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입사지원서 "가족의 정보까지 노출"

공동행동 기자회견, “기업 74.6% 구직자 가족 개인정보까지 수집”

한국 사회 상당수의 기업들이 입사지원서에 직접적 업무능력과 관련이 없는 가족관계, 가족의 직업 및 학력 등을 기재하도록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을위한공동행동(공동행동)은 국회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대 대기업 입사지원 시 가족정보 수집에 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2일부터 17일까지 한국의 30대 대기업 및 계열사를 상대로 입사지원서를 조사한 것으로 조사 결과, 조사대상인 그룹과 기업 117개 중 132개(74.6%) 기업이 구직자의 가족관계와 가족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호주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호주, 호주와의 관계, 호적 등을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마치 관행인 양 요구되는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가족의 월수입과 주거형태까지 기재요구

입사지원서 세부항목에서 기업의 개인에 대한 정보 수집이 어느 정도인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입사지원서 구직자 가족정보항목 중 가족이름, 구직자와의 관계를 파악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70.1%를 차지했고, 가족의 직업 68.4%, 연령 66.1%, 학력 59.3%, 직장 내 직위 68.4%, 구직자와의 동거여부 54.8%, 형제자매관계 19.2%, 구직자의 결혼여부 18.6%로 나타났다.

또한 가장 많은 항목의 가족정보를 수집하는 그룹은 ‘신세계’로 가족 이름, 구직자와의 관계, 부모의 생존여부 등 9가지 항목은 물론 심지어 가족의 월수입과 주거 형태까지도 기재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음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구직자 중 300번 이상 지원한 구직자가 536명, 1000번 이상이 106명, 심지어 지난 5년간 1만9천3백20번이나 이력서를 낸 구직자도 있다”고 밝히며 “대부분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구직자에게 반환되지 않고 있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1년에 몇 명의 개인정보가 기업에 모이게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업이 호적등본까지 요구하는 상황에서 개인은 물론 가족의 정보까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가족사항 수집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이 간접차별을

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직자의 가족사항 수집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이 간접차별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호주제 폐지 이후 대안인 ‘목적별신분등록제’가 도입되더라도 기업이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으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향후 △채용시 가족정보를 수집하는 기업에 질의서 발송 △교육기관의 가족정보 수집 및 활용실태조사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기본법 제정과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률 정비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정보인권활동을 하고 있는 지문날인반대연대와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은 ‘공공기관 홈페이지 주민등록번호 노출 실태조사(실태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3차에 걸친 실태조사는 주요 인터넷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주민등록번호 노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것이며 1차 조사는 중앙행정부 전 부처를 비롯해 주요 공공기관 100곳의 홈페이지를, 2차 조사는 전국 시 단위 이상의 지방자치단체 118곳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또 마지막 3차 조사는 전국 광역시도 교육청 16곳, 전국의 4년제 국립대학 46곳을 대상으로 조사되었으며 교육청 중 10곳(69%), 국립대학 중 9곳(20%)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된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지음 활동가는 기자회견 후 3차 실태조사 내용을 간략히 언급하며 “취업이란 미명하에 노출되는 민감한 정보가 어느 정도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며 취업 중 벌어지는 정보노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지문날인반대연대와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의 실태조사는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침해와 정보인권 유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로 공동행동의 조사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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