, 부산민중연대, 서울민중연대,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인천민중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태일기념사업회, 전태일을따르는민주노조운동연구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추모연대, 충북민중연대, 통일광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청년단체협의회, 고구려연대, 국제민주연대, 기업책임시민연대, 노동문학정책정보센터, 노동자뉴스제작단, 노동자의힘, 다함께,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족예술인총연맹, 민중의료연합, 범국민교육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서울여성노조,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영화인대책위, 우리만화연대, WTO자유무역협정반대국민행동,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학생연대회의, 진보교육연구소,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환경운동연합 이상 63단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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