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인터뷰가 아니다

[인터뷰] 개막작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황다은, 박홍렬 감독

영화관 로비에서 만난 두 감독은 개막작으로 자신들의 영화가 선정된 까닭인지 상당히 상기되어 있었다. 게다가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 연신 돌아가는 커피머신 소리, 인디포럼에 초청된 귀빈(?)들이 저마다의 안부를 묻고 전하는 등 영화관 로비는 그야말로 번잡, 그 자체였다. ‘과연 오늘 인터뷰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에 기자가 먼저 선수를 쳤다. “오늘의 인터뷰는 질문 순서며 형식을 파괴하고 진행 하겠습니다” 황다은 감독이 고맙게 넙죽 대답을 했다. “예 그러세요” 게다가 감독 아니랄까봐 오늘의 인터뷰, ‘이것은 인터뷰가 아니다’란다.

‘이것은 인터뷰가 아니다’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포스터

영화를 보면서 자못 궁금했다. 그것은 또한 혼란이기도 하다. 영화가 전면으로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고 표방하고 나선 만큼 이것이 장르를 탈피하다 못해 파괴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던 까닭이다. 요즘 다들 ‘형식 파괴, 개념 탈피’를 좋아하는 통에 ‘형식을 파괴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어깨 힘도 들어갔겠다 우문인줄 알면서도 물어보았다.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닙니까?

박홍렬 감독이 답했다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가장 전통적인 다큐멘터리로 접근하려는 것인데, 그러면 과연 우리가 보아오던 다큐가 전통적인 것인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보아오던 다큐가 얼마나 제한적이었나를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참세상이 추구하는 엑티비즘처럼 미디어, 영상이란 매체가 추구하는 엑티비즘과 영화가 추구하는 엑티비즘이 방향이 달라야 한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그렇게 봤을 때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형식이나 도구라는 것을 갖고 온 이상,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적인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가 보아온 다큐멘터리의 전부가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실이 아닌 사실이 담겨진 틀을 본다

듣다보니 기존의 다큐멘터리 장르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얘기 같다.

  왼쪽부터 황다은, 박홍렬 감독

황다은 감독 “기존의 다큐라기보다는 전반적인, 지배적인 다큐멘터리의 형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다큐멘터리가 주목하는 대상이나 소재를 내용을 담는 데는 고민이 많지만, 어떻게 담아낼지에 형식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내용을 담아내는 틀을 부각시켜 장르를 뛰어넘자는 고민에서 시작된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홍렬 감독이 덧붙엿다. “기존의 엑티비즘 다큐멘터리에서 현상을 보여주고 즉각적으로 열 받고 흥분하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엑티비즘은 두드러진 주제에 대해 흥분하자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왜 그럴까하는 근본적인 것을 관객들이 고민하기를 원했던 겁니다. 사실 엑티비즘 다큐들이 극장에서 나오는 순간 흥분했지만 금방 잊혀지잖아요. 우리가 사회현상을 바라볼 때 본질을 파악하면 다른 식의 사고로 세상을 넓게 보고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즉각적인 사안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은 참세상 같은 미디어를 통해 나타나면 되고 저희가 하는 영화를 통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것들에 대해 사유하고 그러한 사유에 의해 더욱 강하게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닌가 합니다.”

결국 무엇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대한 고민도 함께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그릇 얘기를 하는데 무엇을 담았냐는 물음이 과연 합당한가’ 의문스러울 만도 하지만 초반에 들어간 ‘어깨의 힘’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 이 힘을 빌어 물었다.

영화 속에 숨겨진 메세지는 숨겨진 대로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 또는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다면 무엇인지요?”

박홍렬 감독이 다소 당황한 듯 "저희 나름대로는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며 웃었다.

”너무 뻔하게 보여주는 얘기들 즉, 우리가 보아오던 정치판 같은 것들이 식상하고 뻔하지요. 자기들은 참 많은 얘기들을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전달되는 게 없잖아요. 미디어도 사실 대안을 제시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약진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저희도 또 하나의 대안으로 사회당에 주목했습니다. 사회당이 보다 왼쪽에서 견지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존재를 알리는 것이죠

엑티비즘 다큐가 중요한 것이 기록이란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뭘 전달할 것인가를 봤을 때 무엇이 나쁘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보다 ‘무엇이 있다’라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사용한 백분토론이나 친구인 ‘영권이’를 기록하는 장면들은 저희 나름대로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사회적 메시지 ‘무엇이다’라고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요. 그것은 영화에 내포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지요“

듣고 있던 황다은 감독이 한마디 거들었다. “메세지가 결론이 나고 바로 보여지 길 바라지 않아요. 직선으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한번 튕겨져 나와 다시 전달되길 바라는 것이지요. 사회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히 있지만 중심이 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닌 어떻게 전달될 것인가에 대한 방식에 고민했습니다”

역시 본전도 찾지 못한 질문이었다.

영화 중간 중간 ‘저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 보니 괜히 숨겨둔 뭔가를 들춰내는 것은 아닌가 싶어 질문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때, 마침 박홍렬 감독이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라고 먼저 손을 내밀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어 그냥 계속 엇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녕 이것은 인터뷰가 아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 우리를 옥죄는 것들

이 영화를 못 본 독자들을 위해 영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조명 삼발이가 기울어 고민하던 스텝들은 감독에게 방법을 묻고 감독은 형법, 성경책, 영화의 이해라는 책으로 균형을 맞추라고 충고한다. 그럼에도 결국 균형이 맞추어지지 않고 무너지는데...

이 장면이 의미하는 것은?


질문은 박홍렬 감독이 받았다. “가장 안정한 구도는 삼각형이라고 하잖아요. 삼발이 360도가 120도씩으로 나눠져서 가장 안정한 구도가 되지요. 우리한테 너무나 익숙한 것들. ‘법’이라는 것, 성경책은 익숙해져 버려 우리를 옥죄고 억압하고 있는 도구들로 비유했습니다. 엑티비즘 다큐를 만드시는 분들이든 극영화를 만드는 분들이든 내용은 급진적으로 만들고 있지만 관습화되고 사회화되어 버린 사고로 만드는 형식이 종속되어 있지요.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구속하고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안정적이라고 하는 것들이 가장 불안정하다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가 바라본 사회의 모습입니다“

'색깔' 사실이 아닌

갑자기 화면이 흑백으로 전환되는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황다은 감독 “색에 대한 얘기할 때 빨간색을 들면서 이 색은 흥분하는 색이라고 하지만 빨간색이 보여 지는 건 잠깐이고 바로 흑백화면으로 바뀌지요. 흑백으로 보면 어떤 색도 아무색도 아니게 됩니다. 즉 모두 균일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색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규정해 놓은 사실일 뿐, 그것이 진정한 사실은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그런 의미에서 100분토론 장면-‘색깔 논쟁’에 대한 토론 장면-은 사회에 조소를 던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박홍렬 감독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사람이 싸우는 이유가 우리가 보기에 말도 안되는 것들로 우리를 구속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니겠어요? 이 때문에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고 계급적인 차별도 생기는 것이고요. 그런 것들을 ‘100토론’ 장면처럼 다른 식으로 비유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많이 해왔던 방법이고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는 다르게 보여줘야 되지 않을까 해서요.

우리가 실제로 보고 있는 것들은 과연 사실인가로부터 시작하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들 실제와 왜곡, 이런 것들을 부각시켜 사회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언론이 아니라 영화라는 엑티비즘에서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미디어라는 매체는 어떤 사안이 있을 때 신속하게 전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지만 영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결과물이 나와 즉, 어떠한 사안을 묵혀 놨다가 기간을 두고 보여주는 것이어서 요즘같이 뉴미디어가 보편화돼 있는 시대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디어 매체들과 다르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다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결국 이야기는 다시 돌아온다. 황다은, 박홍렬 감독의 영화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는 영화에 담아져 있는 사실이 아닌 사실이 담겨진 틀을 보라는 것.

화제를 전환해야 할 시점이었다.

내용물은 급진적, 그릇은 보수적

인디포럼 10주년을 맞아 독립영화 10년을 되돌아 평가해 달라는 다소 거국적인 질문.

이 질문이 조금 부담스러웠는지 박홍렬 감독은 “우리가 아직 논할 위치는 아니지요”하면서도 결국 한마디 했다.

“한국 독립다큐는 아니다 라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지만 더욱 풍성해지기 위해서 우리 형식도 같이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한국 독립다큐의 카메라가 다각도로 개입되는 것이 전반적인 다큐의 주류를 이뤄왔거든요. 그런 것들만 우리를 가두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지점에서의 사고가 필요하지요. 보여지는 것은 급진적인데 담아내는 그릇들이 너무 보수적이면 되겠어요! 이제 한국 다큐멘터리가 이러한 논의를 만들어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준비기간은 얼마나, 에피소드나 촬영 중 어려웠던 것은 없었나 하는 잡다한 질문도 해보았다.

박홍렬 감독이 “시작은 선거 홍보물 영상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작됐다. 그러니까 제작기간이 꽤 긴 셈이다. 작년 선거 전이니깐 6월부터 작업을 시작해 오늘 두시에 완성했어요(웃음) 오늘까지 편집을 했거든요” 준비기간을 설명했고,

황다은 감독은 “어려운 점은 특별히 없었어요. 단지 편집하면서 의도한 왜곡된 장면들이 과연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어서 고민은 좀 했지요. 그러나 대체로 작업은 즐거웠어요. 우리가 등장하지요. 많이 등장 하지 않지만 우리가 깊게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질 겁니다. 등장인물인 영권이랑 또 오랜 시간 친구사이였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힘든것 보다 재밌었어요” 작업 중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오히려 즐거웠다고 답했다.

당선이 목표도 아니면서 출마는 왜 해?

마지막으로 등장인물인 ‘조영권’, 그가 잘 있을지 궁금하여 그의 안부를 물었다.

“사회당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 선거에 마포갑에서 출마할 것예요. 근데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영권이는 정치지망생이고 정치 못해 환장했다고, 근데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라 뭔가 보여주려고 환장한 사람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등장인물
조영권의 소식을 듣다보니 떠오른 영화의 한 장면.

‘감독’과 ‘기호 5번 조영권’의 대화다.

감독 왈 “이번 선거 목표는?”
“3등”
“당선도 안 될 거면서 뭣하러 해?”
“어느 보살님이 그러는데 5년 뒤에 될거래”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지는 데?”